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맞이길에서.. 그저그런일상들

날씨도 화창하고 벚꽃도 만개한 주말, 집에만 있기엔 무료하려던 차에 회전문에게서 연락이 와서 달맞이길에 꽃나들이를 나갔다.
역시 우리와 비슷한 생각을 한 사람들이 많은지, 흐드러지게 벚꽃이 드리워진 그 길엔 가족단위로, 연인들이, 각종 소모임에서 나온 듯한 무리들이 참 많이도 몰렸다.

그중 우리앞을 걷던 한 커플의 이야기가 귓가에 들려왔다.
이제 막 만남을 가지기 시작한 커플인 듯, 여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하여 호들갑을 떨며 떠벌떠벌 시끄럽던 남자녀석..
벚꽃과 아름다운 경치와 수많은 사람과 자기옆의 여자를 찬양하던 그 남자가 말하길..

"그러고 보니, 남자들끼리만 온 사람은 안 보이네. 우리같은 커플 말고도 여자들끼리나, 가족들, 단체들은 많이 보이는데.."

라며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시늉을 하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우리 둘은 남자다.
남자가 뻘쭘해 하며 멋적은 듯 크게 웃어버리더라.

이 얘기를 경치사진 찍느라 미처 듣지 못한 회전문에게 들려주니 이런다.

"싸울까? 2:1이면 승산이 있다. 저게 어디서..."


...


수많은 연인들 틈을 비집고 돌아다니다 진이 빠져도, 흐드러지는 벚꽃은, 그 아래로 펼쳐진 푸른 바다는 참 예쁘기도 하더라.
이 아름다운 경치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나 몰려있는거구나.
이 사람들도 우리와 같은 감정으로 이 길을 걷는 걸까?
설마 그다지 가파르지도 않는 이 길을 힘들다고 헥헥거리며 오르다 아름다운 경치를 채 보지 못하고 지나치지는..


한참을 걷다 내려오는 길, 웬 남자가 여자친구를 위해 벚꽃을 한뭉치 꺾어다 준다.

"왜 사람들은 꽃을 눈으로만 보지 않고 꺾으려 들지?"

"예쁘니까. 안 예쁘면 꺾지도 않지. 꽃도, 여자도.."

"저러고 잠깐 들고 다니다가 금방 버릴거면서."

"여자도 예쁘면 금방 꺾였다가 버려지기도 하지. 하여튼 예쁜 것들을 가만히 냅두질 않아서 문제다."

"예쁘니까 꺾지 말고 더 오래 보호하고 싶은 생각은 안 드는걸까?"

라고 얘기를 나누며 주위를 둘러보니, 젊은 친구들은 너도 나도 벚꽃을 한가득 꺾어서 머리에 꽂거나 손에 들고 해맑게 웃으며 사진을 찍고 있다.
그리고 조금 더 걸어 내려가니 바닥에 뒹굴고 있는 벚꽃들..


...


길거리 곳곳마다 벚꽃이 참 많이도 피었더라.
집에서 나와 달맞이길로 내려가는 도중에도, 달맞이길에도, 해운대 시내에도, 회전문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는 신시가지 길목에도..
그 많은 벚꽃들이 아름답게 피어서 남자끼리 보기엔 역시 아깝더라.
애틋한 사람이랑 함께 거닐면 더욱 좋았을 오늘의 산책로..

벚꽃을 제대로 본지가 꽤 오래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우리 사는 곳에는 이렇게나 많은 벚꽃이 드리워져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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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깡이 窮狀 茶飯事♠ : 걷는다. 2011-04-13 04:58:00 #

    ... 할 것도 없기에 그저 걷는다.센텀시티에서 만나면 수영강 나루공원에서 광안리로 이어지는 수변공원까지, 경성대에서 만나면 저기 광안리까지 걸어서 해변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고, 얼마전에 달맞이길을 걸었을 때에도 해운대로 이어지는 길을 걷다보니 어느새 4시간 남짓을 돌아다녔더라.등산이라면 가파른 산을 오르기 힘들어 퍼질러졌을 텐데, 그저 걷는 것이라면 서너시간쯤은 끄떡 ... more

덧글

  • 유아틱 2011/04/10 20:43 # 답글

    좋은 구경 많이 하고 오셨네요.
    부럽습니다...
    저두 어서 시험이 끝난 뒤 벚꽃놀이 하러 가고 싶어요.
    연인은 없어서 조~금 아쉬울 것 같지만요//
  • TokaNG 2011/04/11 01:15 #

    벚꽃이 다 지기전에 어서 다녀오시길..
    비록 곳곳에 즐비한 커플들에 속은 좀 쓰리시겠지만..ㅜㅡ
  • 마른땅 2011/04/10 23:37 # 답글

    부럽네요 ㅜㅜ 저도 느긋하게 여가생활을 즐기고 싶네요 !
    휴일이면 PC방이나 가니 뭐..
  • TokaNG 2011/04/11 01:15 #

    저는 느긋하면 안될 시기인데 느긋해서 큰일입니다.;
    나사 바짝 조여야지..ㅇ<-< (근데 이 말도 벌써 몇 번째.;;)
  • pientia 2011/04/11 19:26 # 답글

    제가 사는 동네는 벗꽃이 드문 드문 피었어요. 날씨가 빨리 따뜻해 져서 벗꽃 핀 모습을 보고 싶어요. 요즘 날씨가 갑작이 추워져서....;ㅁ;
  • TokaNG 2011/04/12 12:17 #

    부산으로 꽃구경 오세요! (어이)
  • pientia 2011/04/12 12:22 #

    아아 부산 또 가고 싶네요. 이국적이면서 굉장히 멋진 도시였어요. ^^
  • TokaNG 2011/04/12 12:23 #

    그.. 그랬던가요? =ㅁ=
    부산이 이국적이었단가? orz
    그러니까 오세요! (야)
  • pientia 2011/04/12 12:28 #

    부산가면 또깡님이 가이드 해주시는 건가요? ㅎㅎ
  • TokaNG 2011/04/12 12:28 #

    같이 길을 헤매드립니다.
    제가 워낙 길치라서..ㅇ<-<
  • pientia 2011/04/12 12:39 #

    저런...ㅋㅋ 저도 길치라...;ㅁ;
  • TokaNG 2011/04/12 12:40 #

    엉엉~;ㅁ;
  • 페리도트 2011/04/15 10:49 # 답글

    눈으로만 보는게...좋죠.
  • TokaNG 2011/04/15 22:01 #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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