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가지 스릴러물이 떠올랐던 (용서는 없다) 영화애니이야기

설경구도, 류승범도 좋아하는 배우라서 극장에서 보고 싶었는데 게으름에 미루고 미루다 결국 놓쳐버리고, 생각보다 일찍 무료로 공개된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이제야 본 '용서는 없다'에서는 여지껏 인상깊게 봐왔던 여러 스릴러물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하지만 그건 그동안의 스릴러들을 먼저 접했었기 때문일 뿐, 이 작품이 그들을 흉내낸 것에 그치진 않았으리라고 생각하고 싶더라.
그러나..

강둑에서 발견된 토막시체. 사실 토막시체가 강둑이나 마을 어귀에서 발견되는 것쯤은 아주 흔한 레파토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흔히 쓰이는 이유는, 말 그대로 실제 범죄에서도 그런 식으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겠지.
시체는 항상 어딘가 외진 곳에 숨겨두지, 어지간히 고약하지 않고서야 남들 보라고 전시를 하진 않을 테니.
그리고 발견된 시체는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그 토막난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위함이었는지, 음모까지 노출되는 과감한 앵글을 택했더라.
그리고 이어지는 사체의 부검장면은 필요이상으로 리얼하게 그려져서 잠시 극중의 민형사(한혜진)가 빙의되었다. 이런 디테일함은 전문 메디컬드라마 이후 오랜만인데?
아무렇지 않게 메스질을 해대는 부검의 강민호(설경구)를 보면서, 혹여 장기가 상할까 초조해하며 조심스럽게 메스질을 하는 메디컬드라마의 의사들과는 다른 모습에 더욱 섬찟하게 느껴졌다.

이렇듯 적나라한 사체의 모습과 리얼한 부검장면으로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은 오프닝에 비해, 사건의 진행과정은 꽤나 지루한 감도 없진 않더라.

용의자로 잡힌 이성호(류승범)가 강민호에게 3일내로 자신을 빼내달라고 요구하는 모습에서는 세븐데이즈의 모습이 보였다.
물론 세븐데이즈에서는 범인이 스스로 요구하진 않았었지만, 우선은 유력한 용의자를 무죄로 만들어 빼내야 한다는 골조는 닮았으니. 그리고 딸이 인질로 잡혀있다는 상황도..
그리고 이어서 단신으로 이성호를 무죄로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에선 추격자에서의 범인을 잡기 위해 단신으로 동분서주하는 김윤식의 모습을 본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어느 리뷰를 보니 추격자를 섞어놓은 것 같다는데, 그 부분이 아니고서는 딱히 추격자의 흔적은 찾기 힘들겠더라.
아, 이미 잡혀온 유력 용의자를 어떻게든 잡아넣기 위해, 결정적인 증거도 없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에서 더욱 그렇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매번 결정적이라고 내밀었던 증거는 이미 강민호에 의해 조작되어 무용지물이 되니, 없는 증거는 만들면 된다고 막무가내인 모습도.. 

하지만 그보다 먼저, 단서를 조작하는 장면에선 깜짝 놀랐다.
아니, 국내 최고의 부검의라는 사람이 일을 저런식으로밖에 못하나? 싶어서.
사체를 토막낸 전기톱의 혈흔을 지우고 다른 혈흔을 묻히기 위해서는 그 수가 최선일 것도 같지만, 우선 혈흔을 지우기 위해 용액에 톱날을 담궈 세척을 하면, 혈흔 말고도 현장에서 묻었던 오염물질이 다 씻겨버려 너무 깨끗해진다. 무려 땅속에 처박혔던 물건인데. (혹시 흙이나 다른 불순물들은 남겨두고 혈흔만 지울 수 있는 세척방법이 있다면 모를까.)
그리고 기껏 다른 피를 묻힌 게 자기가 키우던 애완견의 피다. 그것도 메스로 날카롭게 베어서 낸 상처의..
나같으면 유기견의 피를 택하겠다. 우리나라에는 안타깝게도 거리를 돌아다니는 유기견이 생각보다 많아, 접하기가 아주 쉽다.
혹은 유기견을 잡지 못해 애완견에게 상처를 입히더라도, 바보같이 메스로 반듯하게 상처를 내기보다는, 사고로 다친 것처럼 위장을 해서 거칠게 피부를 찢어내는 게 나았을지도. 이러나 저러나 개가 받는 고통은 매한가지다.
괜히 메스로, 그것도 일부러 상처를 내지 않으면 어지간해선 다칠 수 없는 곳을 그어버리니 바보같이 금방 덜미가 잡히지.
그리고 이미 응고된 혈흔을 닦아내고, 금방 짜낸(?) 싱싱한 피를 묻힌 혈흔이 분석관의 눈을 속일 수는 없을 거다.
..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바보같은 조작으로 속아넘어가는 분석관도 참 답다. 원래 피라는 건 응고된 정도만 봐도 언제 묻은 피인지 알아낼 수 있는 거 아니던가?;;
이 부분에서 짜게 쩔어버려 흥미가 조금은 사그러들었다. 부검장면만 쓸데없이 디테일하면 뭐해. 전개상 더욱 중요한 단서 조작이 엉망인데.
얼마전에 본의 아니게(?) SBS 드라마
싸인에서 전광렬이 살인사건 현장을 조작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는데, 그정도로 치밀하게 해도 결국 꼬리가 잡히는 것을, 여기서는 너무 허술하게 잘 속여넘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이성호가 분노한 강민호의 행각(?)에 대해서는 두말할 것도 없이 올드보이가 떠오른다.
자신이 채 깨닫지도 못한 사이에 세치혀로 남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너무나도 하찮게 여겨 자신은 금방 잊고만..
그리고 강민호가 당한 이성호의 처절한 복수 역시 올드보이와 흡사하지만, 이 부분에선 그보다 훨씬 고약한 모습을 보여, 만약에 저런 상황에 직접 닥친다면? 이라고 생각하니 끔찍해서 헛구역질이 다 나더라. 올드보이도 만만치 않지만..

아, 그러고보니 토막살인이라는 점을 이용해서 사체의 일부를 바꿔치기하는 부분에서는 소년탐정 김전일의 육각촌 살인사건도 생각나더라. 왜 하필 토막낸 시신을 한데 모아놨을까를 진작에 고민했어야 했다.

설경구가 딸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달리는 장면에서는 그놈 목소리에서의 설경구의 모습이 그대로 오버랩 되더라.
자식을 찾기 위한 아버지의 몸부림이야 어찌 다르겠냐마는, 같은 배우의 같은 상황에 처한 연기를 보니 그냥 자연스레 떠오르더라.


이렇듯, 영화는 보는 내내 어딘가 익숙한 모습들을 자꾸 비춰서 그것들을 상기시킨다.
하지만, 이 작품이 다른 작품들을 조금씩 베껴 짜집기를 했다기 보다는, 사람의 기억이란 게 어디선가 먼저 접했던 장면과 흡사한 모습을 어디서든 발견하게 되면, 어떻게든 연관 지어 생각하려 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이유로 만화에서도 비슷한 컷이 보이면 이 작가가 저 작가 표절했네, 음악에서도 익숙한 멜로디가 느껴지면 표절곡이네 어쩌네 쉽게 말할 수 있는 건지도.
무엇이 먼저 만들어졌느냐가 중요하진 않더라. 가끔은 무엇을 먼저 접했느냐가 원작과 표절작을 가늠하기도 하더라.

안타깝게도 이 작품은 앞서 말한 모든 작품보다 뒤에 만들어졌지만, 그렇다고 익숙한 장면이 좀 눈에 띄어 다른 작품들이 떠올랐다고 해서, 함부로 짜집기나 한 작품이라고 말하기엔 미안하다.
사건의 전개는 다소 지루하고 엉성한 면도 있었지만, 오프닝과 엔딩만큼은 확실히 각인이 될 정도로 강렬했다.

앞서도 말했지만, 올드보이를 보면서도 그 잔인한 복수극에 토악질이 났는데, 이 작품은 그보다 한술 더 뜬 끔찍한 잔혹극이라 정말 용서가 안된다.
말 그대로,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에게 용서는 없다.


이런 스릴러물을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사람의 머릿속은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는 걸까?
그리고 허구의 영화보다 더 끔찍하고 잔인한 실제 사건의 범인들 머릿속은 도대체 얼마나 잔인한 생각들로 가득차 있는 걸까?

그런 사람들이 지금도 아무렇지 않게 우리들 틈에 섞여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

끔찍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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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pientia 2011/02/14 06:45 # 답글

    이 영화 극장에서 봤던 기억이 나네요. 곰에 올라 온거 보고 봤는지 안봤는지 긴가민가 했었는데. 마지막 반전이 충격적이였습니다.
  • TokaNG 2011/02/14 07:25 #

    조금만 생각하면 충분히 예상 가능했었는데, 너무 생각을 안했습니다.
    장미꽃잎으로 채워진 유리관에 뉘어진 모습을 보고 순간 풋 하고 뿜었었는데, 설경구가 일으키려고 손을 뻗는 순간 그제야 눈치챘단.;;
    전개에서 조금 지리한 부분이 있어 결말도 너무 우습게 생각했었나봐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게 최선이었을까 싶기도 해서 쪼까 아쉽긴 합니다.;
    풋 하고 비소가 나오지 않는 방법은 없었을까..
  • 페리도트 2011/02/14 11:58 # 답글

    으음..좀 허술한 부분이 있네요. 그래도 재미있을지도 안내려갔으면 봐야겠습니다.
  • TokaNG 2011/02/14 15:32 #

    곰TV를 켜시면 무료영화에 있습니다.
    공짜 좋아하는 우리나라 국민에겐 딱인 서비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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