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는 말. 그냥그런이야기

힘들고 지칠 때 사람들은 한바탕 울어버리면 조금은 후련해질 거라고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눈물이 잘 나지 않는다.

우는 것도 목이 메어오다 눈물이 나야 엉엉 목놓아 소리내어 울 텐데, 슬픈 영화를 봐도, 슬픈 소설을 읽어도, 가사가 애절한 노래를 들어도 목이 아플 정도로 메어오기만 하고 눈물이 나오지 않아 항상 울기에 실패한다.
그래서 힘들고 지칠 때 울어보라는 사람들의 말을 따르질 못한다.
왜 노력을 안 해봤겠는가.


언제부터인가 눈물도 잘 흐르지 않고, 화도 잘 내지 못하고, 최근에는 기쁜 일도 없다 보니 감정이 점점 사라지는 듯한 기분이다.
인간의 4 가지 감정, '희노애락'중 희, 노, 애가 사라졌으니 남은 건 '락' 뿐이다. 
다행히 즐길 거리는 많다. 읽을 책도 한가득 쌓아뒀고... 소설 뿐만 아니라 만화책도 이제는 또 읽을 거리가 생겼다.
아직 만들지 않은 건프라도 남아있고, 티비에선 재미있는 예능프로나 볼만한 영화들이 끊임없이 나온다.
책을 읽을 때 즐겁고, 건프라를 조립할 때 즐겁고, 예능프로를 보면 즐거워서 웃음이 나니 '락'은 아직 살아있다.

하지만 즐거워서 웃는 웃음이 아닌, 기뻐서 짓는 미소는 지어본지 꽤 되었다.


나도 모르는 새에 감정을 잃어가고 있다고 느끼면서도, 사랑이라는 감정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설마 또 사랑하게 될까 싶다가도, 어느샌가 혼자 또 사랑에 빠져있다.

그런데, 이 사랑을 하면서도 사랑한다는 말 하기가 참 힘이 든다.

"너무 좋아하면 안 나올 수도 있는 것 같아요."

라고 하지만, 사실 언제라도 해줄 수 있고, 해주고 싶은 말이다.
몇 번이고, 수도 없이 해줄 수 있는 말이지만 언제 어떻게 해야 상대방이 부담스럽지 않고 진심으로 받아들일지 모르겠다.
상대방을 너무 생각하다 보면, 왠지 적절한 타이밍을 찾기가 힘들다.

아무 때나 툭 한마디 던지기에는 너무 가벼워서 진심처럼 느껴지지 않을 것 같고, 너무 진지하게 무게를 잡고 말하면 괜히 부담스러워서 진저리를 칠 것 같고, 어쩌다 큰맘 먹고 불쑥 말했는데 상대방의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사랑한다는 말이 되려 짐이 될 것도 같다.
어떻게 하지? 하고 머리를 굴리고 굴리다가 결국은 장난스럽게 가벼이 툭 한번 던져보고는 상대방의 무덤덤한 반응에 혼자 쓰린 속을 앓는다.


그렇게 그 말 한 마디를 못해서 상대방의 눈치를 살피다 보면, 사람이 점점 소심해지다 못해 급기야는 찌질해진다.
항상 사랑이 고민이다.


생각해보니, 다른 고민은 딱히 하지 않는다.
돈은 있으면 좋고, 없으면 그만이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고,
삶은 어떻게든 살아지고 있고,
일은 재밌기만 할 수도, 뜻대로만 되기도 힘든 것이라 투덜거리면서도 어쩔 수 없이 하게 된다.
다행히 몸은 아직 건강하고, 집안에도 큰 걱정이 없고, 오로지 머리를 싸매게 되는 일은 그놈의 사랑 뿐이다.

"힘내세요."

라고 하지만, 짝사랑에 힘까지 내면 스토커밖에 안될 것 같다.
큰일이다.

죽을 때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뭐라고 말을 해야겠는데,
그리 길지도 않은 그 한 마디 하기가 시덥잖은 소설책 열 권 읽는 것보다 힘들다.


매일 매일 그 한 마디를 포장하기 위한 구질구질한 미사여구만 하나씩 늘어간다.


점점 찌질해지는 게 싫어서, 혼자 눈치 보며 툭툭 건드리는 것이 신경 쓰이고 폐가 될까 두려워서, 성가시게 구는 것 같아서 매일 밤 잠들기 전에 '이제는 신경 끄고 모른척 해야지. 안 좋아해야지.' 라고 다짐하며 잠들지만, 다음날 아침 마주치면 또 바보같이 같은 사람에게 반해서 하루종일 정신을 못 차린다.
하긴, 어느 소설에서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점점 더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게 아니라, 점점 더 누군가를 싫어할 수 없게 되는 것이라는 걸 알았다.'

라고 하더라.


'첫키스만 50번째'라는 영화를 보면서, 사랑하는 여성을 매일 아침 반하게 만드는 일이 가능하긴 할까? 라고 생각했었다.
한 달 단위도 아니고, 심지어 일주일 단위도 아니고 매일이라니, 너무 가혹하다 라고..

그런데, 매일 아침 같은 이성에게 반하는 일은 너무나도 쉬운 일이다.

어젯밤에 했던 다짐을 금새 또 포기하고 한 눈에 반해서 두근거리고 있다.


덧글

  • 동굴아저씨 2012/06/02 00:37 # 답글

    한 때 노래방을 가면 사랑아를 한 번씩은 부르던 때가 있었습니다(...)
  • TokaNG 2012/06/03 02:42 #

    노래방 가본지가...
  • 림삼 2012/06/02 02:06 # 답글

    어쩐지 별로 도움이 된것 같지 않은거 같네요 ㅜㅋㅋㅋ 힘내세요(...) 아 좀 더 풍부한 어휘력을 가졌다면 좋으련만 -_-a
  • TokaNG 2012/06/03 02:43 #

    아뇨, 글로 써놓으니 묵직해 보이지만, 사실 가벼운 마음으로 쓴 글입니다.
    풍부한 어휘력은 찌질해지면 자연히 생기는.[...]
  • 김강 2012/06/02 02:22 # 답글

    원래는 "사람이 ㅇㅇ 이다" 뭐에요?
  • 데미 2012/06/02 15:04 #

    희망.ㅂ.
  • TokaNG 2012/06/03 02:44 #

    저도 뭐였더라? 싶었습니다.
  • TokaNG 2012/06/03 02:44 #

    대신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세리나 2012/06/02 12:23 # 답글

    ... 힘내세요 ㅜㅜ
  • TokaNG 2012/06/03 02:44 #

    힘내면 스토커라고 써놨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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