외할머니의 개종. 그저그런일상들

추석에 차례를 지내러 큰집 가는 길, 외할머니께서 갑자기 동네에 새로 생긴 교회에 다니기 시작하셨다고 어머니께서 느닷없다는 식으로 아버지께 말씀하신다.

외가는 오래전부터(대대로라고까지 하긴 그렇고) 모두가 불교였다가, 몇 년전부터 이모들이 하나 둘 천주교로 개종한 것이 종교관 변화의 전부였는데(이모들이 천주교로 개종하면서 외할머니께도, 어머니께도 성당 다닐 것을 권하다가 맏언니인 어머니께 한소리 듣고는 외삼촌들에게로 타겟을 돌려서 외삼촌들중에도 개종하신 분이 생겼는진 모르겠다), 느닷없이 교회라니?
친가도 그렇고 외가도 그렇고 불교가 주된 종교고 천주교로 개종한 이모들도 기독교는 외면하는 분위기였는데...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씀이, 외할머니께서 교회에 나가기 시작하면서 이르시기를 '나는 인제 교회 다니니까 괜히 나 죽고나서 자식들 모이가지고 해마다 제사 지내고 그런짓 하지 마라. 괜히 느그 살기도 바쁜데 번거롭구로 그랄 필요 음따. 기독교는 제사 이런거 안 지내도 되니 얼마나 좋노?' 라고 하신다.

평소에 어머니나, 이모들이나, 외삼촌들이 외할머니를 모시는 것에 소홀하지 않았음에도, 자식들이 부모님을 위하는 만큼 부모님도 자식들을 걱정하게 되는 것 같다.
혹은 부모님이 그렇게 자식들 편의를 신경써주니 그에 보답하기 위해 자식들이 부모님을 끝까지 신경써서 보살펴드리는 걸지도.

뭐든지 양방향.
한쪽만 잘하는 건 없다.
내가 대접받고 싶다면 상대를 먼저 대접해주는 것이 당연.


교회는 외할머니께는 믿음을 가진 마음의 안식처가 아니라, 당신께서 가신 후에 자식들의 번거로움을 덜어주기 위한 장치일뿐,
말씀하시는 어머니께서 헛헛한 웃음을 내뱉으시더라.


요즘엔 편하다는 이유로, 친하다는 이유로, 마치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처럼 이용하려는 사람이 너무 많다.

뭐든지 양방향.
일반통행은 비좁은 도로에서나 적용되지.

덧글

  • 제트 리 2012/10/07 21:24 # 답글

    그렇죠 ^^ 정말 일방통행 문화는 빨리 사라져야 되죠 ^^ 그리고 외할머님을 보니 배려라는것의 표본같군요
  • TokaNG 2012/10/09 00:55 #

    외할머니께서 좀 관대하십니다. 바라시는게 없어요.
  • 루루카 2012/10/07 21:53 # 답글

    좋은글 잘 보고 가요.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네요.
  • TokaNG 2012/10/09 00:55 #

    감사합니다.
  • JellyBean 2012/10/08 00:44 # 답글

    즈이 외할머니도 같은 이유로 성당을 나가시더라고요
  • TokaNG 2012/10/09 00:56 #

    성당 다니는 사람들중엔 제사를 지내는 사람들도 많더라구요.
    제사 안 지내기는 기독교가 갑인 듯.
  • 토깽이 2012/10/08 15:52 # 답글

    이런 이유로 개종하신 분들이 제주위에도 계세요. 일년에몇차례 제사생략하겠다고 주말마다 교회나가는 건..짧고 굵은것과 길고 가는것 중에 선택해야할 문제인듯ㅠㅋ
  • TokaNG 2012/10/09 00:58 #

    저 경우는 자식들이 제사 지내기 싫어서 개종한 게 아니라, 외할머니께서 자식들 번거로움을 덜어드리고 싶어서 개종하신 경우라 입장이 많이 다르죠.
    말로만 기독교라고 하면서 교회도 안 나가고 제사도 거르고 명절엔 지네들 놀러나 다니는 사람들이 엄한 기독교인들 욕 다 먹입니다.
    기독교라고 해도 제사는 지내지 않더라도 나름의 예를 차리시는 분들이 많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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