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그냥그런이야기

우리나라 아줌마들은 흔히들 자기 이름을 잃어버린다.
아가씨였을 땐 뭇 남자들에게 많이도 불리웠을 이름이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면 ○○씨 부인, ◎◎이 엄마 등으로 불리워지며 점차적으로 자신의 이름이 불리울 기회를 잃어버린다.
남편이 연애를 할 때처럼 애틋하게 불러주지 않으면, 가족들이 시집가기 전처럼 다정하게 불러주지 않으면, 친구들이 학창시절처럼 얄궂게 불러주지 않으면 어쩌면 영영 듣지 못할 이름이 될 수도..

어머니 친구분중에 ㅁㄱ이 엄마라는 분이 계셨다. 내가 아주 어릴 때, 그러니까 이제 막 국민학교에 입학했을 때부터 봐온 아줌마니 벌써 알고 지낸지 20년도 훌쩍 넘었다.
그 20여년의 시간동안 난 그 아줌마의 이름을 들을 기회가 없었다. 항상 누가 부르던 ㅁㄱ이 엄마라고만 불렀으니까.
그렇게 긴 세월동안을 자신의 이름을 잃어버린채 딸의 이름인 ㅁㄱ이 엄마로만 불리운 아줌마. 그 아줌마를 부르는 ㅁㄱ이라는 이름을 하도 많이 들어서 얼굴도 보지 못한 그 누나가 괜히 친근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던 어느날 어머니 입에서 ㅎㄹ이 아줌마라는 이름이 나왔다.

"ㅎㄹ이 아줌마가 누구에요?"

"아~ ㅎㄹ이가 ㅁㄱ이 엄마 이름이다."

"왠일로 엄마가 ㅁㄱ이 아줌마를 이름으로 다 불러요?"

"아, 그게..."


20년의 세월을 들어온 ㅁㄱ이라는 이름을 가진 누나가 죽었단다. 음주운전을 하는 남자친구의 차를 같이 탔다가 교통사고로 운명을 달리 했단다.
그렇게 오랜 시간 이름을 들어오면서도 얼굴은 채 보지도 못한 누나지만, 그 시간을 함께 지낸 것처럼 친근하게 느껴지던 이름을 가진 그 누나가 이제 죽고 없다는 말에 깜짝 놀라 덜컥 했다.

ㅁㄱ이 엄마는 ㅁㄱ이를 낳고 얼마 안있어 남편과 사별했다. 그래서 더이상 ○○씨 부인이라는 호칭을 듣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오랜 시간 들어오던 ㅁㄱ이 엄마라는 호칭도 딸이 죽음으로써 더이상 들을 수 없게 되었다.
이미 고인이 되어버린 이의 이름을 부르는 것은 가슴아프니까.

그렇게 ㅎㄹ이 아줌마는 자신의 이름을 되찾았다.
사랑하는 남편과 사별하고, 끔찍이 아끼던 딸을 먼저 보내고..


아줌마들이 자신의 이름을 잃게된다는 것이 한편으론 가슴아팠다. 자신의 정체성도 함께 잃어버리는 것 같아서.
하지만 이제와서 다시 이름을 되찾은 아줌마의 사연을 들으니 과연 되찾은 그 이름이 반가울까 싶기도 하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먼저 보내고 되찾은 이름.
아줌마는 자신의 이름이 불리우기 보다는 이름을 잃어버리더라도 가족과 함께 하고 싶지 않았을까?



갑자기 어머니를 자랑스레 이름으로 불러주시는 아버지가 멋져 보인다.
 

덧글

  • 리크돔 2011/07/12 04:51 # 답글

    여자친구가 생기면 애칭, 별명 보다 이름을 많이 불러야겠어요.
    그럴 일이 없을 것 같긴 하지만...=_ =;;;
  • TokaNG 2011/07/14 21:37 #

    엉엉엉~ ;ㅁ;
  • pientia 2011/07/12 10:00 # 답글

    왠지 마음 아픈 이야기네요. 이름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습니다.
  • TokaNG 2011/07/14 21:38 #

    하지만 요즘은 자기 이름을 불리기를 꺼려하는 분들도 종종 보이더군요.
    이름을 부르는 것을 무례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ㅇ<-<
  • 윤윤 2011/07/12 12:04 # 답글

    ㅠㅠㅠㅠ

    그런 의미에서는 일본은 이름 참 많이 불러주는것 같아요.
    결혼, 애이름과 상관없이 원래 이름 그대로 부르니까!!!!
  • TokaNG 2011/07/14 21:39 #

    엇? 일본에서는 성을 더 많이 부르지 않습니까?
    영화나 만화를 봐도 아주 친한 사이가 아니고서야 함부로 이름을 부르지 않던데..
  • 봄봄씨 2011/07/12 12:33 # 답글

    아..저렇게 되찾을 이름이라면...차라리 누구의 엄마라 불리는게 나을듯하네요...아주머니 마음고생 많이 안하셨으면 좋겠어요.
    친구들 이름 많이 불러줘야겠어요...
  • TokaNG 2011/07/14 21:39 #

    이름이냐, 가족이냐를 두고 따진다면 당연히 가족이겠죠?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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