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의 짖궂은 농담. 그저그런일상들

불을 끄고 어두워진 거실. 조카와 덩그러니 앉아서 티비를 보고 있다.
조카가 갑자기 천장을 올려다 보더니 소리친다.

"저기에 도깨비가 있어"

그러더니 무섭다며 내게 안겨와서 잠시 징징거리다가 갑자기 내 등뒤를 보며 싸늘한 표정으로 나즈막히 말한다.

"저리 가!"

이녀석이 삼촌을 놀릴 작정이구나?


어머니께선 화장실에서 세안을 하고 계신다. 취침전 세안이라 양치질도 함께 하시느라 시간이 좀 걸린다.
조카가 갑자기 할머니에게 가야겠다고 한다.

"할머니가 어디 계신데?"

"할머니 화장실에 계시잖아."

"할머니 화장실에 안 계신데?"

"할머니 화장실에 계신다. 불도 켜져있는데."

"불이 어디 켜져 있는데?

물론 어머니께서 들어가신 화장실은 문도 닫지 않아 환한 불빛이 거실까지 새어나온다.

"불이 어디 켜져 있는데? 태관아, 니 지금 어딜 보고 있는 거고?"

"아니다, 화장실에 불 켜져 있잖아~"

"화장실 어디? 불 꺼져있잖아."

"저기 부엌에는 불 꺼져있고, 밖에 베란다에는 불 꺼져있고, 화장실에는 불 켜져있잖아."

"화장실에도 불 꺼져있잖아. 불 켜진데 아무데도 없는데?"

"아니다, 불 켜져있다."

"태관아? 니 지금 어딜 보고 말하는 거고. 불 켜진데 아무데도 없다니까? 불이 다 꺼져있는데, 어디 불이 켜져있다는 거고. 니 지금 뭐 보고 있노?"

내가 깜짝 놀라 공포에 떠는 듯한 말투로 조카를 다그치니, 아이 표정이 조금씩 일그러진다.

"화장실에 불 켜져있잖아."

"화장실에 아무도 없다니까?"

"할머니 소리 나잖아."

"할머니가 어디 계신데?"

"할머니 화장실에 계시잖아~ 불 켜져있잖아~"

"할머니 안 계신다니까? 화장실에 불 안 켜져있다니까? 태관아? 니 눈에 지금 뭐가 보이는 거고?"

거듭 다그치니, 조금씩 일그러지던 아이의 표정이 순간 굳어버린다.

어, 운다.

 

니가 날 놀리기엔 30년은 이르다.

덧글

  • 페리도트 2011/01/08 00:17 # 답글

    조카야 넌 아직 안됀다 ㅋㅋㅋ
  • TokaNG 2011/01/09 18:09 #

    아직 멀었습니다.
  • pientia 2011/01/08 07:08 # 답글

    조카 너무 귀여워요.ㅋㅋㅋ
  • TokaNG 2011/01/09 18:09 #

    아주 가끔 귀엽습니다.
  • 마른땅 2011/01/08 10:33 # 답글

    평소 일에 대한 복수입니까 ㅋㅋㅋ
  • TokaNG 2011/01/09 18:09 #

    제가 좀 뒤끝 있는 삼촌입니다?
  • EHtopia 2011/01/08 14:34 # 답글

    아 귀여워 ㅎㅎ
  • TokaNG 2011/01/09 18:09 #

    어머, 제가요? (야)
  • 슈나 2011/01/10 13:41 # 답글

    여기 나쁜 삼촌 있어요
  • TokaNG 2011/01/11 07:40 #

    어머? 제가 얼마나 착한 삼촌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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