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공포증. 그냥그런이야기

여자도 좋아하고, 사람 만나는 것도 좋아하지만, 헤어지는 것이 무섭고 싫어서 함부로 다가가기가 두려워진다.
상대방이 다가와도 슬슴슬금 피하게 된다.
연애라는게 하고 싶기도 하지만, 막상 '또 연애가 시작되어버리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면 덜컥 겁부터 난다.


연애 하기가 무섭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주변을 맴돌며 은근슬쩍 마음을 비추기도 하지만, 이윽고 상대방이 반응을 하기 시작하면 덜컥 겁이 나서 움츠러든다.
저쪽에서도 나를 신경쓰기 시작하면 괜히 어색해지고, 뻘쭘해지고..  더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생겨도 어물쩡 어물쩡.

차라리 혼자 좋아할 때가 더 편한 것 같은 느낌이다.

어쩌다가 좋은 관계로 발전하게 된다 해도 괜시리 내가 좋아하는 그 사람은 아주 우월해 보여서 옆에 서있는 나 자신이 초라해 보인다.
생긴 것도 어중간, 벌이도 어중간, 성격은 음침하고, 취미는 오덕하고, 재미있게 놀 줄이나 아나, 던지는 멘트는 족족 썰렁하다고 핀잔을 듣기 일쑤고, 술도 잘 안 마시니 분위기를 맞춰주기도 힘들다. (요즘은 정말 나보더 술 덜 마시는 여자를 보기가 힘들더라.;)

반면에 상대방은 주변사람들에게 인기도 많고, 성격도 좋고, 꽤 매력있게 생겼고, 놀기도 잘 놀고, 그렇다 보니 항상 주위에 사람들이 들끓는다. 어떤 면을 봐도 나보다 우월해 보인다.

그렇게 내세울 것 하나 없다 보니 그 좋은 사람이 괜히 이런 나한테 엮여서 더 좋은 사람을 만날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는 것 같아서 상대방에게 미안해진다.

그래서 연애를 할 때면 늘 입버릇처럼 말하는 게

"더 좋은 남자 생기면 망설이지 말고 말해라. 괜히 놓치거나 양다리 걸치다 주위에서 욕 먹지 말고.."

...

하여간..



나를 좋아한다고 밝혀오는 사람이 생겨도 이제는 곤란하다.
괜히 마음만 싱숭생숭 하다가, 괜히 신경이 쓰이고 자꾸 눈에 밟혀서 생각나다 보면 나까지 상대방이 좋아진다.
그래서 이윽고 내가 좋아한다는 티를 낼 무렵이면, 그래서 상대방의 마음에 응하기 시작하면 먼저 좋아한다고 마음을 전해왔던 상대는 이미 식어버려 어정쩡한 사이가 된다.
먼저 좋아한다고 말해줬으니 어영부영 어째 드디어 사귀는 것도 같은데, 도무지 언행에서는 연인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
그러다 보니 어디 가서 연인이 생겼다고 말하기도 애매하다. 아니 미안해진다.
난 자랑하고 싶지만, 상대방은 이제 숨기고 싶어 하는 눈치가 훤하거든.

그럴 거면 차라리 그냥 '이제는 마음이 식었나봐요.' 하고 확실하게 말해두면 좋을 것을.



친구가 말하길, 

"니는 너무 금방 여자한테 반한다."

라고 할 정도로 내가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것에는 그리 오랜 시일이 걸리지 않는다.
그리고 미련스럽게도 한번 좋아하는 마음이 들기 시작하면 아주 오래도록 그 마음이 남아서 곤란하다.
그렇다 보니 늘 상처받는 쪽은 내쪽이다.
상대방은 내가 우물쭈물 하는 사이에 이미 마음이 반쯤(혹은 그 이상)은 식어버렸는데, 난 그제서야 빠져들어 사귀는지도 모르게 아주 잠깐 만나다가 금새 헤어지곤 그 뒤에도 헤어나지 못하니.

정말, 미련한 곰 같은 연애의 좋은 표본이 아닐까?


내가 먼저 좋아해도 곤란, 상대방이 먼저 좋아해줘도 곤란하다.
어떻게든 호감이 생기는 순간 '이대로 연인으로 연결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앞선다.
예전 같으면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도 여기저기 떠벌리고 다니고, 연인이라도 생기면 동네방네 자랑이라도 할 기세였지만, 요즘에는 아주 조심스러워진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뻔히 티가 나면서도 스스로 말하기 부끄럽고, 누군가가 눈치채고 물어와도 말 돌리기 일쑤, 연인이 생긴다 해도 전 처럼 자랑을 할 수 있을까 싶다.
아마 자랑해서 사람들이 축하해주는 그 순간에 이미 헤어져 있을 것 같아.
마치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정말, 우스개 소리로 연애할 자세가 안 되어 있다고 했지만, 그건 사실 핑계고, 연애 하기가 무섭다.



덧글

  • DEEPle 2012/02/14 10:44 # 답글

    그래도 아직 그런 마음이 남아 있으시다는건 다행일지도 몰라요.

    전 메마를 여유조차 없어서(..)
  • TokaNG 2012/02/18 01:00 #

    아직 한창이신 분이...
    삼십대 아저씨도 발악을 하는데...
  • 해보리 2012/02/14 12:42 # 답글

    저도 비슷한 것 같아요. 여성앞에서는 자연스레 긴장이 되는데 무의식적으로 당당하게 보이고 싶어하는 성향이 있어서 못내 불편하더군요.

    생각해 보니 여성에게 무언가 편하게 대하고 속내를 보이기를 무서워 하면서 연애관은 대단히 완벽해서 '모두 털어놓는 연인사이이고 싶고 서로 잘 통할것 같지 않으면 시작도 하지 마라.'라고 생각하고있죠. 제대로 될리가 없죠.

    나이 먹으니 생각이 바뀌어요. 내가 나무라고 하면 날 응원해주는 햇빛같은 여성을 만나고 싶어요. 이상형이 누구냐 묻는다면

    첫째로 날 좋아하고 응원해주는 여성이면 리스트에 들어간다. 라고 할지도 몰라요. 짝사랑은 애틋하고 훈훈한게 아니라 그저 나와는 맞지않는 '방식'이더군요.
  • TokaNG 2012/02/18 01:01 #

    사람은 만나가면서 알아가는 게 가장 좋더군요.
    이것 저것 다 알고 시작하면 점점 좋은 점은 식상해지고 나중엔 안좋은 점이 더 잘 보여요.
    모르고 있던 상태에서 만나다 보면 좋은 점 찾는 재미가 숨은그림 찾기보다 쏠쏠합니다?
    하지만 상대방도 다 내맘 같진 않다는 게...
  • 2012/02/18 10:0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TokaNG 2012/02/18 18:49 #

    저런.. 자기개발에 이성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 아직 모르시다니..
    저는 제가 발전할 수 있었던 순간은 언제나 맘씨 고운 여자친구가 함께 해줄 때였습니다.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 평소보다 더 발악을 하게 되거든요. (그래봐야 본성이 어디 가진 않지만.;)
    혼자서는 지치고 힘들어 포기하게 될 자기개발도, 곁을 지켜주며 따뜻하게 감싸주는 이성이 있으면 힘이 배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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