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밥.. 그저그런일상들

어머니..
은행밥을 하시기 전에 은행을 먹을 수 있는지를 먼저 물어보셨어야죠.orz


출출함을 달래려 라면을 끓이고, 말아먹을 밥을 퍼기 위해 밥솥을 열었다가 화악~ 밀려오는 은행냄새에 깜짝 놀랐다.
Oh~ my GOD!!

그렇잖아도 전자렌지를 열 때마다 풍겨나오는, 어머니께서 전자렌지로 은행을 데워 드시느라 전자렌지 안에 가득 배어버린 은행냄새에 코끝이 찡하고, 전자렌지에 돌린 음식들에 배어나오는 은행냄새에 괜히 은행을 먹는 것처럼 혀끝이 찌릿하게 아려오는데..

어머니께서 무슨 맛으로 은행을 드시나 싶어 호기심에 한번 먹어봤다가 입안 가득히 퍼지는 그 찌릿하고 얼얼한, 형용할 수 없는 느낌에 금새 퉤퉤 하며 물로 입안을 헹구고 또 헹궈도 그 떫떠름함이 쉬이 떨어지지 않아 으~ 하며 인상을 찌푸렸었는데..

그 은행이 밥에 들어있다니!!

어머니, 제가 은행은 도저히 못 먹겠다고 몇 번이나 말씀드렸잖아요오~~
그런데 어째서 은행이 밥안에?!!
그리고 밥에는 은행만 들어간 것도 아니라, 흑미에, 현미에, 땅콩(?!)에, 밤에, 강낭콩까지!! 이것이 말로만 듣던 총체적 난국인가?!!

이미 라면은 보글보글 끓고 있고, 라면만 먹어서는 배가 안 찰 것 같고, 그냥 국물을 마시자니 지금 끓고 있는 라면이 사나이 울리는 辛라면이고, 이상하게 나이가 들 수록 혀가 매운 것을 견디지 못해 힘들어 할 뿐이고..;;

하는 수 없이 최대한 은행을 피해서 밥을 퍼낸 다음 쟁반에 그새 다 끓어버린 라면과 함께 담아서 방으로 가져와 영화를 한 편 보며 입안에 꾸역꾸역 집어넣는데..

라면이야 이몸이 끓인 라면은 좀 맛있으니까 금새 후루룹 짭짭 다 먹었다 치더라도, 이제 남은 것은 매운 국물과 은행냄새가 진동하는 밥이다.
배는 아직 라면이 들어갔는지 어떤지도 모르게 기별이 없고, 잠시간 밥과 라면을 번갈아 보다 심호흠을 하고 밥그릇을 엎어 밥을 국물에다 탈탈 털어넣었다.
그리고 숟가락으로 기세 좋게 뭉친 밥알들을 풀어헤쳐서 국물에 질퍽하게 말아내고, 크게 한 숟갈 떠서 입안에 넣었더니..


매운 국물맛과, 코끝까지 아려오게 찌릿한 은행 특유의 향과, 오물오물 씹는 이 사이로 잘게 부서지는 콩들을 음미하며 마음속으로 외친다.

'음~ 스멜~~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는, 이 빌어멀을 뱅크 스멜~~'


그렇게 꾸역꾸역 말아놓은 밥을 다 먹고나니 되려 기운이 빠져서..

그래도 배는 부르네.
아~ 혀끝의 미묘한 감각을 잃었지만 빵빵해진 포만감을 얻었으니, 뼈를 주고 살을 취한 셈인가.
(어이)



그러니까, 어머니..
은행밥을 하기 전에는 먼저 은행을 먹을 수 있는지를 물어보셨어야..
아니, 그전에도 은행만큼은 먹기 힘들다고 몇 번이고 말씀드렸잖아요.;ㅛ;

콩이라면 궁시렁거리면서도 먹을 수 있겠지만, 은행은 알맹이를 걸러내고 향기만으로도 이렇게나 파급효과인데, 어머니께서 퍼주시는 밥에 쌀보다 은행이 많으면 그건 우째 먹으라고..;ㅁ; (쌀보다 은행이 많을 리는 없겠지만.)


(은행은) 먹지 마세요.
금고에 양보하세요. (야)


나 점점 편식쟁이가 되어가는 듯.;ㅅ;


덧글

  • 봄봄 2011/05/31 10:09 # 답글

    어릴적에...혐오하는 초록의 완두콩을 자꾸 밥에 넣으시는 어머니의 눈앞에서
    밥 한숫가락을 입어 넣고 오물오물하다가 손안쓰고 혀놀림만으로 쏙쏙 뽑아내어 어머니께 드렸더니 다음부턴 안넣으셨습니다...(자꾸 파마를 시켜주시던 어머니께서 '내일 파마하러가자~'한마디에 혼자가서 숏컷하고 나타나 경악하게 만들어드렸던적도...-_-)
    한번씩은 반항해주는것도 괜찮아요...후훗...
  • TokaNG 2011/06/02 19:58 #

    저는 완두콩은 아주 좋아합니다.
    이상하게 어릴 때 부잣집 애들이 도시락에 완두콩밥을 많이들 싸와서, 나도 저런 고급스러운(?) 밥을 먹고 싶다~~ 하는 로망이 있었어서, 요즘까지도 완두콩밥만큼은 아주 잘먹습니다.

    저는 반항을 하면 밥이 사라집니다.;;
  • REDBUS 2011/05/31 12:22 # 답글

    은행...............

    군대 있을때 막사옆에 있는 은행 나무에서 매년 따다가 중대원들끼리 먹는데(거의 저희중대 연내 행사;) 저도 그거 따다가 손에 냄새가 배여서.........으잌

    그뒤론 은행은 쳐다도 안보죠[.....]
  • TokaNG 2011/06/02 19:58 #

    은행냄새 좀 쩔죠.;ㅅ;
    은행밥을 한번 하고나니, 밥통에도 은행냄새가 배어서 열 때마다 화악 올라오네요.;;
  • 데빈 2011/06/01 00:42 # 답글

    저는 좋아하는데 ㅎㅎㅎ
    전자렌지에 은행 데워먹던 생각나네요. ㅋ
  • TokaNG 2011/06/02 19:59 #

    하지만 렌지에 배인 냄새는 정말 역합니다.;;
    3분카레나 짜장을 데우면, 그 카레나 짜장에서 은행냄새 나요.;ㅂ;
    맛도 괜히 시큼해진 느낌이고.;;
  • pientia 2011/06/01 12:42 # 답글

    은행 맛있어요!!!! 구워먹거나 렌지에 돌려먹거나 약식인가?에도 들어 있었던거 같은데... 안주로도 좋아효. ㅎㅎㅎ
  • TokaNG 2011/06/02 20:00 #

    그러고보니, 저도 꼬지집에서 나오는 은행꼬지는 먹은 기억이 있는데..
    꼬지집의 구운 은행꼬지는 별탈 없이 잘 먹었는데, 집에서의 은행은 왜그리 견디기 힘들까요?;;
    뭔가 전문적인 조리법이라도 있나? ;ㅅ;
  • 페리도트 2011/06/05 01:27 # 답글

    은행 잘먹어요 전 근데 밥은...안먹어봤네요,
  • TokaNG 2011/06/06 02:06 #

    시큼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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