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검심 OVA. 영화애니이야기

얼마전에 샀던 바람의 검심 DVD를 돌려봤습니다.

그중에서 추억편.
이 작품은 친구가 빌려준 복사테이프로 처음 접하고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었습니다. 만화책으로 보던 바람의 검심과는 너무나도 다른 분위기에, 너무나도 뛰어난 작화에, 화려한 연출에, 그리고 탁월한 음악에..
친구에게 빌린 것을 몇 번이나 돌려본 것도 모자라서, 서면 지하상가에서 복사테이프를 팔던 곳에 주문까지 해서 직접 사서 또 몇 번이고 돌려보고..

만화책 본편중에도 켄신이 카오루에게 들려주는 과거의 이야기가 그대로 추억편과 같은 전개를 보이지만, 이 OVA에서는 바람의 검심 특유의 개그요소는 완전히 배제한채 아주 묵직한 내용을 보다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아주 화려하면서도 감각적인 색들로 가득 채워진 화면속에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들은, 원작자인 와쯔키 선생의 그림보다 좀 더 극화에 가깝게 다듬어져 소년만화의 가벼운 그림체를 한결 무겁게 그려냈습니다.
그리고 성우들의 연기 또한 감정이 절제된 듯한 목소리로 아주 낮게 깔려서 분위기를 한층 더 가라앉히고, 그에 걸맞게 흘러나오는 음악 또한 때로는 차분하게, 때로는 구슬프게 보는 이의 마음을 짖누릅니다.

이야기의 전개나 연출은 기본적으로 만화 본편과 아주 흡사하게 표현되지만, 역시 활동그림이다 보니 더욱 감각적인 움직임과, 다소 잔인한 모습도 그려져서 아주 자극적입니다.
총 4화로 이루어진 추억편 OVA를 보는 내내 웃을 여지가 조금도 없지만 ,그렇다고 지루하다거나 하지 않고 정말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게 강하게 몰입하게 됩니다.; 4편을 다 합하면 영화 한편의 러닝타임과 맞먹는 두시간이 훌쩍 지나감에도 잠시도 한눈을 팔지 못한단...
그 화려한 그림과 낮은 목소리와 잔잔한 음악이 어루어진 오묘한 분위기에 휩쓸려 잠시 타임슬립을 느끼게 됩니다.

이 작품을 보기 전까지는 '애니메이션은 자고로 극장판이 최고지!'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작품 이후로는 'OVA야말로 진정한 장인정신이 돋보이는 애니메이션이지!' 라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그야말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한편의 예술작품을 보는 느낌.
애니메이션을 이루는 어떤 요소 하나도 빠지지 않고 높은 퀄리티를 뽐내주니, 정말 혀를 내두르게 됩니다.

바람의 검심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운 무협활극을 액션보다는 인간의 내면의 변화를 중점적으로 다뤄서 장르가 모호해지긴 했지만, 원작보다 월등한 퀄리티를 뽐낸 수작입니다.
몇 번이고 보고 또 봐서 이미 외우다시피 한 작품이면서도, 역시나 또 보면 매번 같은 감정에 울컥합니다.
아.. 음악이 정말 멋져서, 애니메이션과 함께 OST도 상당한 인기를 얻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나도 예전엔 일하면서 종종 들었던 것 같은데, 내가 이걸 어떤 방법으로 들었더라?;;


그리고 추억편을 잇는 또 하나의 OVA, 성상편.
사실상 바람의 검심의 완결편이라는 이 작품은, 추억편에서의 스텝이 그대로 다시 뭉쳐 만들어낸 또 하나의 드라마입니다. (아, 캐릭터 디자이너는 바뀌었지만.)
이 작품 또한 웃음기를 쏙 뺀, 무겁디 무거운 작품인데, 안타깝게도 추억편만큼의 몰입도는 안 생기더군요.
역시나 화려한 그림들에, 성우들의 절제된 연기에, 탁월한 음악이 뒷받쳐주고 있지만 추억편에서 너무 고퀄리티로 사람의 넋을 빼놓아서인지, 그에 미치지 못하는 이 작품은 다소 루즈한 전개를 보입니다.

추억편과 마찬가지로, 화려한 액션이 빛나는 무협활극보다는 켄신이라는 인물의 마지막 여정을 아주 잔잔하게 그려낸 이 작품은, 더이상 바람의 검심이 무협액션만화였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합니다.
켄신과 카오루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우도 진에나 시시오 마코토 등과 같은 시련에 부딪혀 이겨내는 모습들, 그리고 유키시로 에니시와의 결전을 짧은 시간에 담아내면서 켄신이라는 인물의 변화와 그를 지켜보는 카오루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그려냅니다.
그리고 그들의 마지막 모습도..

만화책 본편에서 세월이 아주 많이 흐른 뒤의 이야기라 훌쩍 성장해버린 야히꼬라던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최강이 되고 싶어 하는 켄지의 당찬 모습, 아주 야성적으로 변해버린 사노스케 등 반가운 모습들도 볼 수 있지만, 병들고 쇠약해진 켄신의 모습을 보면 그 강했던 남자의 최후가 이런 모습이라는 것에 안타까운 실망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특유의 그 오묘한 분위기에 녹아들다 보면, 종국에는 그들의 애틋한 사랑에 울컥하게 됩니다.


바람의 검심은 TV판보다, 극장판보다 OVA가 진리입니다.
그 월등한 컬리티는 감히 범접할 수 없고, 장르마저 바꿔버리고도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탁월한 연출력과 연기력, 그리고 그것들을 한층 빛나게 받쳐주는 음악.
DVD세트에 함께 들어있는 극장판도 보긴 했지만, 일단 그건 논외.
함부로 낄 만한 퀄리티가 못됩니다.;ㅅ;


워낙에 영화리뷰 쓰는 것을 게을리했더니, 이제 감을 잃었는지 점점 횡설수설하게 되네요.;;
영화를 보는 족족 짧게라도 써둘껄 그랬어..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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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깡이 窮狀 茶飯事♠ : 바람의 검심. 2011-04-12 21:27:36 #

    ... 바람의 검심 OVA</a>를 보고선 삘 받아서 다시금 꺼내 보고 있습니다.분명히 새책으로 다 모아서 꽂아뒀었는데, 오랜만에 꺼내보니 확연한 중고가 되어있어서 안타깝기 그지 없구요.ㅠㅠ게다가 역시나 이녀석도 담배연기의 피해를 입은 녀석이라 책장을 펼칠 때마다 쩌억 쩌억 갈라지는 소리가..orz고등학교 때 처음 친구에게 추천받아서 1, 2권을 사보았을 땐, 친구가 분명히 화려한 액션이 죽여주는 무협만화라고 강력하게 어필했음에도 어째 주인공이 칼을 휘두르는 ... more

덧글

  • WeissBlut 2011/04/09 01:44 # 답글

    성상편은 원작 팬으로서는 그다지 납득가지 않는 결말이지만요; 그냥 독립된 작품으로서는 나쁘지 않죠. 뭐 누가 뭐래도 바람의 검심은 추억편이 최고인 것 같습니다.
  • TokaNG 2011/04/09 22:07 #

    그런가요?
    저는 그럭저럭 괜찮게 봤는데요. (좀 지루한 감이 없잖아 있었지만)
    너무 추억편의 잔향이 짙어서 그런 건 아닐까요?
  • 레어 2011/04/09 02:07 # 답글

    자고로 바람의 검심은 추억편입니다...
    성상은 솔직히 저도 그닥 납득이...
  • TokaNG 2011/04/09 22:08 #

    역시나 성상편의 결말은 팬들에게 그리 환연받지 못하는 것 같네요.
    그래서 저도 그런 악평들에 미루고 미루다 이제야 보게 되었는데..
    그냥 아름다운 결말이었습니다.
  • 봄봄 2011/04/09 10:16 # 답글

    추억편은 몇번이나 봤는데도 볼때마다 새롭다는게 신기할따름...
    OST는 진리죠!! 다른 OST보다 자주 꺼내듣게되요...
    뭔가...우울한것이...어두운것이...좋아요^^
  • TokaNG 2011/04/09 22:11 #

    정말 그 현들이 울려내는 선율이 참 좋죠~
    영상도 영상이지만, 그정도의 음악이 있어서 더 인상적이었던 것 같아요.
  • 포터40 2011/04/09 21:43 # 답글

    바람의 검심 만화책 전권 중고로 구입해서 소장하고 있었는데, 이사 몇번 하면서 버린게 너무너무 안타까워요~ㅠ.ㅠ
  • TokaNG 2011/04/09 22:12 #

    저는 새책으로 전권 소장중인데, 간만에 꺼내보니 중고가 되어있어서 안타깝습니다.ㅠㅠ
    애장판으로 다시 사고 싶어요.;ㅅ;
  • 신영주 2011/04/18 15:57 # 답글

    바람의 검심은 TV판보다, 극장판보다 OVA가 진리입니다. 2222

    그리고 만화책도, 그 20권 쪽이었나, 회상하는, 에도시대? 막부? 막 그 켄신이 칼잡이 발도재시절일 때가 짱이었던 듯ㅠㅠ
  • TokaNG 2011/04/18 15:59 #

    TV판은 케이블에서 방영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다~ 봐주겠다!! 라고 생각했었지만, 얼마 안가 그 괴리감에 포기를 했었습니다.;; (사실 여건상 다 챙겨보기도 불가능했고)

    그 회상씬이 곧 추억편이죠. 저도 그 이야기를 가장 좋아합니다.
  • 신영주 2011/04/18 18:58 #

    TV판 지루했어요. ㅠㅠ 후회했던 선택. 역시 추억+성상으로 만족하는게 옳았어. ㅋ

    마자요. 그러니까 추억편 내용이 너무 좋아요. 젊은 켄신. 코믹이든 OVA애니든.ㅠㅠ

    근데 그 추억편 보고 비슷한 분위기 찾아 헤매다가 타카하시 루미코상의 '인어'시리즈에 푹 빠졌다는 으으으윽 최고에요 그 OVA 기회되심 한 번 봐보세요^^ 맘에 드실듯 ㅋ
  • TokaNG 2011/04/18 19:00 #

    저도 인어 시리즈 좋아합니다.
    애니메이션이 있었다는 건 얼마전에야 알았지만, 인어의 상처나 인어의 숲 등 만화책은 재밌게 봤습니다. (해적판으로만 봐서 번역은 좀 어색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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