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다. 그냥그런이야기

회전문과 만나면 꽤 상당한 시간을 걷는다.
회전문도, 나도 딱히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상하게도 걷는 것만큼은 아주 자신이 있어서, 만나면 딱히 할 것도 없기에 그저 걷는다.

센텀시티에서 만나면 수영강 나루공원에서 광안리로 이어지는 수변공원까지, 경성대에서 만나면 저기 광안리까지 걸어서 해변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고, 얼마전에 달맞이길을 걸었을 때에도 해운대로 이어지는 길을 걷다보니 어느새 4시간 남짓을 돌아다녔더라.


등산이라면 가파른 산을 오르기 힘들어 퍼질러졌을 텐데, 그저 걷는 것이라면 서너시간쯤은 끄떡 없다.
걷다가 잠깐 앉아서 커피 한잔 마시고, 걷다가 잠깐 앉아서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고, 걷다가 잠깐 서서 경치를 구경하고..
그렇게 걷고 또 걷는다.

회전문이 이런 얘기를 하더라.
서울이나 타지방에서 놀러온 친구들이 부산 가이드를 요청하면 우선 '잘 걸을 자신 있나?' 를 물어보게 된다고.
대체로 사람들은 잘 걷는다고 대답하지만, 회전문의 가이드를 받은 사람들은 나중에는 혀를 내두르며 말한단다.

"나는 내가 잘 걷는 줄 알았는데, 어디 가서 그런 말 하면 안되겠다. 뭐, 하루종일 걷노."



내친구들이 좀 그렇다.
회전문도 그렇고, 박수무당도 그렇고, 여타 다른 친구들도 마냥 걷는다.
술을 마시다 차비가 없으면 양산에서 서면까지도 걷고, 서면에서 남포동까지도 걷고, 부산대에서 동래까지, 경성대에서 해운대까지, 해운대서 송정까지, 어지간한 거리는 그냥 막 걷는다.
무거운 군장 메고 행군하는 것도 아닌데, 발이 편한 운동화를 신고 그거 조금 걷는 것 쯤이야 아무렇지도 않다.
되려 친구들과 함께라면 신이 난다.

그렇게 걷다보면 매번 새로운 풍경이 보인다.
나 혼자 걸을 때엔 미처 보지 못했던 풍경, 처음 걸었을 때는 몰랐던 풍경..
같은 풍경을 보더라도 혼자 걸을 때와 둘이 걸을 때의 느낌도 다르다.
걸으면서 이야기도 나누기 좋다.
괜히 술 퍼마시며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보단, 걸으면서 커피 한잔 나누는 것이 더욱 좋다.


그런데 친구들이랑 걷던 그 길이 아름다워도 '여자친구가 생기면 다시 한번 와봐야지~' 하는 생각은 차마 못하겠더라.
여자친구를 데리고 그렇게나 걸어다니면 욕 먹을 것 같아.


덧글

  • pientia 2011/04/13 08:15 # 답글

    오오 벗꽃이...벗꽃이....정말 알흠답게 만개했네요. 정말 탐스럽게도 피었습니다. (부럽 부럽) 광안리의 다리도 여전하고, 부산의 풍경사진을 보니 예전에 놀러갔을 때 생각이나네요.^^
  • TokaNG 2011/04/13 19:43 #

    그러니까 어서 놀러오세요! (어이)
    오늘 나가보니 벌써 벚꽃이 지고 있더란..;;
    정말 훅 폈다가 훅 가는 것 같아요.;;
  • 봄봄 2011/04/13 10:17 # 답글

    양..양산에서 서면...저도 잘 걸어다니지만...그 코스는 무리...
    서면에서 남포동과 경성대에서 해운대는 해봤습져ㅋㅋ 그래서 다리가 튼실해졌나...?
    친구랑 걷는건 언제 어디서든지 기분 좋은 일입니다^^
  • TokaNG 2011/04/13 19:44 #

    양산 - 서면 코스는 저도 걷지 않았습니다.
    다만 만취한 친구들이 그렇게 걸었다는 말만 전해들었.. (그래서 정말인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혼자 걷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야 회전문 친구가 호주에서 돌아와서 함께 걷고 있습니다.
    혼자일 때보단 재밌어요~
  • 림삼 2011/04/13 15:43 # 답글

    우와. 커피한잔 들고 해변 걷는 기분이 사진에서 느껴질 정도로 따뜻하기도, 시원하기도 하네요. 며칠 전에 부산에 급히 다녀왔는데 노포동 역부터 옛생각에 잠겨서 울컥울컥 했었어요. 하하. 해운대 가고 싶네요. 탁 트인 바다도 보고...
  • TokaNG 2011/04/13 19:45 #

    어서 오세요~
    벚꽃이 다 지기전에 달맞이길 같이 가요! (어이)
  • 페리도트 2011/04/15 10:43 # 답글

    그래도 걸어봐야죠 여자는 강합니다.
  • TokaNG 2011/04/15 21:58 #

    그러다 뺨다귀 맞고 차입니다.;ㅅ;
    아니면 허리가 빠져라 업어야 할지도..[..]
    강하다지만, 웬만큼 걸어야 말이죠.;; 남자들도 잘 못 따라 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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