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기는 者. 그저그런일상들

항상 그림을 그릴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괜히 마음이 급해져서 쫓기듯이 그리려고 하면 더 그리기 싫어지고, 억지로 그린다고 해도 평소보다 못한, 성에 안 차는 그림이 나오는 것 같다.

마음을 편안하게 먹고 느긋하게 즐기면서 그리면 더 좋은 그림이 나올 것도 같은데, 그림을 기다리는 사람이 생기고, 재촉하는 사람이 생기고, 그려야 하는 날짜가 다가오면 조바심에 안절부절 하다 머릿속은 공황상태가 되고, 손은 바들바들 떨리고, 결국에는 이성의 끈을 놓고 마냥 늘어져서 멍때리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은 일로 하면 힘들다고 하나보다.
일단 그림 구상을, 과정을 즐길 수가 없으니까. 

그림을 그려야지~ 하고 마음을 먹으면 머릿속에서 이런 저런 아이디어들이 마구 떠오르는데, 요구사항이 생기면 그 아이디어들에서 이거 쳐내고, 저거 쳐내다 보면 남는게 그다지 없다.
어째어째 요구사항에 맞춰주다 보면 내가 그린 그림이지만, 영 탐탁잖다.
고작 이정도 그림을 그리려던 게 아닌데.. 하고.

그리고 그림을 다 그렸을 때도 문제다.
과연 이 그림이 기대치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 걱정이니.
왠지 이정도 그림으론 한없이 부족해 보여서 선뜻 보여주기가 꺼려진다.

그렇다 보니 구상에서 데생까지도 시간이 걸리고, 데생에서 펜터치까지도 시간이 걸리고, 색이 입혀지기까지는 더욱 더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이정도 그림으로 정말 괜찮을까?

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라, 선뜻 손이 움직이지 않아서.

그림을 기깔나게 잘그려서 자신감이 좀 있다면 과감하게 슥삭슥삭 그려낼 수도 있겠지만, 나 스스로도 만족하지 못하는 그림을 남에게 보이기란 역시나 좀 꺼려진다.





...

라고 하드에 데생 6장을 처박아놓고 펜터치 하기 싫어서 현실도피중입니다.ㅜㅡ
그림 그리는 과정이 이따위다 보니, 연습장에 대충 갈긴 데생이 개허접이라 스캔해서 컴으로 2차데생이 필요한데, 너무 오랜만에 그리는 사람 그림이라 완전 망해서 어딜 어떻게 수정해줘야 할지 엄두가 안 나요.ㅠㅠ 그동안 너무 배경만 그렸..orz

어찌 스캔까진 해서 하드에 꼬불쳐두긴 했지만, 창을 열어서 러프를 볼 때마다 눔물이..


과연 해가 뜨기 전까지 펜터치를 마칠 수 있을 것인가?!!




덧글

  • maus 2011/08/23 05:55 # 답글

    ㅠㅠ... 아아아.... 묘하게 동질감이 느껴지는 글이에요....
    아 눈물이... ㅠㅠ
  • TokaNG 2011/08/23 05:56 #

    maus님도 쫓기고 계신가요? ;ㅅ;
  • pientia 2011/08/23 09:54 # 답글

    느긋하게 있는 자 보다는 쫓기는 자가 더 좋은 거 같아요. 사는데 긴장감도 있고..
  • TokaNG 2011/08/26 17:42 #

    너무 긴장하다 보면 만사에 염증을 느껴서 저처럼 현실도피를..
    현실세계로 복귀하기 힘들 수도 있어요.ㅠㅠ
  • 투학 2011/08/23 10:41 # 답글

    공감가는 글이예요ㅠㅠ
    과제나 일로 그림을 그리면 정말 내가 전공으로 해도 괜찮은 건가?하고 회의감이 들때가 많거든요ㅠㅠ그래서인지 방학만 되면 그림이 손에 안잡히더라고요..;
    그림그릴려고 자리잡으면 딴짓, 멍때리기만 늘어갑니다...
  • TokaNG 2011/08/26 17:42 #

    엉엉~
  • 윤윤 2011/08/23 12:37 # 답글

    도피 그만하고(..) 빨리 작업하세욧!!!!! ;ㅂ;
    조금이라도 시간이 더 여유 있을때 하는게 ;ㅂ;

    쫓기더라도(..) 일이 있다는게 어디에요!!!!
  • TokaNG 2011/08/26 17:43 #

    급한건 다 했어욧!
    마냥 백수이고 싶어요.ㅠㅠ
  • 리크돔 2011/08/24 05:15 # 답글

    오옷~ 무슨 그림인가요~
    빨리 보여주세요~ =ㅂ=)/
  • TokaNG 2011/08/26 17:43 #

    보여드렸습니다. (포스팅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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