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쩌다 그렇게 되었을까? (건축학개론) 영화애니이야기

풋풋한 봄에 잘 어울리는 영화, 건축학개론을 보고 왔다.
사람들의 입에 무수히 오르내릴만큼, 역시 풋풋하고 따스한 첫사랑이 느껴지는 영화였다.

나도 그 시절에 누군가를 좋아했었고, 누군가 역시 나를 좋아했다.
첫사랑이라고까지는 말할 수 없겠지만, 극중의 승민이나 서연 이상으로 가슴 설레였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어쩌다 그렇게 되었을까?

아직도 누군가가 '너 어쩌다 그 애랑 그렇게 됐냐?' 고 물어오면 확실히 답하기 어려운 그때의 그 헤어짐.
확실하게 고백도 못해보고, 그렇다고 서로 마음을 모르고 있던 것도 아닌데, 누구보다 사이가 좋은, 가슴 설레는 친구였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멀어져 나중에는 우연히 마주쳐도 인사 나누기조차 어색해졌던 우리.
영화를 보는 내내 그 친구가 떠올라서 자꾸만 극중 인물들에 우리를 대입시켜 보게 된다.

그런 헤어짐 이후 우리는 다시 만나지 못하고 있지만, 영화에서는 용기를 내 둘을 다시 만나게 한다.
과연 이루지 못한 첫사랑을 다시 만나는 게 좋은 일일까? 하는 궁금증에 대해 이 영화는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해답을 내려준다.
하긴, 이미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는 아무리 설레었던 첫사랑이라도 이미 늦은 거겠지만.
누구든지 그 오랜 세월을 마냥 첫사랑만 그리며 홀로 보내진 않을 테니까.

괜히 뒤늦게 다시 나타난 첫사랑에, 그리고 너무 늦게 알아버린 마음에 싱숭생숭하기만 할 뿐, 되돌리기엔 너무 많이 지나쳐 버렸다.

나도 마음만 먹으면 다시 만날 수는 있겠지만, 차마 그럴 용기가 나진 않더라.
다시 만난다고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어폰을 한 쪽씩 나눠 끼며 같은 노래를 즐기던 추억도 이제는 이미 오래전 일이다.
이어폰에서 흘러나온 노래는 달랐지만, 저들의 모습을 보며 괜히 내 귀를 한번 만지게 된다. 틈만 나면 내 귀에 이어폰을 꽂아주던 그때 생각에..


영화속 저들이 듣던 노래, 기억의 습작은 정말 나이스한 선곡이었다.
이미 노래만으로도 가슴이 저며오는 곡인데, 영화가 끝날 즈음, 긴 시간을 돌아 다시 받은 낡은 CDP에서 재생되는 그 노래가 극장안을 가득 메울 때엔, 정말 딴생각도 못하고 노래에 빠져들게 된다.
그 가사가, 멜로디가, 목소리가 BGM으로 깔리면서 지난날 내 첫사랑이 스크린에 그려진다. 
그 노래가 흐르는 동안에 불을 켜주지 않은 극장이 괜히 고마웠다. (아니, 잠깐 켰다가 생각보다 사람들이 안 일어나니까 다시 꺼버린 것 같았지만)
아마 불이 켜지고 어수선한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면 감흥이 덜했을 텐데.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던 우리.
지금은 다들 다른 사랑을 하고 있겠지만, 첫사랑의 추억은 잊혀지지 않고 가슴속에 흑백영화처럼 오래도록 간직되는 모양이다.

항상 실제보다 180%정도는 미화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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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올비 2012/04/16 16:58 # 답글

    이 영화 평을 보면, 확실히 남녀차가 보이더군요 ^^;
    남자분들은 대개 토깡님과 비슷한 평을 해요. 하지만 여자들은 음음... 뭐 그랬나보다.. (저도 그러더라고요)
    그런 걸 보면 확실히 남자는 첫사랑에, 여자는 마지막사랑에 초점을 두는 게 맞나보다 싶기도 합니다.
  • TokaNG 2012/04/23 00:07 #

    하긴, 대부분 좋은 평을 남긴 사람들을 보면 확실히 남자들이 많은 듯.
    저는 제 경험과 너무 흡사해서 더욱 공감이 가고, 또 재밌었지만..

    사실 남자들이 반칙이죠. 언제까지나 첫사랑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질 못하니..
  • 이세리나 2012/04/16 17:52 # 답글

    여자친구랑 같이 봤는데 영화 자체가 재미있긴했습니다.
    그런데 아직 20대중반이고 하다보니 첫사랑의 아련함보다는 그냥 코믹적인 요소도 좋고 풋풋하고 좋은 영화를 본 기분? 이 영화를 결혼하고 30대에 만났다면 다른 기분이 들었을거 같습니다.

    여자친구가 '와 한가인 진짜 왜 저렇게 이쁘지?' 할때 저는 속으로 '수지 진짜 이쁘다' 했었네요[..] 수..수지 짜응(.....)
  • TokaNG 2012/04/23 00:08 #

    아니, 언제 여자친구를??!!

    나이가 드니 저런 풋풋한 사랑이 더욱 아련하게 다가옵니다.
    감성적이 되어서 큰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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