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루를 돌아다니다 보면,
"초면에 덧글 남겨서 죄송하지만.."
이라는 덧글을 종종 본다.
인터넷속 사람들은 익명성이라는 허울 좋은 울타리 뒤에서 평소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가면을 쓰고 온갖 험한 말을 늘어놓으며 예의 없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위와 같은, 너무 과도한 예의를 차리기도 한다.
자신은 익명성 뒤에 숨어서 악플이나 일삼은 여느 유저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어필하고 싶은 걸까?
스스로를 너무 낮추고, 하지 않아도 될 사과를 한다.
'초면에 덧글 남겨서 죄송하지만' 이라는 말은 너무 조심스럽다.
여러 블로그를 돌아다니다가 마주치는 사람들이 초면이 아니면 언제 구면이 될 것인가? 일단 덧글이든 뭐든 흔적을 남기고, 그 흔적이 거듭될 때에 넷상에서 비로소 구면이 되는 것일 텐데, 초면에 덧글을 남겨서 죄송하다니.;
죄송하다는 건 자신이 잘못을 했을 때 하는 사과, 영어로는 'sorry' 와 같은 말이다.
초면이라는 게 걸린다면 죄송할 것이 아니라, 그냥 실례합니다~ 하면 될 텐데. 영어로는 'excuse me'.
어딘가에 방문하기 위해 노크를 할 때, 초인종을 누를 때 '실례합니다~' 라고 하지, '죄송합니다~' 라고는 안 하지 않는가.
초면에 예의를 차리는 것은 좋지만 잘못을 하지도 않았는데, 덧글을 남기는게 잘못하는 것도 아닌데 사과부터 하는 사람이 종종 보이더라.
이런 과도한 예의를 차리는 사람들은 아주 흔하게 존칭마저 잘못 쓴다.
상대방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사물을 높이기도 하고, 동물을 높이기도 하고, 어떠한 상황이나, 급기야는 자신을 높이기도 한다.
너무 과도하게 존칭을 쓰려다 보니 나중에는 누굴 존대하는 건지도 알 수 없게 되어버린다.
익명에 숨어서 악플을 남기는 것도 하면 안될 짓이지만, 너무 움츠러들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적절하게 상대방을 존대하고 욕만 안 쓰면 됐지, 너무 과도한 예의는 스스로를 너무 보잘것 없게 만들지 않을까?
덧글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제 글에 댓글을 달아주는 것만해도 엄청나게 감사한 일을 해주시는 건데, 죄송하다는 말까지 받으면 기분이 이상하달까요.
'아니 정말 감사할 일을 하셔놓고 왜 죄송하다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래서 저 같은 경우에는 밸리들 돌아다니면서 글 보고 댓글 달때 그냥 당당히 제 의견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니까 욕만 안 하면..
저도 그냥 마치 어제 왔다 다시 온 각설이처럼 불쑥 들어가서 할 말만 하고 나옵니다.
그러다 죽이 잘 맞으면 링크도 하고 친한척 하는 거죠. : )
http://menbung.egloos.com/2887996#1781454 - 들은 적 없고 관심없는 나꼼수 연관 개그를 쳤다가 블로그 주인장께서 기겁하시는 장면 ㅠㅠ
코드가 맞지 않으면 자칫 기분이 상할 수도 있는 게 개그덧글이거든요.;
개그를 치고 싶으면 블로그를 둘러보고 성향을 파악한 뒤에 개그가 통할 것 같으면 남기는 게 좋은 듯. 저도 코드가 맞지 않는 개그를 쳤다가 상대를 기분 상하게 한 적이 있어서 이후로는 조심스러워 합니다.;;
그리고 유행을 타는 개그는 당사자가 관심이 없으면 전혀 통하지 않죠.ㅜㅡ
저도 꽤나 유행이 뒤떨어진 놈이라 저런 개그는 대처를 못합니다.;;
다만 너무 스스로를 격하시키는 것이 안타까울 뿐..
무지 공감이 가거나 잘못된 정보를 담고 있는 덧글이 있어서 무어라 말을 잇고는 싶은데 덧글로 달자니 이미 다른 내용의 덧글이 많이 달려있어서 나중에 달린 내 덧글이 쌩뚱맞아 보일 것도 같고, 그래서 답글로 남기자니 왠지 주인장의 성역(?)을 침범하는 것도 같고..
좀 친분이 있는 사람의 이글루라면 개의치 않겠지만, 생판 초면인 경우에는 아무래도 신경이 쓰일 테니까요.;
저는 그런 경우에는 거의 무시하고 나오는 편입니다.
저는 오히려 '처음 덧글을 남깁니다'라는 식으로 시작하는데 말이지요.
그것만으로도 예의를 아주 잘 차린 것 같아요.
굳이 잘못을 하지도 않았는데 죄송까지 할 필요는..
허허.....
과도한 예의는 약간 부담되지만 ....
악플러들은 사실 상대할 가치를 못 느낍니다.
가끔 맞받아치고 싶을 정도로 꼭지가 돌긴 하지만, 그렇다고 같이 욕하면 나중에 더 찜찜하더라구요.;
예법도 모르시나보죠?라며 주인장이 댓글 지적하는걸 몇번 봐서;;
예의뿐 아니라 예법도 있는 것 같던데 케바케라고 다들 그런 건 또 아닌 것 같고...
한번 까칠하게 반응 당하면 그럴 수 있을 것 같네요.
저도 그런 경우를 이글루 돌다가 아주 보지 못한 건 아니에요.
그런 이글루에는 아무리 본문을 잘 읽었어도 덧글을 남기긴 싫어요.;
개인적으론 차라리 그런식으로나마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려는 의지가 있는 분들이 좋습니다.
분명히 있습니다. 저사람은 처음보는 사람인데 왜 저런식으로 튀어나와서 댓글달지?
생각하는 분들.! 그러니..미안하다로 시작할수 밖에요 =_=;
사실 그런 분들의 대다수는 워낙에 해괴한(?)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넷상이다 보니, 지뢰(?!)를 밟기 싫어서 일부러 최대한의 방어를 하시는 경우겠죠.
정말로 올바른 예법을 몰라서, 혹은 스스로를 보잘것 없다고 생각해서 격하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비슷한 예로 서비스업에 종사하시는 분들도 그렇죠.; 워낙 진상고객들을 많이 상대하다 보니 나중에는 일부러 비정상적인 예법을 교육시키기까지 하더란.;;
저도 포스팅을 재밌게 읽었는데 감히 덧글 남기기가 뻘쭘한 분위기의(가끔 그런 이글루가 있어요.; 너무 고요해서 정말 덧글 남기기가 애매한..) 이글루에서는 이전 포스팅들을 훓어보며 덧글과 답글유형을 대충 파악하고 최대한 거기 맞춰서 덧글을 남깁니다.
그런 곳에서는 함부로 친한척 할래야 할 수 없어요.;
그냥 지나가는 나그네처럼 바람 같이 사라져야지.
존대를 과하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ㅇㅇ
그럴 땐 내 평소 말투가 남들에게 위협적인가? 하고 다시 돌아보게 됩니다.
친구중에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애들이 많은데, 그들의 푸념을 듣고 있으면 정말 제 3자인 제가 다 질릴 정도니까요.;
그런 진상들을 몇 번 겪다 보면 저렇게 과도하게 예의를 차리게 되기도 하더군요.
바보들 때문에 멀쩡한 사람이 더 바보가 되어야 하는 이상한 사회.;;;
그런 사회속 사람들이 이용하는 인터넷도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님은 초면에 갑자기 무슨 소리시죠?
이도 저도 아니라면 그냥 자신의 의견에 반대되는 덧글을 단 것이 그저 못마땅한, 예의가 없는 사람이 보통.
저도 낯을 참 많이 가리는 편이지만, 그렇다고 사람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라서 먼저 다가오면 그저 땡큐입니다.
라는 인사말이면 충분하지 않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