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가 가진 야오이. 만화책☆이야기

여자는 스타워즈 좋아하면 안되나요? - 후기

취미생활에 남녀구분을 두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세상 취미에 남자취미가 어디 있고, 여자취미가 어디 있는지..
누군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 것에는 성별을 따지지 않습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들을 때에도 이것은 남자들이 듣는 음악, 여자들이 듣는 음악, 이 영화는 남자들이 보는 영화, 여자들이 보는 영화라고 구분짓지 않는 것처럼, 취미생활에도 남녀 구분은 필요 없다는 생각입니다. 
남녀 구분이 되어야 할 것은 속옷이나 공중화장실, 탈의실이나 목욕탕 정도로 충분.

화실에 있을 때, 함께 일하던 동료 대부분이 동인활동을 활발히 하는 여성이었어서, 그들이 보는 야오이를 아주 쉽게 접할 수 있었습니다.
매달 신간이 나올 때마다 인근 총판에 들러서 야오이를 한가득 사오면, 이번엔 어떤 참신한 작품이 있는지 읽어보기도 하고, 때로는 추천을 해주기도 하며 야오이의 세계이 한껏 빠져들었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야오이를 접하기란 쉽지 않았지만, 같이 일하던 누나들이며 동생들이 열광(?)하는 모습을 보며 '저런 만화에 어떤 매력이 있길레?'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몇몇 작품은 그림이 꽤나 마음에 들기도 해서 그림을 보려는 목적으로, 개중에도 스토리가 탄탄한 작품은 다음 사건이 궁금해지기도 해서 한번 보기 시작하니 자꾸 보게 되더군요.

그렇게 매번 누나들이 사온 야오이들을 빌려 보기만 하다가, 한번은 그림이 마음에 들었던 작품을 누나에게 부탁해서 사기도 했습니다.

그중 하나인 와일드 록.
야오이인 주제(?)에 수컷냄새 물씬 풍기는 캐릭터가 등장해서, 이녀석 멋진데?! 싶어 사본 작품입니다.
처음에 누나에게 '나도 그 책 사줘.' 하며 부탁하니 '에에~? 니가 이걸??!! 이거 야오이인데?' 하고 놀라면서도 냉큼 사다주긴 하더군요.

서로 다른 원주민 부족 후계자간의 애틋한(?) 사랑을 그린, 이를테면 로미오와 줄리엣스러운 이야기입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극심한 반대는 보이지 않았지만,  후계자들의 사랑으로 인해 두 부족이 화합하게 된다는, 대충 그런 이야기이니.
한권에 두편의 단편이 실려있어서, 각 편의 분량이 짧아 전개가 매우 빠릅니다.
이거 이래도 되는 거야? 싶을 정도로 설렁설렁 대충 넘어가는 전개에, 역시 기다리고 있는 것은 적절한 씬.[...]

야오이면서도 꽤나 러프한 그림을 선보인 이 작품을 처음으로 야오이를 내 돈으로 사기 시작해서, 다음은 이런 작품도 사봤습니다.

야오이계의 주축, 루비코믹스에서 나온 프리티 스쿠프.
와일드 록이 남성스러운 거친 그림체에 끌려서 산 작품이라면, 이 작품은 여성스러운 매끈한 그림체에 끌려서 산 작품입니다.
어딜 봐도 머리카락 짧은 여자로밖에 보이지 않는 저 남학생의 이런 저런 깜찍한 표정들이 잘 묘사되어있어 귀엽기까지 한 작품입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남자고등학교 신문부의 선후배간에 피어나는 사랑이야기지만, 캐릭터가 둘 다 남자일 뿐, 하는 행동들은 완전 이성커플 그대로일 정도로 보는 것에 별다른 위화감을 느낄 수 없어, 야오이라는 생각 없이 편하게 볼 수 있습니다.
극중 캐릭터의 심리변화라던지, 행동패턴 등이 정말 이제 막 사랑에 빠져드는 남녀간의 모습 그대로라 야오이라는 장르적 특성을 살리지 못한 것이 내심 아쉬울(?) 정도.

위 두작품 다 야오이라면 피해갈 수 없는 이 나오긴 하지만, 그리 적나라하지 않은, 소프트한 작품이라 남자인 저라도 별 거부감 없이 재미있게 볼 수 있습니다.
초보자들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소프트한 야오이!
누나들이 차마 제게 권하지 못하던 하드한 야오이도 몇번 보긴 했는데, 그건 좀 미간이 찌푸려지긴 하더군요. 씬이 너무 적나라한 것도 있어서, 막 머릿속에서 실사로 상상이 되고..orz

그리고 이건 야오이라고 분류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는 작품인데, '아기와 나'의 작가인 마리모 라가와 씨의 뉴욕 뉴욕입니다.
아기와 나에서 짜투리 작가의 글에서도 언급이 되었던 작품인데(아니, 저스트 고 고였나?;), 라가와 씨가 성인만화를 그린적이 있다는 말에 어떤 작품일까 궁금해 하고 있던중에, 마침 화실 누나가 이 책을 사서 읽고 있길레 냉큼 부탁해서 샀었습니다.

야오이의 정의를 '동성애 만화'라고 간단하게 분류해버리면 이 작품도 거기에 포함될 수 있겠지만, 차마 야오이라는 카테고리에 넣긴 미안할 정도로 작품성이 뛰어난 만화라, 이 만화는 주변에 야오이라는 소개 없이 추천해보기도 했었습니다. 

동성애를 하는 두 남자의 사랑을 꽤나 드라마틱하게 잘 표현해줘서, 이 작품을 읽으며 그들의 고충을 조금이나마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어, 동성애에 대한 시각의 폭을 한층 넓혀주는 좋은 작품입니다.
그저 자기네들끼리 좋아서 별다른 제재 없이 씬만 즐펀하게 늘어놓은 야오이들과는 달리, 동성애를 바라보는 주변인들의 시각과, 그들의 틈바구니에서 살아가야 하는 동성애자의 외로움과 고난을 대리로나마 느끼며, 종국에는 그들이 꾸미는 화목한 가정과, 그들의 손에서 길러지는 아이들의 활기찬 모습도 볼 수 있어 괜히 뿌듯해지기도 합니다.
너무 재밌어서 벌써 사놓고 몇번이고 읽었을만큼 수작입니다.


야오이를 보면, 대체로 서로 좋아 죽는 관계를 그리기 보다는, 괜히 쌀쌀맞게 대하거나, 슬쩍 한번 튕겨보는 츤데레 캐릭터가 많이 등장해서, 츤데레라는 단어의 뜻을 야오이를 보며 가장 쉽게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대놓고 사랑고백을 해서 끈적끈적하고 훈훈한 사랑이 펼쳐지는 작품 보다는 싫은 척, 무심한 척 거칠게 막 대하다가도, 위기의 순간에는 짠! 하고 나타나서 늠름한 모습을 보여 상대를 뿅 가게 만드는 고전적인 수법이 아주 즐비하더군요.

그리고 때로는 독자에게 별다른 납득을 시킬 생각 없이 무작정 씬이 펼쳐지기도 해서, 이게 뭥미? 하고 놀랄 때도 있습니다.
누나들에게 '아무리 야오이라지만, 상황설명도 없이 무턱대고 씬만 나오는 건 좀 아니지 않나?' 라고 하니, 누나들 왈, '야오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씬이다! 다른 것은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닥 상관 없는 거다!' 라고 하기에, 그런 누나의 말에 오오~ 하고 납득하고 말았습니다.
하긴, 남자들도 야동을 내용 파악하며 보진 않으니.. (야)
 

누나들이 빌려주는 야오이를 읽으며, 누나들에게 부탁해서 한두권씩 슬쩍 사보기도 했지만, 코믹월드 같은 행사를 갈 때면 제손으로 직접 야오이 동인지를 사기도 했습니다.

야오이가 아닌 동인지도 더러 있긴 하지만, 대체로 코믹월드에서 그림이 마음에 드는 동인지는 내용이 야오이인 경우가 많아서, 할 수 없이 야오이를 사게 되는 수가 생깁니다.
표지그림에 낚여서 일단 동인지를 사고 보면, 가볍게 볼 수 있는 소프트한 야오이라서 다행스러울 때도 있지만, 뜻하지 않게 하드한 것도 끼어있어서 난감하기도 합니다.;
한번은 엔솔로지를 사고 보니 야오이 소설이 실린 것도 있어서 낭패를 봤던 적도..ㅇ<-<

화실에서 함께 일하던 누나들이 동인지를 낼 때마다 한권씩 사주는 것도 잊지 않아서, 누나들이 그린 야오이도 상당수 가지고 있습니다.
누나들은 괜히 친분 때문에 사는 게 아닌가 하며 미안해 하기도 했지만, 누나들이 그린 야오이도 읽다 보면 재밌단 말입니다?
그리고 누나들이 하드한 야오이를 그릴 리는 없으니 안심하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누나들의 인도로 야오이의 세계에 발을 들이다 보니, 나중에는 노멀한 작품을 읽으면서도 동인녀들이 흔히 그러는 것처럼, 작가의 의도와는 전혀 상관 없는 남X남 커플이 눈에 띄기도 합니다.
만화책을 읽을 때에도, 영화를 볼 때에도, 드라마를 보면서도 '오호~ 저 둘이 커플링을 하면 꽤나 이야기가 재밌겠는데?' 하며 생각하다가, 누나들과 그런 커플링에 대한 얘기도 나누고, 나로서는 미처 상상치도 못한 커플링이 튀어나올 때면 그들의 내공(?)에 감탄하기도 합니다.


남자가 야오이를 즐겨 본다고 동성애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야오이에 대한 편견이나 거부감 없이 그것들을 즐길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여자가 더 좋고, 동성애는 별로 개의치는 안되, 나만 아니면 된다는 주의입니다.
주변에서는 남자가 야오이를 본다고 하면 '웰컴 투 동성애 월드~', '그렇게 다들 게이가 되어가는 거지.' 라며 놀리기도 하지만, 야오이도 크게 보면 만화의 한 장르일 뿐, 남자가 즐기지 못할 것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여자들도 레즈비언 커플 많이 보고 그리던데, 남자가 게이 커플 보는 게 어디가 어때서?


취미생활에 있어서 '저런 건 저런 사람들이나..' 라던지, '이런 걸 즐기는 사람들은 다들..' 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으면 피곤합니다.
그냥 사람들이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여가를 즐길 수 있으면 다 같은 건전한 취미생활이지, 뭐가 어떻고, 뭐는 나쁘고, 뭐는 고급스럽고..


취미에는 남녀 구분도 없고, 귀천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우리 다같이 건프라를 취미로 즐겨봅시..
(야)
    

덧글

  • 지옘 2011/01/04 04:48 # 답글

    저도 집에 BL동인지가 수두룩..;ㅋㅋ 엔솔도 주최한적 있구 머..;ㅋㅋㅋㅋㅋ
    책장이 모잘라져서 큰일이에요.ㅎㅎ 근데 뉴욕뉴욕은 야오이라기보단 퀴어에 더 가깝지 않나라고 생각해봅니다.ㅎ
  • TokaNG 2011/01/04 04:50 #

    그런 세세한 분류까지는 알지 못해서..;
    역시 암만 봐도 저건 야오이는 아니에요. 일단 동성애를 다룬 작품이라고 하니, 읽지 않은 사람들은 야오이와 동급으로 치는 것도 같지만.;;
  • pientia 2011/01/04 07:05 # 답글

    뉴욕 뉴욕은 정말 쵝오예요. 저도 몇번이나 읽었답니다. 볼 때마다 늘 감동스러운 만화죠. 저는 초등학교 때 처음으로 야오이물을 보고 초콤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나네요. 그 뒤로 너무 빠져들긴 했지만 ;;;;
  • TokaNG 2011/01/04 17:04 #

    저는 사실 야오이보단 SM물을 처음 봤을 때 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세상에 저런 것까지? 싶을 정도로 상상치도 못할 가학적인 행위들이 많더군요.;;
    채찍에 촛농은 우스운 거였..;;
  • 하저로어 2011/01/04 07:27 # 답글

    흐음 ...
    그런가... 같은 돈을 주고 산다면 야오이보단 노멀한게 더 낫지 않을까 란 생각입니다만 말이죠..
  • TokaNG 2011/01/04 17:05 #

    저도 그렇긴 합니다. 그래서 제돈 주고 산 야오이는 몇권 되지도 않죠.
    재밌게 볼 수는 있지만, 사서 보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드는 작품은 잘 없어서..

    하지만 마음에 드는 작품이라면 야오이라도 개의치 않고 살 수는 있습니다. : )
  • 제스트쿄 2011/01/04 11:04 # 답글

    ㅋㅋ 얌마 제스트회지에 맨투맨회지를 중간에 ㅋㅋ
    그러면 내가 부크럽지 ㅋㅋㅋㅋㅋㅋㅋ
  • TokaNG 2011/01/04 17:06 #

    누나 책이 좀 많지요. ㅋㅋㅋ
    그러고보니 요즘은 누나 신간을 보지도 못했네.;;
  • 유나네꼬 2011/01/04 11:15 # 답글

    아 좋은 커밍아웃 입니다....[..]
  • TokaNG 2011/01/04 17:06 #

    이정도로도 커밍아웃입니까?;;
  • 유나네꼬 2011/01/04 17:07 #

    부남자 커밍아웃이죠. :D
  • TokaNG 2011/01/04 17:08 #

    야오이를 거리낌 없이 즐길 수 있다는 것 뿐이지, 딱히 좋아한다거나 하진 않지만요..^^;;
  • 얀즈 2011/01/04 12:21 # 답글

    저는 와일드록이 끌립니다. 추천 감사드립니다! 냉큼 서점으로 뛰어가봐야겠네요ㅎㅎ
    동인지 중에 저희집에 있는거랑 같은게 몇몇 보이네요ㅎㅎㅎㅎㅎㅎㅎ
  • TokaNG 2011/01/04 17:07 #

    워낙에 산지 오래된 작품이라, 아직 파는지는 모르겠네요. (절판되진 않았을지.;)

    동인지는 책등만 보고는 알아보기 힘든데, 대단하십니다. ㅎㅎ (나만 그런가?;)
  • 아르메리아 2011/01/04 19:57 # 답글

    프리티 스쿠프 작가껀 저도 하나 가지고 있어요. 택배큐피트였나 아기자기한게 나름 재밌어요. 와이드 록은 저도 무척 끌리네요. 그림체가 무척 취향입니다+_+
  • TokaNG 2011/01/05 03:15 #

    저도 저 작가의 다른 만화를 더 보고 싶긴 한데..

    와일드 록은 정말 인기가 좋더군요.
  • 페리도트 2011/01/04 21:23 # 답글

    저런건 지나가다 웹상에서 가끔식 본거 말곤 힐끔하고 쳐다본거 ㅎㅎ
  • TokaNG 2011/01/05 03:16 #

    하지만 은근히 재밌습니다? ㅎㅎ
  • 쇼코라 2011/01/06 14:04 # 답글

    저도 여자지만 야겜을 합니...쿨럭. 이 장르를 선호한다기 보다는 시나리오가 탄탄한 물건이 의외로 꽤 있더군요.
    야겜이든 야오이든 건담이든 즐길 수 있는 장르의 폭이 넓은게 여러모로 인생도 즐겁다고 생각합니다. 내용물이 괜찮고 취향인데 단지 기피하는 장르라는 이유로 안 보는건 손해보는거라고요.
  • TokaNG 2011/01/06 15:33 #

    저는 김본좌급 여성을 알고 있습.. (어이)
    장르를 불문하고, 마음에 드는 재밌는 것이라면 즐겨보는 것도 좋죠.
    그게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범위 내라면..
    야오이를 읽거나 야겜을 즐긴다고 피해를 보는 사람은 없겠..
    지요?;;
  • 어ㅓ아나 2012/08/07 21:22 # 삭제 답글

    야오이는 그림체가 좋아야됨 여성틱말고 매거진 같은 그림체
  • TokaNG 2012/08/08 07:34 #

    그런 것만 보고 있습니다.
  • 1 2013/09/04 18:14 # 삭제 답글

    http://sho.txtbook.kr/ 소설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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