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데기를 못 먹겠다. 내가노는이야기

어릴 때는 곧잘 먹었던 번데기.

해운대 바닷가에 바람을 쐬러 가면 한쪽 모퉁이에 리어카를 갖다 대고 소라며, 번데기며, 솜사탕이며 팔곤 했다.
그러면 그거 한번 먹고 싶다고 떼를 써서 신문지를 깔때기 모양으로 접어 만든 봉투 가득히 300원에 사먹고 했었는데..
작은 봉투는 300원, 큰 봉투는 500원.
삼형제나 되어서 작은봉투를 하나 사도 한사람 앞에 돌아가는 건 몇 개 되지 않았지만, 꼴랑 그것도 맛있다고 냠냠 쪽쪽 빨아먹고, 씹어먹곤 했었다.

그 맛있던 소라, 번데기.

그런데 이제는 그 소라며 번데기를 못 먹겠다.
소라는 지금도 가끔은 먹고 싶긴 하지만, 어디선가 소라를 별 생각없이 쪽쪽 빨아먹다 보면 속에서 소라가 아닌 다른 무언가가 나오기도 한다는 괴담 같은 말을 들어서 왠지 꺼림직해서 후로는 먹고 싶어도 침을 흘리며 애써 외면하곤 했는데, 
번데기는 다르다.
번데기는 이제 먹고 싶다는 생각도 안 들 정도로, 그냥 못 먹겠다.;

번데기는 호프집에 가면 기본안주로 나오기도 하고, 메뉴에 있기도 하고, 통조림으로 팔기도 해서 먹으려고 하면 얼마든지 먹을 수 있지만, 왠지 이제는 먹을 엄두가 안 난다.
어릴 때 맛있게 먹을 땐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는데, 문득 오랫동안 번데기를 먹지 않고 있다가 새삼스레 번데기를 접하고는 요리조리 살펴보니,

너무 징그럽게 생겼다.
악! 나랑 눈 마주쳤어! 가만 보니, 이놈 다리도 달려있잖아.;;
이런걸 무슨 수로 우적우적 씹어 먹어?!

그 뒤로 번데기를 보면 징그럽고 무섭다는 생각이 들어서 못 먹겠더라.

으~ 왠지 그놈을 입에 넣으면 막 입안에서 살아 꿈틀거릴 것 같아. 그 무성한 다리로 꼼지락거리며 내 혀를, 입천장을 간지럽힐 것 같아.;
야금야금 씹어서 삼켜도 왠지 덜 씹힌 놈 하나가 '나는 살아야 하느니..' 하며 내 식도를 다리로 콕콕 찍어 기어 올라올 것 같아.;;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번데기를 보는 것도 무서워졌다.

악! 그 맛있는 번데기를 두고 무슨 상상을 하는 거람?


씹으면 몰캉하고 따뜻한 육즙이 흘러나오는 고소한 녀석이지만, 이제는 차마 못 먹겠다.
다른 사람들이 먹는 것도 못 보겠다는 게 아니라, 그냥 내가 비위가 약해져서 못 먹겠다.

번데기,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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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깡이 窮狀 茶飯事♠ : 2011년 내 이글루 결산 2011-12-31 02:12: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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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세피레노 2011/12/07 23:38 # 답글

    ..마지막 짤방이 저에겐 위꼴이네요
  • TokaNG 2011/12/10 22:32 #

    노렸습니다. (어이)
  • 고독한승냥이 2011/12/08 00:01 # 답글

    함부로 도전하기 힘든 먹거리죠.
  • TokaNG 2011/12/10 22:32 #

    하지만 어릴 땐 정말 잘 먹었는데...
  • 세일리아 2011/12/08 00:31 # 답글

    맛있겠네요 -A-...! 먹고싶다 핳핳
  • TokaNG 2011/12/10 22:32 #

    드세요!!
  • 이세리나 2011/12/08 02:05 # 답글

    아 번데기.. 왜 안번데기요 ㅠㅠ 먹고싶다! !
  • TokaNG 2011/12/10 22:33 #

    징그러워서 안 번데기요.
  • ChronoSphere 2011/12/08 03:28 # 답글

    안그래도 못먹는거였는데

    몇년전에 연구소에서 일하면서 나방을 대량으로 계속 사육을 해봐서 도저히 먹을 것으로 안보입니다 --;;;
  • TokaNG 2011/12/10 22:34 #

    ㄷㄷㄷ...
    저도 어릴 때 제 손으로 닭 모가지를 비튼 날에는 그 맛있는 백숙을 못 먹었었습니다.;;
    모가지를 칼로 내리쳐도 막 뛰어다니고.ㅜㅜ
  • 콜드 2011/12/08 04:07 # 답글

    저도 저런 건 못 먹겠심더...
  • TokaNG 2011/12/10 22:34 #

    안 먹어도 사는데 지장은 없으니까요.
  • 바이올렛 2011/12/08 15:36 # 답글

    저 맛나는 걸...^▽^
  • TokaNG 2011/12/10 22:34 #

    그러니까 맛을 생각하면 군침은 도는데...
  • 아힝흥힝 2011/12/08 17:31 # 답글

    전 어렸을때부터 징그러워서 못먹었어요(...)
  • TokaNG 2011/12/10 22:35 #

    어릴 때의 반응은 극과 극이죠.
    아주 맛있어하거나, 아주 징그러워해서 쳐다도 못 보거나.
  • 포터40 2011/12/08 22:32 # 답글

    마지막 사진은 좀 맛나게 안생기긴 했지만, 그래도 살짝 짭쪼름한 번데기가 갑자기 먹고 싶어지네요~^^
  • TokaNG 2011/12/10 22:35 #

    오늘밤 번맥을...
  • Madsweets 2011/12/09 18:13 # 답글

    맛있게 먹다가도 자세히 보면 못먹는 오묘한 음식이죠(...)
  • TokaNG 2011/12/10 22:35 #

    적을 아는 순간 백전백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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