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 헌터 일러스트레이션스. 내가노는이야기

오랜만에 화집을 하나 샀습니다.
몬스터 헌터 일러스트레이션스.

예전에 화실에 있을 때 일본 편집자가 선생님께 선물한 것을 보고 '오! 이런 기똥찬 디자인이 가득한 설정집이?!!' 하며 탐내다가, 지금의 게임회사에 입사하자마자 참고자료용으로 구입하고 싶어서 인근 대형서점을 다 뒤지고 온라인 서점도 뒤적거리며 그렇게 찾아다녔는데, 그리 애타게 찾을 땐 코빼기도 안 보여서 잠시 잊고 있었는데 이제야 눈에 띄어서 낼름 샀습니다.
그것도 무려 한글로 번역된 정발판으로!

정발판이라 역시 원서보단 저렴하긴 하네요.
이 책을 주문할 때 혹시나 싶어서 검색을 해보니 원서는 6만원이 넘어가던데, 이 책은 38,000원입니다.
되려 늦게 눈에 띄어서 다행인 건가?; 작년 12월쯤에 출간된 것 같던데.. (찾아다닌 것은 9~10월이었으니.;)

어쨌든, 왠지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듯한 시원한 지름이라, 망설임 없이 화끈하게 결제했습니다.
그리고 결제하자마자 우연히 원서 카피본을 구했습..orz



금박 문양이 화려하게 씌워진, 멋드러진 일러스트의 케이스.

속에서 두 권으로 나뉘어진 일러스트북이 나옵니다.
원서에서는 몬스터와 인간, 종족으로 나뉜 것 같았는데, 정발판에서는 칼라흑백으로 단순하게 나눴네요.
단순해서 보기 편한 것 같기도 하고, 불편한 것 같기도 하고..
칼라부분이 월등하게 많아서 두께차이가 꽤 납니다. 덕분에 책이 무겁네요.; 
 
그중에서 우선은 칼라만 담은 책.
표지부터가 아주 강렬합니다.

책장을 넘기면, 초반부터 화려한 그림들이 나오면서 대략적인 세계관을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드래곤 등 몬스터들에 대한 설정그림들이 빼곡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간단히 디자인만 보여주는 러프에서부터 디테일하게 칼라가 들어간 그림까지 매우 다양해서 아주 좋습니다.
몬스터 헌터 게임을 해본 적은 없지만, 정말 다양하고 멋진 몬스터들이 많아서 그래픽만 봐도 재밌을 것 같은 게임이겠다 싶네요.
 
그리고 이어서 인간들의 방어구에 대한 설정화가 더 빼곡하게..
이 방어구 디자인들에 반해서 이 책을 구하고 싶었습니다. 정말 발상이 좋아서, 호랑나비에서 착안한 듯한 방어구에서부터 영덕대게를 닮은 방어구, 북국의 에스키모들이 입을 것 같은 옷들이랑 인디언을 닮은 복장까지 아주 다양합니다.
수십종의 화려한 방어구들의 향연을 보면서 '게임 디자이너들 대가리 참 기발하구나!' 싶었던..

그리고 페이지를 더 넘기면 각종 장비에 대한 상세설정이 나옵니다.
어떤 도구는 어떻게 착용하고, 어떻게 쓰이고, 어떻게 움직인다는 부연설명과 함께 좀 더 디테일한 설정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각종 무기의 디자인.
무기 역시 방어구와 마찬가지로 발상이 뛰어난 디자인이 많아서 볼 수록 감탄하게 됩니다.
가지런하게 늘어놔서 한눈에 보기도 편하고.

그리고 설정화들이 모두 지나가고나면 각종 패키지 일러스트들이 주욱 이어집니다.
그림 정말 멋지게 잘그렸네요.ㅠㅠ 다만 한 페이지에 거의 두 장씩 실리다 보니 사이즈가 작아서 조금 아쉽습니다.

칼라편에는 이것들 말고도 아이콘이나 간단한 낙서(?) 같은 그림들도 실려있고, 참여한 여러 디자이너들중 어느 디자이너가 어떤 것들을 디자인했는지, 그리고 그 그림들이 게임에 쓰였는지 아닌지에 대한 여부들도 상세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각 설정화들에는 간단한 메모에서부터 스텝 코멘트까지 많은 글들이 하나 하나 번역되어있어서 좋은 참고가 될 듯.
원서를 구해서 그림만 봐도 입이 쩍 벌어질 책이지만, 번역되어 글까지 읽을 수 있게 되니 볼 거리가 더 많아진 느낌이네요.

그리고 흑백 그림들을 담은 흑백편.

몬스터들의 러프한 스케치들과 세부설정, 그리고 각 부위에 대한 코멘트 등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인간들도 마찬가지.
여러가지 러프 스케치중에 골라서 채색에 들어간 듯. 러프만 봐도 상당하네요.;

드문 드문 펜화로 그려진 일러스트도 눈에 띕니다.
보면 볼 수록 혀를 내두르게 되는 실력들이네요.ㅠㅠ

이쯤 되야 게임 디자이너라고 할만 하지.;ㅅ;
입사후 제가 그린 그림들을 보면 한숨만 푹~
그런 그림들이 게임에 실릴 걸 생각하니 벌써부터 민망해서 손발 퇴갤입니다.ㅜㅡ

역시 처음 잠깐 봤을 때도 한눈에 반할 만큼 굉장히 괜찮은 책입니다.
그동안 문득 문득 자꾸 생각났었는데, 기어이 구하고 마네요.

일러스트들의 인쇄품질도 좋고, 발색도 괜찮고, 종이질도 고급스럽고, 아주 자잘한 메모까지 일일이 번역해놓아서 아주 만족스러운 책입니다.
다만, 몇몇 일러스트에 새겨진 문구는 원서에서보다 폰트가 구려서 느낌이 제대로 살지 않아 아주 조금 아쉬웠네요.
일러스트와 떨어진 문구야 폰트가 달라져도 그러려니 하더라도, 일러스트에 새겨진 문구는 폰트가 달라지니 일러스트의 분위기마저 달라지는 듯한 느낌이라.;;

그리고 책 내용물은 아주 만족스럽다 치더라도, 케이스는 매우 불만입니다.
때가 잘 타거나 찢어지지 않게 코팅된 종이에 인쇄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두꺼운 하드보드지도 아닌, 단순히 얇은 마분지에 그림이 인쇄되었을 뿐이라 아주 조심스러워집니다.

얇은 마분지 한 장에 불과한 케이스라, 두꺼운 책의 무게를 견디지도 못해 그저 책을 뺐을 뿐인데도 모서리부분이 조금씩 찢어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조심하려 해도 조금이라도 책 무게가 실리면 지지직 금이 가니 험하게 다루면 금방에라도 찢어져서 못 쓰게 될 듯.; 
그리고 책을 도로 넣을 때에도 꽤 타이트해서 조심스럽게 끼워넣어야 하는데 도무지 힘 주기가 애매합니다.
자칫하다간 케이스가 구겨지거나 급기야 아주 갈라질 판이라.;;

더군다나, 코팅된 종이가 아니다 보니 물기가 묻으면 금새 쭈글쭈글해지고, 때도 금방 타서 일러스트가 시커멓게 되거나, 어딘가에 찍히거나 쓸려서 인쇄가 닳으면 하얗게 자국이 생깁니다.
손에서 베어나오는 땀에도 쭈글쭈글해져서 오래 들고 있으면 보기 안좋아요.ㅠㅠ
케이스 치고는 내구성이 완전 꽝인 듯.;;

책은 안전하게 잘 보관하기 위해 케이스가 딸리는 것이 보통인데, 이건 책보다 케이스를 온전히 보존하기가 힘들다니.;ㅅ;
'케이스는 덤이니까' 라고 생각하려 해도 인쇄된 일러스트랑 기껏 씌워진 금박이 아깝지 말입니다.;ㅂ;

원서도 케이스가 이모양이었던가?;;
본지가 하도 오래 되서..


어쨋든, 케이스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게임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사볼만한, 아주 고퀄리티의 좋은 책입니다. 
이런 퀄리티의 설정화집이 많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ㅅ;
혹시 많이 나와있는데 내가 모르는 것 뿐일 수도 있지만..

화집들은 서점을 가도 다들 랩핑되어 있어서 내용을 확인하기가 힘들어요.;ㅅ;
표지만 보고 덜렁 샀다가 낚인 적이 너무 많아서 함부로 사기도 위험하고..
더군다나 함부로 사기에는 가격들이 ㅎㄷㄷ이니.ㅜㅡ



원서 카피본을 구했다지만, 역시 이런 책은 실물로 보는 것이 훨씬 좋군요.
만화책도 스캔본따위보다 실물이 훨씬 보기 편하고 좋은데, 화집은 오죽할까.
더군다나 스캔하면 칼라가 제대로 살지도 않는데..


그러니까 책은 사서 보는 것이 답입니다?


덧글

  • 2012/02/04 09:34 # 삭제 답글

    게임회사 입사하셨네요. 게임회사 좋아요?ㅋ
  • TokaNG 2012/02/05 21:01 #

    그냥 다닐만 합니다.
    월급 제때 제때 나오고, 사람들 좋고, 요즘은 야근도 없고..
  • 투학 2012/02/04 23:14 # 답글

    앗 저책ㅋㅋ 학교에서 단체로 책살때 끼어있었습니다ㅎㅎ
    방어구와 몬스터, 의상이 아주 인상적인 책이였는데 또깡님도 구하셨군요.
    저도 가끔씩 뒤져보면서 많이 참고하고 있어요.
  • TokaNG 2012/02/05 21:02 #

    전 저 책 사려고 서점은 십수군데나 돌아다녔었습니다.ㅜㅡ
    좀 더 빨리 구했다면 더 큰 도움이 되었을 텐데, 이미 도움이 필요했던 순간이 한번 지나갔어요.;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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