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의 내방과 난방과 내복. 그저그런일상들

한겨울의 내방은 외풍이 심하다.
베란다가 뻥 뚤린 방이라서인지, 다른 방보다 여유공간은 좀 있는데, 한쪽 벽을 가득 채운 창문틈 사이로 찬바람이 솔솔 들어온다.
베란다와 방 사이의 사잇문을 조금이라도 열라치면, 그 한기가 온몸을 휘감아 실외보다 더 추운 실내를 경험하게 된다.
그래서 아끼는 건프라들을 베란다에 방치하고도 추위가 무서워 사잇문 열기가 두려워진다.

베란다쪽 창에 버티칼만 달랑 쳐진 내방에는 바람을 막아줄 커튼이 없어서 어머니께 커튼을 달아보는 건 어떻겠냐고 건의해봤다.
버티칼은 햇빛은 박아주지만 방풍효과는 전혀 없으니, 사잇문 안쪽에 커튼이라도 달아주면 외풍이 좀 덜할까 싶어서.

내 말을 들은 어머니께서

"니도 인자 나이가 들긴 했는갑다. 예전에는 그런 말 전혀 안 하더니."

라신다.

..orz

확실히 20대 때랑 30대로 넘어선 요즘이랑은 겨울에 느끼는 체감온도가 확연히 다르다.
무려 국민학교 졸업하고는 군대 이후 입어보질 않았던 내복까지 꺼내 입었다.
어머니께서 역시나 깜짝 놀라시더라. 작년까지는 입으라고 꺼내줘도 안 입더니, 올해에는 어찌 먼저 달라고 하냐고.
나도 내복을 꺼내 입는 내가 신기하다.


바닥이 너무 차가워 발이 시려서 두꺼운 수면양말도 꺼내 신었다.
원래는 발이 갑갑한 게 싫어서 외출했다 돌아오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양말을 벗는 거였는데, 요즘은 수면양말을 잠시라도 벗었다가는 발에 동상이 걸린 것처럼 찌릿찌릿하다.
발이 시린 게 싫어서 다리를 떨며 하체에 열을 내다보면, 어김없이 허리가 아프다. 그러니 수면양말을 벗을 수가 없다.

그러고도 바닥이 차가워서 책상에 오래 앉아있으면 다리에 한기가 배어 저릿저릿하다.
원래 혼자 있을 땐 난방같은 거 잘 틀지 않는데, 큰맘 먹고 난방을 튼다. 보일러에 불만 들어오면 되니까, 거의 18~20도 사이다.
보일러를 켜고 또 책상앞에 앉아있다보면, 난방 돌아가는 소리가 우웅~ 하고 크게 울린다.
처음에는 순간 이게 뭔 소린가 싶어서 깜짝 놀라 컴퓨터를 본다. 하드가 버벅거리며 울어대는 건가?
하지만 컴퓨터에 귀를 갖다대니 컴퓨터 소음은 언제나처럼 일정하다. 범인은 바닥이다.
아무래도 신경이 쓰여 난방을 끈다.

난방을 켰을 땐 잠시 후끈거리던 바닥이, 난방을 끄니 금새 다시 식어버린다.
하체가 추워진다.
다리를 떤다.
허리가 아파온다.

난방을 켠다.
소리가 울린다.
신경이 쓰여 다시 끈다.
추워진다.
다리를 떤다.
허리가 아파온다.
난방을 켠다.
소리가 울린다.
신경이 쓰여 다시 끈다.
추워진다.
다리를 떤다.
허리가 아파온다.
다시 난방을 켠다.
 
무한반복..



내복을 입었을 땐 그나마 덜한데, 한벌밖에 사두지 않은 내복을 빨아버린 오늘같은 날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다.

문디같은 내방.

어째 길바닥이 내방보다 따뜻하냐고.ㅇ<-<


나이가 들긴 들었나보다.




덧글

  • 세울 2011/01/13 04:44 # 답글

    전 아직 20대도 되지 않았는데 추위를 타고 있는데;;
    앞으로가 걱정되네요
  • TokaNG 2011/01/13 05:11 #

    건강 관리 잘하세요.ㅜㅡ
    어릴 때 튼튼하다고 찬 바닥에 함부로 뒹굴었더니, 나이가 들어서 몸속 깊숙히 한기가 배었나봐요.ㅠㅠ
  • 삼별초 2011/01/13 07:44 # 답글

    그렇게 나이가 들어가죠..ㅠㅠ
  • TokaNG 2011/01/14 00:28 #

    엉엉엉~;ㅁ;
  • pientia 2011/01/13 07:48 # 답글

    살찌면 좀 덜 추워져요. ㅎ 창문에는 틀에 문풍지 붙이고 창문 틈새에 테입핑하면 그 남아 냉기가 덜들어 올꺼예요. 테이프로 틈새를 막아줘도 효과는 있답니다. 대신 겨우내 창문을 열수 없다는 단점이...;;;; 나이들어서 추우면 입돌아갈수도 있으니 항상 따뜻하게 지내야해요. ;ㅁ;
  • TokaNG 2011/01/14 00:31 #

    하지만 테이핑을 할 수도 없는 것이, 문을 열지 못하면 미개봉 건프라를 꺼내서 만들 수 없..orz
    건강이냐, 건프라냐, 그것이 문제로다? (어이)
  • 동사서독 2011/01/14 00:52 # 답글

    방 창문 맞은 편에 우리집 보일러, 그 위에 이층 보일러, 담 너머엔 옆집 보일러? 그 놈의 옆집이 슈퍼라서 대형 냉장고 모터 돌아가는 소리까지 요란해서 저는 수면 장애로 괴롭습니다. 미쳐요. 미쳐.
  • TokaNG 2011/01/14 04:38 #

    저런..
    저는 기계소음에 꽤나 민감해서.;;
    차라리 애들 떠드는 소리라면 개의치 않고 잘 수 있지만요.
    고생 많으시겠습니다.;;
  • ChronoSphere 2011/01/14 04:35 # 답글

    문틈을 요즘 많이 파는 스펀지형 문풍지도 잘 막으면 조금 나을겁니다
    문 여닫는 문제도 없고.

    그리고 보일러 저렇게 틀면 낭비가 엄청납니다 -_-;;
  • TokaNG 2011/01/14 04:37 #

    글은 저렇게 썼지만, 사실은 하루에 두번도 껐다 켜지 않습니다.
    원래 글의 재미를 위해 조금의 과장은 필요한 법입니다?
    재미가 있진 않지만.orz
  • 페리도트 2011/01/15 10:02 # 답글

    저희집은 보일러를 켜도 방바닥에 뭔 짓을 했는지 30분을 돌려도 뜨끈해지질 않네요.
    그래도 외풍은심하질 않아서 그냥저냥 삽니다.
  • TokaNG 2011/01/18 23:15 #

    제방도 보일러를 돌려도 그다지 뜨끈해지진 않습니다.
    다만 차갑지도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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