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는 일기장에. 그냥그런이야기

블로그나 페이스북을 돌아다니다 보면, 저 말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왠지 주인장이 민감한 주제를 꺼낸다거나, (남들이 보기엔)허세 가득한 글을 남긴다거나, 개인적인 감상, 사고, 가치관 등을 기록했을 때, 아주 당황스럽게도 저런 말이 덧글로 달린다.

"일기는 일기장에.."

하지만 내가 꾸리는 블로그가, 내 계정으로 만든 페이스북이, 혹은 내 싸이월드가, 여타 모든 SNS가 내 일기장이 아닐 이유는 무엇일까?
남들에게 보여지는 것이라서일까?
오픈된 공간이라서 일기장이라는 개념은 안 생기는 걸까?

일기라는 것이 달리 거창한 것은 아니다.
하루동안에 있었던 일, 그러니까 겪었던 일이나 보고, 듣고, 느낀 것들에 대한 감상, 어떤 주제에 대해 내가 떠올릴 수 있는 사고, 내가 살아가는 데 지침이 되는 가치관, 짤막한 메모 하나까지도 모두 일기가 될 수 있다.
말 그대로 하루를 기록하는 거니까.

그 하루중에는 기쁜 일도 있을 수 있겠고, 슬픈 일, 황당한 일, 화가 나는 일, 짜증스러운 일, 오만가지 감정들이 고루 분포되어있을 텐데, 그런 것들을 기록한 것을 보고 '일기는 일기장에..'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은 블로그에, 페이스북에, 트위터나 다른 SNS에 무엇을 적길 바라는 걸까?
시덥잖은 사진이나 찍어 올리고, 맛있는 음식 먹었다고 자랑하고, 충격적인 기사나 퍼다 나르고 해야 할까?
아니면 전문적인 리뷰, 깊이 있는 고찰, 발빠른 정보 등, 누구나가 읽고 공감할 수 있는 것만이 남들에게 떳떳하게 보여질 수 있는 걸까?

물론 그런 것들도 일기에 해당하긴 하겠지만..


"일기는 일기장에.."

참 듣기 싫은 말이다.
남의 블로그에서, 남의 페이스북에서 깽판을 친 것도 아니고, 내가 꾸미는 내 공간에서 내 감정, 내 생각을 기록하는 것에도 타인의 눈치를 봐야 하다니.

그릇된 생각과 편향된 시각, 어긋난 감정에 따끔하게 주의를 주고 충고를 하는 것은 되려 반갑기도 할 테지만,
남의 일기장에 와서 뚜렷한 이유도 없이 일기를 쓰지 말라고 일침을 날리는 것은 그리 폼이 나지 않는다.


왠지 저 말 뒤에는 

'나는 이곳 주인장처럼 허세를 부리거나 찌질하진 않으니까..'

라는 사고가 숨어있을 것 같지만,
어? 더 찌질해 보인다.

저 말을 하는 사림이야말로, 일기는 자기 일기장에 써야 하지 않을까?



덧글

  • 김어흥 2012/06/10 11:33 # 답글

    그러게나 말입니다. 저건 지 맘에 안드니까 괜히 투정부리는 것 같아요.
  • TokaNG 2012/06/11 00:01 #

    그럴지도 모르죠.
  • 올비 2012/06/10 13:00 # 답글

    공감공감...
    전 전에 요즘 한창 힘들어하는 한 친구에게 어떤 친구가 '페북에 힘들다 소리좀 하지 마라. 니만 힘드나?' 하는 글을 페북에 쓰길래 그에 대해 장황한 반론을 펼쳤지요 -_-;
    페북 같은 곳 아니면 대체 어디다 힘들다 소릴 하라고? 아니면 맨날 참고 살란 얘긴지...
  • TokaNG 2012/06/11 00:03 #

    그렇게 참고 참다가 정신이 이상해진 사람들이 묻지마 살인을 저지릅...
    저도 평소에 너무 참다보니 한번 꼭지가 돌면 미친놈처럼 날뛰어요.
    적당히 풀어주고 배출하는 게 나을지도.
  • 한컷의낭만 2012/06/10 15:25 # 답글

    블로그는 원래 일기장 아닌감요? 내가 뭐 적던 상관 없는 곳일텐데요.. -_-;;
  • TokaNG 2012/06/11 00:03 #

    그렇다고 너무 아무 말이나 쓰긴 좀 그렇고..
    너무 아무말이나 쓰다가 블로그가 신고당하는 사례도 있으니까요.;;
  • 리뉴얼 중입니다 2012/06/10 18:16 # 답글

    그렇죠...
    저런 말 하는 사람들이 더 찌질해보입니다.
    공감은 못해줄망정...
  • TokaNG 2012/06/11 00:04 #

    공감을 못한다면 적절한 비판을...
  • 포터40 2012/06/10 20:00 # 답글

    그런 덧글 쓰시는 분들 논리대로라면 왜 본인들이 남의 일기장을 제멋대로 읽고 거기다 낙서를 하고 있다는 걸 모르시는 걸까요...-_-;;;
  • TokaNG 2012/06/11 00:04 #

    보여지기 위한 일기장이니까 보는 건 상관이 없겠지만..
  • 쥰쥰 2012/06/12 10:13 # 답글

    으악.
    제가 잠시 블로그에 올리던 만화가 그런 제목이었죠;;
    네 바로 저런 말을 들을 법한(?) 내용에 대한 자조?의 뜻이었달까요ㅎ

    개인적으로 '자유게시판'이라는 것들이 바로 그런 범용이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죠,.
  • TokaNG 2012/06/15 23:59 #

    그러고보니 저 말이 생기게 된 기원이 많은 사람들이 함께 쓰는 자유게시판이었네요.
    어쩌다가 SNS까지 침범하게 된 건지..
  • 소피 2012/06/14 01:10 # 답글

    저도 그런 소리를 들은 적이 있어서
    내맴이여 샹놈아 하고 넘긴적이 있었더랬죠.
    말 그대로 자기 맘인데 왜 글내용도 아니고 감상에.태클인지 ㅋㅋ
  • TokaNG 2012/06/16 00:00 #

    그들은 (스스로 생각하길) 남들과 다르기 때문입니다.
    사실은 똑같은 주제에.
  • 2016/11/17 16:19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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