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 만화책. 그저그런일상들

"봐라 봐라, 내 방에 아무도 안 들어왔다는 말은 다 구라랑께요?"

땀 삐질 흘리면서 들고온 만화책 60권을 바닥에 털썩 내려놓으면서 동시에 방을 스캔하다 한숨을 쉬며 말했다.

"누가 방에 들어왔다 카노? 진짜 아무도 안 들어왔는데?"

"근데 와 책이 비어요."

책장을 훓어보니, 20세기 소년이 1권부터 11권까지가 빈다.
지난번에 부산에 내려올 때 갖다놨던 것인데, 그새 홀랑 집어가버렸다.

"와이구야~ 그걸 언제 들고갔지? 니가 방에 없으니까 그냥 들고갔는갑네."

"책을 보고 싶으면 말이라도 하든가. 전화기는 뒀다 뭐할라고."

"니가 없으니까 그랬겠지. 보고 갖다놓으면 되는가 싶어서."

"도둑들도 마찬가질 끄라요. 집에 주인이 없으니까 자기가 필요한 돈 쓰고 다음에 갖다놓지 싶어서 말없이 들고가는 걸끼라." 

"..."

"다음부턴 말하고 들고가라 카세요. 보고 제자리에 갖다놓지도 못하면서. 내가 책을 아무렇게나 헝클어놓는 것도 아니고, 각 맞춰서 잘 꽂아놨는데 그걸 하나 제자리에 못 꽂아. 지난번에도 책장 헝클어놔서 싹 정리했구만."

"그랬드나. 알았다."





나는 우리 가족이 내 책을 보는 게 썩 달갑지가 않다.
우리 가족, 특히 가장 책을 자주 들고가는 작은형은 내 방 가득한 만화책이 저절로 뚝딱 하고 생기는 줄 아는 모양이다.

큰형은 그나마 뭔가 보고 싶으면 전화라도 하고, 마땅히 땡기는 책은 없고, 눈요기를 하고 싶을 땐 나한테 추천이라도 받는다. 그리고 책을 본 뒤에는 제자리에 꽂아두진 못하더라도 종이가방에 가지런히 담아서 갖다놓으니, 정리하기도 편하다.

그런데 작은형은 언제나 말없이 들고가서 실컷 보고는 갖다놓을 때도 엉망으로 꽂아놓는 바람에 불필요한 책장정리를 하게 한다.
게다가 내 책으로 자기가 생색내며 남들 빌려준 전적이 화려해서 아주 불안하다.
돌려받지 못한 책도 꽤 있었고. (설마 요즘에도 그러겠냐마는)

하여간에 달갑지 않다.
간혹 집에 전화해서 '내 방 괜찮아요?' 라고 물을 때에는 내 방의 책들이 괜찮냐는 것을 물어보는 건데, 항상 대답은 괜찮단다.
그런데 이번에도 괜찮지가 않다.


내 방은 언제나 위태로움.


수천 권이나 되는 책을 다 가지고 올라갈 수도 없고...

덧글

  • 2012/08/04 02:16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2/08/08 07:21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히카리 2012/08/04 02:24 # 답글

    진짜 싫겠어요. ㅜㅜ
  • TokaNG 2012/08/08 07:22 #

    진짜 싫었습니다.
  • 2012/08/04 06:4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2/08/04 08:27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삼별초 2012/08/04 07:22 # 답글

    어쩔수 없는듯요
    사서 모으는 사람의 입장을 이해 한다면 저런일이 일어나지도 않았겠지만...
  • TokaNG 2012/08/08 07:22 #

    우리 가족에겐 책은 일회용품이라...
  • 알트아이젠 2012/08/04 07:23 # 답글

    저라도 싫을 것 같습니다.
  • TokaNG 2012/08/08 07:22 #

    책 모으는 사람들은 공감.
  • 나미 2012/08/04 07:46 # 답글

    아유 속상하시겠에요
  • TokaNG 2012/08/08 07:23 #

    짜증이 좀...
  • JK군 2012/08/04 08:12 # 답글

    테트리스...
  • TokaNG 2012/08/08 07:23 #

    이제 더는 꽂을 곳이 없...
    책장이 다섯개나 되는데도.;;; (아니, 여섯갠가?;)
  • 동사서독 2012/08/04 08:52 # 답글

    라면 박스 구해가꼬 서울 올라가기 전에 즈짜 있는 만화책들 라면 박스에 몽그리 집어너가 포장해놓고 가이소. 그라믄 즐대 손 못댈 낍니다.
  • TokaNG 2012/08/08 07:23 #

    그러면 저도 손을 못댑니다.
  • 콜드 2012/08/04 09:03 # 답글

    형님들 ㅠㅠ
  • TokaNG 2012/08/08 07:24 #

    젭알...
  • 오리지날U 2012/08/04 13:25 # 답글

    내려갈 때마다 두 상자 정도씩만 택배로 부치는 건 어떨까요. 야금야금.
  • TokaNG 2012/08/08 07:24 #

    서울방에 그정도 공간이 안나옵니다. 부산방도 그리 작은 편이 아닌데도, 책으로 가득 찬 상황인데.;;;
  • 김강 2012/08/04 14:06 # 답글

    아아아악 너무 멋집니다. >.< 저도 본가에 살 땐 저렇게 만화만 정리해둔 책장이 있었는데...;;;; 잠시 가출하고 돌아 오니,,, 사라졌;;;
  • TokaNG 2012/08/08 07:25 #

    저는 그렇게 됐다간 집에 갈 일이 없어지니..
    혹시라도 책이 버려지면 아들을 버리는 겁니다.
  • 아빌라르 2012/08/05 13:44 # 답글

    유리장문 하나 설치하고 열쇠로 잠그시면...;;
  • TokaNG 2012/08/08 07:26 #

    책장을 더 들여놓을 공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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