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 그냥그런이야기

유치원 졸업식은 너무 어릴 때라서 기억조차 나지 않고,

국민학교 졸업식은 편모슬하에서 자란 친구 하나가 어머니께서 졸업식에 너무 늦게 오시는 바람에 졸업식이 끝나고 모두들 가족들과 사진을 찍고 희희낙낙 하며 돌아간 후에 나와 그 친구, 단 둘이 텅빈 운동장에 남아 어머니를 기다리다 졸업식이 끝난지 무려 두어시간이 지난 후에야 겨우 도착한 어머니와 함께 울면서 교정이니, 교실이니 사진을 찍고, 어머니와 친구와의 사진 한 장, 친구와 나와의 사진 한 장을 찍고는 쓸쓸하게 헤어졌던 기억이 강하게 남아있다.
삼각대도 없이 단 세 사람뿐이라 찍어줄 사람이 없어 모두 함께 찍힌 사진 하나 없이, 다른 친구들과 찍은 사진 하나 없이 너무나도 쓸쓸했던 그 친구의 졸업식.
그러면서도 누구보다 환한 웃음을 가진 그 친구와의 졸업사진은 이후로 만나지 못해 나한테는 없지만, 기억만큼은 어느 졸업식보다 또렷하다.
그 친구와 함께 어머니를 기다려주느라 졸업식을 마치면 으례 해야할 것 같았던 가족과의 외식은 포기해버렸지만..

중학교 졸업식은 여느 졸업식처럼 아무일 없이 잘 치뤄지는 듯 했지만, 아버지께서 늦게 오시는 바람에 졸업식 후에 친구들과 놀러 가기로 했던 약속을 나만 못 지켰다.
다들 한참을 기다려주다가 너무 늦으면 신나게 놀지 못할 것을 우려해서 먼저 다 가버리고, 뒤늦게 아버지께서 오셔선 급하게 사진 몇 장 찍고 따라 나서봤지만 친구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휴대폰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함께 움직이지 않으면 길에서 우연히 마주치기를 기대하는 수 밖에 없었으니.
그래서 친구들은 한창 즐겁게 놀고 있을 시간에 나만 혼자 집에서 티비나 봤다.

고등학교 졸업식은 성격이 삐뚤어질대로 삐뚤어져서, 아이들이 밀가루며 계란을 투척하며 난장을 부리는 것이 못마땅해 피해 있다가, 누군가가 던진 계란의, 그것도 흰자가 하필이면 바지의 애매한 부위에 튀어서 짜증이 나있던 차에, 그걸 본 또다른 누군가가 '아무리 졸업이 흥분되도 그렇지, 혼자 구석에서 딸딸이 치다가 바지에 쌌나?' 하고 놀리기에 발끈해서 집에 가버렸다. (계란 흰자는 성분이 정액이랑 똑같다고 색즉시공에서도 그러더라.)
이미 개판이 되어버린 졸업식따위 하던 말던.
그따위 졸업식이 요즘의 난장판 졸업식의 시작이었을 줄이야. 기사를 보니 요즘은 졸업식에 경찰까지 대동한다던데.. (뭔 짓이야.;)
덕분에 졸업장이고 앨범이고 뭐고 하나도 받지 못해서 후에 따로 받았다.
고등학교 졸업식은 정말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대학교 졸업식은..
입학은 했지만 졸업은 한 적이 없어서 기억에 없다.


태어나서 살아오면서 횟수가 정해져있다면 정해져있을 졸업식.
아주 제한적인 경험이라 소중한 기억으로 간직되어야 할 졸업식이 구멍이 숭숭 뚫렸다.

어제 연세대학교(인지 대학원인지) 졸업식이 있었다.
길거리에 즐비한 꽃다발 좌판과 수많은 사람들과 학사모를 보니, 새삼 졸업이라는 것이 부럽더라.

난 이제 무엇에서 졸업할 수 있을까?


덧글

  • ChronoSphere 2012/02/28 03:01 # 답글

    솔로 졸업 하세유
  • TokaNG 2012/02/28 23:06 #

    그전에 인생을 졸업하겠네.
  • 이세리나 2012/02/28 06:40 # 답글

    솔로 졸업!
  • TokaNG 2012/02/28 23:06 #

    그것은 꿈.
  • 해보리 2012/02/29 12:47 # 답글

    ㅋ 솔로졸업

    징크스 처럼 돼버렸네요. 다른 좋은일로 만회하세요 :-)
  • TokaNG 2012/03/03 00:44 #

    좋은 일이 없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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