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망 종합선물세트. (써커 펀치) 영화애니이야기

왓치맨잭 스나이더 감독이 남성들의 온갖 로망들을 버무려놓은 써커 펀치.
트레일러만 보고도 '이것은 봐야 할 물건이다!' 싶어서 보고 왔습니다. 그리고 그 소감은..

어두침침하고 삭막해보이기까지 하는 특유의 색을 지닌 화면에 비춰지는 자매. 의붓아버지는 어머니가 죽고나니 재산을 가로챌 생각에, 그리고 의붓딸인 자신들에게까지 성적 욕망을 품은 탓에 무서운 악당과도 같은 모습으로 비춰집니다.
자신을 겁탈하려던 아버지에게 거칠게 저항하다, 이제는 자신을 버려두고 동생에게로 시선을 돌린 아버지에게 급기야는 총구를 들이댄 여자. 바보같이 죽여버리지는 못하고 빗나간 총성에 질려 주저앉은 아버지를 뒤로 한채 부들부들 떨면서 도망치다 잡혀 정신병원으로 보내집니다.     
그리고...

어차피 스토리따윈 무시하고 스펙타클하면서도 로망 가득한 비쥬얼만 즐기러 간 작품의 오프닝에서는 다소 혼란스러운 모습이 보였습니다.
정신병원에 여자가 입원되는가 싶더니, 느닷없이 그 병원은 댄서들이 춤을 추는 클럽으로 변해있고, 여자가 연습실에서 춤을 추려는가 싶었더니 어느샌가 또 배경이 바뀌어 웬 승려에게 칼 한자루와 총 한자루를 건네받고는 거대무사와의 결투를..

이때까지는 아직 분위기 파악이 되지 않아서 '트레일러에서 온갖 잡다한 로망들을 다 쑤셔넣어 보여주더니, 잭 스나이더 감독이 드디어 전개따위는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리고 자기 하고 싶은 것만 때려박았나?' 싶었는데, 사실은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거대무사와의 전투도, 클럽마저도 여자가 보여주는 환상에 불과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여자가 춤을 출 때마다 신나는 비트가 넘치는 음악과 함께 펼쳐지는 각종 미션을 수행하기 위한 전투장면들..
그속에 잭 스나이더 감독은 남자들이 바라는 온갖 로망들을 한데 뭉쳐 때려박았습니다.
아니, 어쩌면 망가를 통해 느끼는 감독 자신의 로망을 한데 모아 표출한 건지도.. (감독이 망가를 보는지 어떤진 모르겠지만, 만화는 아주 좋아하는 것 같으니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다면 망가도 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우선은 판타지속 여주인공은 다소 칙칙하게 변형되긴 했지만 세라복을 입고, 머리는 아름다운 금발의 트윈테일에, 일본도를 등에 지고 한손에는 번쩍거리는 멋진 권총이..
일본만화에서나 볼 수 있을 것만 같던 모에요소를 이것 저것 갖다붙였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상대하는 거대무사는 도깨비같은 탈을 쓰고 일본무사의 복장을 하고는 남자의 로망인 바주카개틀링 포를..[...]

이쯤 되니 남자들이 좋아할만한 요소가 벌써 꽤 많이 나왔음에도, 뭔가 너무 한꺼번에 보여주려 무리하다 보니 조화롭게 어우러지지 못하고 뭔가 어색한 그림이 그려지긴 했지만, 그래도 일단은 신나는 비트와 함께 그려지는 박력있는 영상을 보고 있노라면 '뭐 어때~' 라는 생각에 마냥 신이 나긴 합니다.
무사가 개틀링을 들었을 땐 진심으로 뿜을뻔 했지만, 그래도 뽀대는 나잖아.


정신없이 펼쳐진 첫번째 전투에 잠시 멍 하니 생각해보니, 이것이야말로 여자가 그곳을 탈출하기 위한 필살기였습니다.
이후로 탈출에 필요한 요소를 하나 둘 구하려 할 때마다 여자가 춤을 추기 시작하고, 그 춤은 또다시 우리를 판타지의 세계로 인도합니다.

이어지는 판타지의 세계에서도 끊임없이 쏟아지는 로망 선물세트.
탈출을 함께 하기 위한 파티가 모이더니 웬 노인에게 지령을 받고 그것을 구하기 위해 어떤 때는 독일군으로 분한 좀비(..라고 하기엔 좀 애매하지만, 일단 움직이니 시체이긴 하니)들과 싸우고, 어떤 때는 불을 뿜는 거대 드래곤과 싸우고, 또 어떤 때는 안드로이드 로봇들과 치열한 전투를..


이것만 해도 대부분의 남자들이 열광할만한 요소들이 꽤 나왔는데, 그에 그치지 않고 그것들에 대항하는 여자들의 무기로는 거대로봇과, 온갖 화려한 총기류, 일본도 등 신·구식을 넘나드는 화려한 장비들이 주어집니다.
복장 또한 섹시한 몸매를 잘 살리고 은근슬쩍 가슴골을 보이는 타이트한 복장에, 망사스타킹을 신기기도 하고, 얼핏 제복스러운 느낌도 풍기며, 후드를 뒤집어쓰거나 고글을 걸치는 등 여성캐릭터에게 주어질 수 있는 온갖 것들을 다 챙겨주어 보는 눈이 아주 즐겁습니다.

망가를 즐기거나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나쯤은 열광할만한 요소들이 한가득 쏟아져 나옵니다. 너무 많아서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로..;;
정말 작정하고 관객을 신나게 해주려는 노력이 보입니다.
안타깝게도 그 많은 요소들중에도 안경모에[..]만큼은 등장하지 않지만..
그렇다곤 하더라도 미소녀 모에, 밀덕, 메카닉 덕후, 각종 페티쉬즘을 위한 요소들이 이만큼이나 다양하게 차려진 영화는 여지껏 본 적이 없습니다.
정말 말도 안되게 어울리지 않는 것들을 말도 안되게 한데 때려박아 말도 안되게 화려한 영상으로 마음껏 발산하고 있더란..

이 말도 안되는 영화를 보면서 몇 번이나 탄성을 자아냈던지..

앞서도 말했지만, 너무 많은 것을 한꺼번에 보여주려 한 지나친 욕심에 위화감 넘치는 장면들도 적지 않았지만, 뭐 어때. 이것도 저것도 다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인데!!

나중에는 고마워서라도 애써 흠을 잡지 않으려 하게 되더군요.
그리고 초반에 느꼈던, '내용따윈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린' 줄 알았던 영화가, 말미에 들어서야 '아! 사실은 그게 그게 아니고 이거였구나!' 싶어 무릎을 탁 치게 만들며 납득하게 되니, 비쥬얼만 즐기려 했던 영화를 보다 뜻밖의 수확을 한 기분이라 더욱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너무 환상속의 세계에만 치중하느라 '그래서 현실에선 어떻게 되었다는 거야?' 라는 다소 구멍이 있는 전개이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열심히 설명해주려 한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했습니다.
 

영화 자체는 상당히 만족스러웠지만, 단 하나 처음부터 끝까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하나 있었으니..

주인공!
하필이면 주인공이 파티를 이룬 다섯명의 여성중에 가장 마음에 들지 않아서 '차라리 주인공이 쟤가 아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강하게 남았습니다.
파티 구성원중에 가장 키가 작다거나, 바디라인이 가장 부실하다거나, 가장 연기를 못한다거나 하는 것 외에도..

매혹적인 춤으로 상대를 홀려서 그 틈에 탈출에 필요한 요소 하나 하나를 슬쩍하려는 작전의 중심에 선 주인공이 제 눈에는 너무나도 매력이 없어 보였습니다.
작은 키야 별로 개의치 않는다 치더라도, 남들처럼 육덕진 몸매도 아니고, 춤사위야 어차피 영화상에선 뉘앙스만 풍기지 실제론 보이지 않으니 상관이 없다 치더라도

춤이 시작되고 판타지 세계로 접어들었을 때에도 저 모호한 표정과 어설픈 액션에 고개를 절레절레.
다른 멤버들의 액션에는 박진감이 넘치는데, 주인공의 액션만이 어딘가 허전해서 붕 뜬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액션이 어설프면 표정이라도 리얼하면 좋을 텐데, 그 표정마저도 매번 무슨 감정인지 모호하기 그지 없어서



저딴식입니다.orz

연기를 못하면 김태희처럼 생김새라도 기가 막히게 예쁘면 좋을 텐데, 이상하게도 저는 주인공을 보는 내내 이 사람이 떠올라서..

연예계 가쉽 뉴스로는 온갖 뻘짓과 삽질과 바보같은 짓거리만 올라오는 사람(정말 그런 사람인지 어떤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지만;)을 연상시키는 얼굴이라, 해당 캐릭터마저도 뻘짓과 삽질과 바보같은 짓거리를 할 것만 같아서 좀처럼 집중이 안됩니다.;
어째서 주인공한테만 이런 시련이..ㅇ<-<
 
그러고 보니, 세라복을 입은 금발의 트윈테일이라면 킥 애스에서도 나왔었는데..

어째서 잭 스나이더 감독은 크로 모레츠를 섭외하지 못했을까? ;ㅅ; 렛 미 인을 보니 크로 모레츠도 이제 힛 걸일 때보단 훌쩍 더 자랐던데.. 

라는 안타까운 망상에 잠시 빠졌다가, '힛 걸이 했으면 더 안 섹시했을껄?' 이라는 친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긴 했습니다.
그래도 왠지 모를 아쉬움.
힛 걸이 보여준 액션이 차라리 주인공보단 나았는데..

주인공 외의 구성원들은 대체로 만족스러웠습니다.
로켓은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져 시원한 인상이 마음에 들었고, 스위트 피는 꽤나 취향인 얼굴에 왠지 모르게 카리스마 넘치는 누님 삘도 풍기고, 블론디는 매혹적인 눈빛을 가진 팜므파탈적인 느낌(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못한 잉여캐였지만;)이, 앰버는 그 육덕진 몸매와 판타지 세계에서의 탁월한 활약이..

그중에서도 특히 앰버드래곤볼 에볼루션에서 '치치'를 연기했던 제이미 정이라 반가웠습니다.
그 망작에서 원작의 설정따윈 둘째 치고라도 가장 마음에 들었던 캐릭터라 그 반가움에 더욱 집중해서 보게 되더란..
이 배우를 두고 친구와 중국계다, 한국계다 의견이 나뉘었지만, 확인해본 결과 한국계 교포 2세더군요.
새삼스레 더욱 반갑.

그리고 정신병원에서의 박사이자 클럽의 춤선생(?)으로 등장한 아줌마는 왓치맨에서의 초대 실크 스펙터라 또 한번 반가웠습니다.
다만 발음이나 엑센트에서 영국식 영어 느낌이 나서 영국인인 줄 알았는데, 프로필을 보니 플로리다 출신의 미국인이라 깜짝 놀랐네요.
미국인이라고 다 발음이 그런(?) 건 아닌가 봅니다.

그리고 영화속에서 절대적인 악역인 블루는 정말 그 니글거리는 느끼함과, 다정한 듯 하면서도 차가운 말투 등이 아주 적절해서 아주 딱이라는 느낌이라 감탄했습니다.


그러니까 주인공만 다른 사람이었으면..[...]

이러니 저러니 해도, 아주 탁월한 오락영화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엔딩 스크롤이 올라갈 때의 블루의 춤사위가 마지막까지 흥겹게 해주는.. 

핑백

  • ♠또깡이 窮狀 茶飯事♠ : 극장에서.. 2011-04-11 01:39:48 #

    ... "광고 드릅게 많이 하네!!"써커 펀치를 보러 간 극장에서 지칠 줄 모르고 쏟아져 나오는 광고들을 보던 회전문이 한숨을 쉬며 말한다."CGV잖아."이미 CGV의 단골이라, 10여분에 달하는 긴 광고의 행렬에도 익 ... more

덧글

  • REDBUS 2011/04/11 00:52 # 답글

    일단은 저 세라복이 눈에 들어오네요.(응?)
  • TokaNG 2011/04/11 01:41 #

    저는 세라복보다는 다른 것들이..[...]
  • [박군] 2011/04/11 11:12 # 답글

    주인공의 복장이 좀;...
    교복인데 배꼽티라니;... 헐!
    하여간 좋기는 좋았지만, 정말 끝부분 때문에 심히 망해버린 케이스가 아닌가 싶더라구요.
    개그요소라도 좀 넣던가 하면 재밌었을 텐뎅;...
  • TokaNG 2011/04/12 12:17 #

    어머, 그래서 더 좋지 않아요? (복장만)
    마지막에 가르치려는 듯한 나레이션만 좀 줄였어도..
    그래도 나쁘지만은 않았습니다.
댓글 입력 영역


통계 위젯 (블랙)

8988
708
2143512

google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