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할 수가 없다. 그저그런일상들

나는 씨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지하철에서, 왜 그 여자는 커다란 여행용 트렁크를 사람들이 타고 내릴 문앞, 그것도 한쪽 구석이 아닌 한가운데에 세워놨을까?
그리고 왜 이제라도 막 내릴 것처럼 그 가방 손잡이를 꼭 쥐고 문앞 한가운데를 떡 버티고 서있었을까?

마치 내릴 듯한 포쓰를 풍기고 너무나도 당당하게 수문장처럼 문앞을 지키고 서있길레, 마침 내리려던 사람들은 자연스레 그 여자 뒤로 줄을 섰다.
나 역시도..
그리고 마침내 전철이 멈추고 문이 열렸을 때, 여자 뒤에 줄지어 서있던 모두는 뒤통수를 얻어맞았다.

왜 안 내리는 거야?!!

당황한 사람들은, 어떤이는 유연하게 좁은 틈으로 빠져나가고, 어떤이는 가방을 차고 지나가고, 어떤이는 짜증이 나는지 여자의 어깨를 거칠게 잡아끌고 겨우 틈새를 빠져나간다.

그렇게 내리려는 무리가 우르르 빠져나가려는 와중에, 문이 열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자 내릴 사람이 없는 것으로 생각했는지 문밖에서 전철을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 하나 둘 타기 시작한다.
내리려는 사람들과 타려는 사람들이 엉켜서 순식간에, 아주 잠시나마 아수라장이 된다.
나도 내려야 하는데, 한 무리의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제일 끝에 서있던 나는 타려는 사람들에 치어서 도로 타게 생겼다.
나도 울컥 짜증이 솟아서 타려는 사람들을 힘껏 밀치고 내려버렸다.


무슨 짓이야?
지랄맞은 여자 하나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혼란에 빠지다니.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왜 그 여자는 커다란 여행용 트렁크를 사람들이 타고 내릴 문앞, 그것도 한쪽 구석이 아닌 한가운데에 세워놨을까?
왜 이제라도 막 내릴 것처럼 그 가방 손잡이를 꼭 쥐고 문앞 한가운데를 떡 버티고 서있었을까?



이런 사례는 안타깝게도 그리 드물지 않다.
꽤 빈번하게, 내리지도 않을 거면서 당당하게 문앞을 지키고 서있는 여자들을 보게 된다.

안타깝게도 내 눈에 띈 사람들은 다 여자다.
문앞을 지키고 서서, 타려는 사람들의 길목을 막고 내리려는 사람들을 당황케 하는 그 수문장들은 다 여자였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왜 여자들은..??' 이라는, 불필요한 수식어까지 떠올랐다.

왜 여자들은 문앞을 지키고 서있는 걸까?
지하철 안쪽에 자리가 널널하게 있음에도, 당장 내릴 것이 아님에도, 딱히 문위에 붙어있는 노선표를 보고 있는 것도 아니면서 왜 문앞을 꿋꿋하게 고수하고 있는 걸까?

내릴 때 조금이라도 더 빨리 내리고 싶어서?
지하철 안쪽에는 변태 같은 남자들이 많이 있어서 해코지를 당할까봐?
문에 달린 창밖을 우수에 젖은 눈으로 바라보고 싶어서?

씨바, 아무리 갖은 이유를 갖다붙이며 이해해보려 해도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횟수를 거듭할 수록 더해지는 이 격한 빡침.


여자들의 수문장 역할은 지하철에서 그치지 않는다.

엘레베이터를 타더라도 역시 문앞에, 그것도 하필이면 층수버튼이 있는 그곳에서 얼굴을 딱 붙이고 서있는다.
마침 버튼과 높이를 같이 한 얼굴을 너무 딱 붙이고 서있는 바람에 내가 가려는 층의 버튼을 누르려다 하마트면 눈을 찌를뻔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매번 다른 사람, 매번 같은 성별, 여자.

'저기요~'

하고 양해를 구하고 버튼을 누르면 될 것 같지만, 상당한 확률로 문앞에 선 그 여자들은 버튼을 누르기 위해 양해를 구하려는 남자를 치한 보듯 미간을 찌푸리며 흘겨본다. 그러면 나도 되려 기분이 나빠져서 나중에는 찔리던 말던 눈앞으로 손을 쑥 집어넣어 태연히 버튼을 누른다.

그럴거면 제발 문앞에서, 버튼에서 꺼지라고.
확 눈깔을 쑤셔버릴라.

뭐가 무서워서 문앞에서 그렇게 긴장하고 서있을까?
함께 탄 남자가 자기 덮칠까봐?
혹시라도 엘레베이터가 덜컹 하고 멈추면 재빨리 비상버튼을 누르고 싶어서?
아니면 역시나 문이 열리면 재빨리 내리고 싶어서?



어지간해선 남녀를 가르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아서, 별 특별한 사안이 아니라면 굳이 여자라고 성별를 콕 찝어 지칭하고 싶지 않지만, 정말 '왜 여자들은...' 이라는 말을 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여자들은 문앞을 지키고 서있는다.

도대체 왜들 그러는 걸까?

분명 이 글을 읽으면 대다수의 여자들은 기분이 나쁠지도 모른다.

'난 안그러는데?'
'내 주위엔 그러는 사람 아무도 없는데?'
'극히 일부가 그러는걸 가지고 한 데 뭉뚱그려 여자들이라고 말하지 말지?'

라며 불쾌해할 것은 익히 짐작하지만, 분명히 그런 여자들이 있고, 게다가 내가 본 것만도 너무 많다.

대다수의 일반적인 여자들이 뭉뚱그려 욕 먹는 것이 싫다면, 혹시라도 자신이 모르는 곳에서 그러고 있을지도 모를 주변의 여자들에게 

'우리는 꼴사납게 문앞을 지키고 서서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지 말자.'

고 말해주면 좋을 것 같다.

남자가 말하면 다툼이 일어날 것 같거든.
나야 욕 먹는 것엔 익숙하니까 상관 없고.

제발, 수문장 여자들, 문앞에서 비키자.
쫌!

덧글

  • marmalade 2012/08/14 01:01 # 답글

    저는 비슷한 경험을 나이드신 분들에게 자주 당했어요ㅠㅠ
    아니 왜 사람들 내리는데 한가운데 서있거나 내리는사람 밀치고 타요.. 왜그러죠ㅠㅠ

    아침시간에 환승역에서 수문장하면 그게 남자든 여자든 다같이 합심해서 밀어냅니다.
    밀어서 내보내고..그분이 짜증낼 찰나에 누군가 큰소리로 앞에 가로막지말고 내렸다 타라고 하더군요.
    뭐 대개는 모두들 합심해서 말없이 밀어버림. 혹은 빠른속도로 어깨 밀치면서 내려요.
    급한척을 안할래도 하게 되더라구요. 지하철문 닫히기전엔 내려야 하니까요.

    다음번엔 그런사람 보면 얘기하세요.
    이번역에 내리시는지, 아님 비켜달라고..보통은 내릴거냐고 묻기만 해도 비켜주더라고요..
  • TokaNG 2012/08/18 01:42 #

    눈치를 줘도 안 비키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문앞에, 그것도 한가운데 서있다면 당연히 내릴 것으로 생각하게 마련인데 말입니다.;
    그래서 내릴 거냐고 물어보는 것도 어떻게 보면 어이없는 행동.;;
    그런데 그런 행동을 해야 하게 생겼네요.
  • 니힐 2012/08/14 01:38 # 답글

    외국인일꺼에요
  • TokaNG 2012/08/18 01:42 #

    그랬으면 좋겠지만.. (아니, 외국인이라고 그래도 된다는 법은 없지만.;;)
  • ようこ 2012/08/14 02:06 # 답글

    전생에 수문장이였을지도...
  • TokaNG 2012/08/18 01:43 #

    성은 잘 지켰겠네요.
  • 狂君 2012/08/14 20:30 # 답글

    잘 보고있으면 저런 행위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것 같긴 합니다만.... 전 젊은 여자들보다도 아줌마들 / 할머니들이 더 눈에 띄더군요. 나이를 먹으면서 스킬레벨이 올라가는 것 같습니다-_
  • TokaNG 2012/08/18 01:45 #

    그야 그렇기도 하겠죠. 여자들만 그러라는 법은 당연히 없으니.
    하지만 안타깝게도 제가 내리려 할 때 길목을 막은 사람들은 죄다 여자여서 좀 울컥했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악플 먹을 각오하고 '여자들은..' 이라고 뭉뚱그려 말했는데, 악플은 커녕 덧글조차 몇 없으니 이것도 큰일이라면 큰일.;
    역시 이런 말도 누가 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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