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고 싶어 한 여자.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영화애니이야기

그녀가 바라는 건 그리 큰 것이 아니었다.
단지 자신을 사랑해주길 바랐을 뿐.

어릴 때부터 몸이 약한 동생에게 아버지의 사랑을 빼앗겨왔다고 생각한 마츠코는, 어떻게든 아버지의 사랑을 받고 싶어서 그가 바라는대로 착실하게 살아왔다.
어느날 항상 동생 걱정에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운 아버지의 단 한번 웃는 모습을 본 마츠코는 그 웃는 얼굴을 계속해서 보기 위해 개구진 표정을 지어오다 이제는 그 표정이 급박한 상황이면 자기도 모르게 지어지는 버릇이 되고 말았다.
아버지에게 사랑받기란 참으로 힘들다고 생각했다. 언제나 동생만 생각하시고, 당신을 기쁘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자신은 좀처럼 봐주질 않으니까..

이 어린 소녀는 그저 아버지의 따뜻한 사랑이 필요했을 뿐이다.

자신에게서 아버지를 빼앗아갔다고 생각되는 동생에게 큰 질투를 느끼며 집을 나가버린 마츠코의 이후 행보는 참으로 기구하다.
어쩌다 그렇게 되었을까?


제목부터가 왠지 엽기적인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은, 제목과 포스터만으로는 정말로 다소 엽기적인 코미디물을 연상시킨다.
나도 이 영화를 보기 전엔 그저 그런 일본식의 괴악한 개그센스가 난무하는 엽기코믹물로만 생각해왔으니..
하지만 영화가 시작되면 나즈막히 읇조려지는 나레이션과 함께 왠지 '인생이란 무엇인가?' 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괜히 심오한척 하는 허세 가득한 개그물인가? 싶어 콧방귀를 뀌다가도, 이후로 이어지는 엽기발랄(?)한 장면들에 어이없는 웃음을 짓다가도, 중간중간 흘러나오는 신나는 노래에 맞춰 리듬을 타다가도 이미 머릿속에선 '정말 인생이란 무엇일까?' 하는 되도 않는 질문에 답을 내리고 있다.

영화는 액자식 구성으로, 말 그대로 마츠코라는 여성의 일생을 보여준다.
인생의 의미를 잃어버린 에게 느닷없이 찾아온 아버지가 부탁한, 기억에도 없는 고모가 죽었다며 자신을 대신해 그의 아파트를 정리해달라는 일을 수행하다, 쇼는 '과연 고모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진다.
쓰레기로 가득한 지저분한 방의 한쪽 벽에 붙어있는 아이돌 사진 하나, 그리고 봉투속에서 발견한 우스꽝스러운 표정의 마츠코, 방문에 수도 없이 적힌 '태어나서 죄송합니다.' 라는 사과문.
전혀 개연성도 없어 보이는 몇 가지 단서들과, 아버지가 툭 던진 말 몇 마디, 그리고 고모가 사는 아파트 이웃이 들려주는 이야기들로 점점 마츠코의 일생이 그려진다.

그녀는 어쩌다 혐오스러운 삶을 살게 되었나?
분명 아버지가 던져준 말에 의하면, 이웃집 남자의 이야기에 의하면 쇼의 고모 마츠코는 정말 혐오스러운 여자다.
하지만 그녀가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은 정말 놀랍고도 기구하고, 가련하다.
아버지의 사랑을 받기 위해 너무나도 착실하게만 살아오던 마츠코의 일생은 정말 단 한번의 실수로 돌이킬 수 없이 틀어진다.

그저 미움받지 않기 위해서, 사랑받기 위해서, 그리고 어떻게든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 행하는 행동과 말 한마디가 점점 그녀를 수렁으로 빠뜨린다.
그녀는 큰 욕심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허황된 야망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본성이 나쁜 것도 아니고, 누구에게 조종당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단지 사랑을 얻기 위해 몸부림을 치면 칠 수록 더욱 더 불행해진다.


사람이 사랑을 너무 갈구하게 되면 괜한 조바심으로 인해 그 사랑을 그르치기도 하더라.
어떻게든 자신에게 찾아온 이 사랑을 지키고 싶고 오래도록 이어가고 싶은데, 이상하게도 그걸 지키려 할 수록, 이어가려 할 수록 사랑은 더욱 더 빨리 깨져버리고 만다.
내가 하는 행동들이 구속이 되기도 하고, 내가 하는 말들이 상처가 되기도 하고, 괜한 불안함에 설레발을 치면 칠 수록 상대방은 더욱 더 치를 떨며 멀어져간다.

사랑에 목마른 사람이 사랑하는 방식은 거의 스토킹에 가깝다. 
항상 상대방을 눈안에 두려 하고, 그의 모든 것을 알고 싶어 하고, 끊임없이 사랑을 확인받고 싶어 한다.
잠시라도 보이지 않으면, 조금이라도 숨기려 들면, 사랑을 확인시켜주지 않으면 이 사랑이 깨질까 싶어 괜한 조바심에 더욱 더 그것들을 갈구한다.
이내 상대방이 지쳐 달아날 때에도 '나는 그저 사랑을 바랐을 뿐인데...' 라며 자신의 처지만을 비참해 한다.


영화속 마츠코는 그런 사람이다.
끊임없이 사랑을 갈구하지만, 그녀의 그 지독한 사랑에 제대로 응해주는 남자를 만나기란 힘들다.
그런 식으로 점점 더 사랑하는 이들에게 미움받고, 버림받아가며 그녀는 삶의 이유마저 상실한다.
자신의 삶은 더이상 무의미하고, 태어난 것 조차도 잘못인 것 같다.

하지만 그런 그녀를 애타게 그리는 사람들의 생각은 다르다.
마츠코는 그들의 마음을 채 알지 못했다.
마츠코를 두번이나 수렁에 빠뜨린 는 마츠코를 하느님이라고 한다. 
마지막까지 마츠코를 보듬으려 한 메구미는 마츠코와 함께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영화의 대사중에

"인간의 가치는 남에게 얼마나 대접받았는가가 아니라, 남에게 얼마나 배푸는가에 있다."

라는 인상적인 말이 있다.

이 말대로라면, 그리고 류와 메구미의 말대로라면 마츠코는 충분히 가치있는 삶을 살았고,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마츠코는 자신의 가치를 미처 몰랐다.


오직 단 하나, 자신을 향한 사랑만을 바라왔던 여자 마츠코.
그 사랑 하나 찾기가 이렇게도 힘들다.
누군가 자신을 사랑해줄 때야말로 비로소 인생의 가치를 느낀 불행한 여자일 뿐이지만, 그 사랑이 그녀를 더욱 혐오스럽게 만들었다.


"ただいま~"

일본영화에서, 혹은 만화에서 여정을 끝내고 사랑하는 이의 품으로 돌아올 때 하는 인삿말로 자주 쓰이는 '다녀왔습니다' 라는 말.
마츠코에게는 이 말을 받아줄 사람이 없었다.
그녀는 단지 이 말을 따뜻하게 받아줄 사람이 필요했을 뿐이다.

정작 저 말을 받아줄 수 있었던 병약한 동생, 쿠미의 마음은 알지 못하고...


영화를 보면서 나 스스로가 쇼가 되어, '과연 나는 마츠코처럼 되어가고 있진 않나?' 하고 스스로에게 의문을 던진다.
따지고 보면 나 역시도 끊임없이 사랑을 갈구하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질려서 떠나가게 하는, 그러면서도 스스로의 인생이 가치없다고 생각하는 혐오스런 또깡이인지도 모른다.


역시 사랑받기란, 가치있는 삶이란, 인생이란 어렵다.

덧글

  • WeissBlut 2011/07/20 07:42 # 답글

    원작소설도 볼만하죠. 영화판은 안봐서 모르겠지만;
  • TokaNG 2011/07/22 02:48 #

    저는 소설이 있었다는 건 이번에 다시 보면서 처음 알았습니다.;
    예전에 볼 때는 원작이 있는지도 몰랐어요.
    읽어볼까? 싶기도 하지만 두권짜리라..
  • pientia 2011/07/20 07:48 # 답글

    왠지 모르게 공감가는 영화네요. 한번 봐야겠습니다.
  • TokaNG 2011/07/22 02:48 #

    꼭 한번 보세요.
    왠지 기분상 두번 보긴 힘들 정도로 괴로운 영화지만, 한번쯤은 정말 볼만합니다.
  • 리크돔 2011/07/20 13:16 # 답글

    아...나의 미래가...미래가...lllllorz
  • TokaNG 2011/07/22 02:49 #

    저의 미래도..orz
  • 동사서독 2011/07/22 02:03 # 답글

    얼마 전에 자살했던 스포츠 전문 아나운서가 죽기 전에 떠올렸던 영화가 이 영화에요.
    우울증에 시달리면서 인터넷에 글을 올리고, 그 글 때문에 우울증이 더 심해져서 급기야 몸을 날려 자살에 이르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그 아나운서가 죽기 전에 이 영화를 언급하며 자신의 슬픔을 글로 썼더라구요. .... 그 과정을 인터넷을 통해서나마 지켜봤기 때문에 이 영화 제목만 들어도 울컥 하네요.
  • TokaNG 2011/07/22 02:50 #

    그렇잖아도 검색하니 그 기사도 함께 나오더군요.
    정말 사랑 하나 받기가 이렇게나 힘든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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