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상담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 그저그런일상들

아침에 일어나니 웬 카톡이 하나 와있다.
어제 책을 읽다가 나도 모르게 스르르 잠들었는데, 톡이 온 시간을 확인해보니 새벽 한 시가 조금 넘었다.
새벽 한 시?

역시, 그녀석이다.


주말에는 한 친구가 갑자기 카톡으로 인사를 하길레 반갑다는 답문 보다는 무슨일 있느냐고 물었다.

역시, 무슨 일이 있다.


출근해서 메신저를 켜니 별일 없이는 먼저 인사도 하지 않던 동생 하나가 하이~ 하고 말을 건다.
웬일이야? 하고 생각하며 아직 잠이 덜 깬 몽롱한 정신으로 인사를 받아주니 짧은 안부인사 뒤에 '근데...' 하고 말을 금방 잇지 못한다.

역시, 그러면 그렇지.


셋 다 여자사람이긴 하지만, 남들이 보면 부러울 상황이긴 하지만, 왠지 그들이 나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 반갑고, 고맙긴 하지만,

새벽에 카톡을 보내온 녀석은 유부녀고, 주말에 카톡으로 인사한 친구는 결혼을 앞두고 있고, 메신저로 말을 건 동생은 이제 애인이 생긴지 100일이 좀 넘은 풋풋한 커플이다.
그런 그들이 나를 필요로 한다.

육아스트레스, 부부싸움, 시댁에서의 소소한 고민거리 등을 하소연 하기 위해서...
연인과의 다툼, 예비 시부모님에 대한 걱정, 직장생활의 고달픔, 부조리한 상사에 대한 설움 등을 하소연하기 위해서...
업무스트레스, 고객과의 마찰, 세상을 향한 분노 들을 표출하기 위해서... 

그냥 내가 대나무숲이다.
너도 나도 와서 고하다 보니 이제는 나도 두루 대놓고 와서 고하라고 일러둔다.
그러면 정말로 대나무숲을 찾는 고객(?)이 하나 둘 많아진다.



어떤 한 친구는 사람을 만나고,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기까지 넉달이 채 걸리지 않을, 그야말로 번갯불에 콩 구워먹을 동안에 만남에서부터 연애, 결혼준비까지 하나 하나 코치를 해줬었다.

이 남자가 정말로 괜찮은 사람인지, 자기가 어떻게 반응해야 좋을지, 진도는 너무 성급하지 않는지에 대한 초입에서부터, 짧은 연애중의 다툼에선 남자친구에 대한 원망과 서러움을 털어놓는 하소연을 들어주고, 남자친구 대신 변명과 변호를 해주며 다시 잘 만나보라고 적극 격려하고, 결혼준비를 할 때엔 시댁과의 의견차이, 사고방식의 차이, 혼수문제에 대한 마찰에 대해 또 중재하고 달래주고 격려해서 겨우겨우 결혼을 시켰(?)더니, 
이제는 결혼하고 잠시 일을 쉬다가 복직하고서는 업무스트레스에 대한 하소연이 끊이질 않고..[...]

나, 진짜 그 남편한테 크게 한 턱 얻어먹어야 할지도.
나 아니었음 결혼이나 제대로 했겠나 싶고, 나 아니었음 힘들게 일하고 들어와서 마누라 화풀이 받아주느라 부부싸움이 끊이지 않았을...
나는 그 가정의 평화의 수호자였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당신은 상담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
당신의 삶속에서 그 상담 하고 있지요~

나의 성향간디라더니, 정말로 그런 삶을 살아가고 있는 나.
워낙에 고민을 털어놓고, 하소연을 털어놓고, 의견을 구하는 이들이 많다 보니 나중에는 그다지 해답을 내려줄 필요 없는, 말 그대로 공감만 해주면 되는 넋두리에도 해답을 내려주려 잘 굴러가지도 않는 짱구를 굴린다.
그 사람들이 진정 바라는 것은 해답이 아닌, 그정 이해와 공감해주는 따뜻한 가슴일 뿐인데도.



세상에, 제 앞가림도 잘 못하는 놈이 다른 사람 인생을 결정짓는다.
세상에, 제 연애도 제대로 못하는 놈이 다른 사람 혼사를 코치한다. 
세상에...


나 말고 그들이...



혹시라도 고민 있으시면, 친절하게 잘 들어드립니다.
원하시면 해답도 내려드립니다.
해답을 찾지 못하면, 함께 고민해드립니다.
그런 친절한 대나무숲입니다.


제발, 플리즈~

덧글

  • 연풍랑 2012/08/29 08:29 # 답글

    저도 상담은 아니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편(....)
    사실입이 간지럽지만 말하면 분명 길어질테니 입다물고 끄덕거리기만 합니다 ㅎㅎㅎ
  • TokaNG 2012/08/31 20:03 #

    저는 사안에 따라 그때 그때 다릅니다.
    상대방이 의견을 구하거나, 한소리 해야 할 것 같은 사안이면 말이 좀 길어지더라도 해주는 편.
    그냥 들어주길 바라는 눈치면 입이 근질거려도 참긴 하지만,
    가끔 너무 답답하면 버럭 하고 내지르게 되는..;;;
  • 히카리 2012/08/29 15:25 # 답글

    <주변 여자를 죄다 차단하는 연인이 급한 상황입니다.>

    남 연애 상담은 실속없어요. ㅠㅠ
  • TokaNG 2012/08/31 20:06 #

    그래도 제가 들어주고 말해줌으로써 친구가, 동생이 행복한 연애를 유지할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
  • 니힐 2012/08/31 09:51 # 답글

    나도 상담전뮨가임 ㅋㅋ
  • TokaNG 2012/08/31 20:07 #

    상담 받는 쪽이 아니라 하는 쪽이라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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