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에 반하다. 그냥그런이야기

첫눈에 반한다는 것..
그건 과연 어떤 걸까?


※ 첫눈에 반한다는 것과 환상속의 그대

첫눈에 반한다는 것.. 그것은 찰나에 일어난다.
첫눈에 상대를 보고 '와~ 예쁘다.' 혹은 '와~ 맘에 드는 타입이다.' 정도로 놀라는 반응이 아니라, '어? 네가 거기 왜 있어?' 정도의 반가움이 터져나온다.
마치 당연히 만났어야 할 상대를 이제야 만난 것처럼 괜히 반갑고, 친근하게 느껴지고, 이제 막 처음 봤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남이 아닌 오랜 친구처럼 느껴지는 그런 사람이 있다.

시나브로 반해가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상대방의 호감 가는 행동들을 보고, 처음엔 눈에 익숙치 않던 외모가 점차적으로 눈에 익으면서 점점 더 예뻐 보이는 것을 느끼고, 다정한 말투에, 상큼한 미소에, 조금씩 조금씩 시간이 지나면서 티슈에 물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다 마침내 다 젖어버리는 것처럼 스며들듯이 반해가는 것은 누구나 한번쯤 겪어봄직한 일이다.
하지만 첫눈에 상대방을 보고 놀라움을 넘어선 반가움을 느끼는, 이른바 첫눈에 반한다는 것은 첫눈에 반해보지 않고서는 그 느낌을 모른다.

사람이 첫눈에 반하게 되면 그사람의 환영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마치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김주원의 옆을 지키며 따라붙는 길라임의 환영처럼.
언제 내게 그런 모습을 보였냐는 듯이 아주 당연하게 웃어주고, 말 걸어주고, 서슴없이 스킨쉽을 해오는 환영을 접할 때면 이것이 꿈인지 생시인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어떤 환영은 말 그대로 환영이라 손을 휘저으면 사라지지만, 어떤 때는 현실과 혼동될 만큼의 리얼한 꿈속이라 내몸이 내뜻대로 움직여지지 않고 그 환영에 놀아날 때도 있다.
한번도 보지 못한 그의 환한 미소에, 한번도 듣지 못한 그의 다정한 속삭임에 심장이 쿵쾅거리며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이내 잠에서 깨었을 때 몰려오는 허탈함에 한숨을 내쉬게 된다.

이렇듯 첫눈에 반한다는 것은 어느샌가 상대방에게 홀려서 일상이 침범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부터 내가 하는 모든 일에 최우선은 그사람이 되어야 할 것 같고, 무슨 일을 하던지 그사람을 떠올리며 힘을 내고, 그사람이 기뻐할 만한 일을 찾아서 하며, 아무리 바쁘더라도 그사람의 손짓이 나를 부르면 냉큼 달려가고 싶어진다.
아직 채 따지도 않은 운전면허가 생기면 가장 먼저 그사람을 옆자리에 태우고 경치가 좋은 교외로 드라이브를 떠날 생각도 해보고, 보고 싶었던 영화가 개봉하면 그사람과 함께 볼 생각에 괜히 두근거리기도 하며, 라디오에서 가사가 아름다운 노래가 흘러나올 때면 언제고 노래방에서 불러주리라 다짐하게 된다.
심심할 때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 괜히 한번 문자를 보내보기도 하고, 답장이 없으면 잠시 낙심하기도 했다가 한참 후에라도 띠링~ 하고 문자소리가 들리면 혹시나 그사람일까 두근두근, 스팸이면 짜증이 잠시 났다가도 곧이어 진짜 그사람의 문자가 도착하면 별거 아닌 한마디에도 괜히 또 두근두근.
마치 사춘기에 접어들어 첫사랑에 빠진 듯한 어린아이처럼 설레고 두근대는 마음을 진정시킬 수가 없어 언젠가 몰래 찍어두었던 사진을 꺼내보며 흐뭇한 미소를 띤다.


※ 첫눈에 반한다는 것과 사랑과 우정 사이

첫눈에 반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축복받은 일이지만 어떻게 보면 가슴아픈 일이다.
내가 반한다고 해서 그사람이 내게 반했을 거라는 보장이 없으니.
이렇게 다들 외로운 짝사랑에 빠져드는 것이다.
티를 내지 않으려고 해보지만 괜히 그사람 옆에만 서면 어떻게든 좀 더 잘해주고 싶어 안절부절하다 다른 사람들에게 내 감정을 다 들켜버려 놀림도 받게 된다.
이쯤 되면 상대방도 당연히 눈치를 채게 되어 서로의 감정이 좋으면 더욱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고, 턱없이 혼자 오바하고 있음이 부각되면 되려 소원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미 그사람을 향한 감정을 알아버린 주변 사람들은 어떻게든 둘을 엮어보려 쓸데없는 오지랖을 떤다.

첫눈에 반한다고 해서, 내가 그사람을 좋아하게 되었다고 해서 반드시 연인으로 발전하리라는 법은 당연히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누가 누구에게 반했다, 누가 누구를 좋아한다고 하면 둘을 이어주지 못해 안달이다.
그렇지만 내가 느끼는 감정이라는 것은 마치 내 손에 닿지 않는 연예인을 볼 때와 같아서, 굳이 연인이 되고 싶다거나 하지 않다. 그저 좋은 친구로 다가가서 그사람 가까이에 머물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김태희에게 반했다고 해서, 태연에게 반했다고 해서, 설령 아이유에게 반했다고 해서 둘이 잘 해보라고 등 떠밀진 않지 않는가.
그것과 마찬가지다.
분명 마음에 들고, 좋아하게 되긴 했지만, 감히 연인이 되고 싶기 보다는 그저 내 눈앞의 멋진 이성으로 남아있길 바라는 마음.
손에 닿지 않을 사람을 잡으려고 손 내밀어 휘저어봤자 결국에는 닿지 않는다. 되려 길게 쭉 뻗은 내 손이 민망하고 부끄러워 두번다시 바라보지 못할지도 모른다.
어쩌다 마구 휘저은 내 손에 그사람의 옷깃이 스쳐 나를 바라보게 되었다고 해도, 그대로 내 손에 잡힐지 의문이다.
설령 한순간 손에 잡았다고 해도 뿌리쳐 돌아서버리면 잡기 전보다 더 멀어지게 되는 거다.
그런 안타까운 상황이 오는 것이 싫어서 그저 한발짝 물러서서 그 예쁜 모습, 사랑스러운 모습을 지켜보려 하는데, 주변에선 왜 손을 내밀지 않냐며 팔을 잡아끈다.
그런 오지랖은 내 옆에 아이유가 있을 때 떨어줘도 괜찮지 않나.
결국 어쩌다 손이 스친 그의 옷자락은 점점 더 멀어져 한발짝 떨어졌던 걸음이 두발짝, 세발짝으로 점점 벌어진다.
그럴 바에는 어설피 연인이 되려 시도하기 보다는 마음 편히 바라볼 수 있는 친구가 되는 쪽이 낫다.


※ 첫눈에 반한다는 것과 좋은사람

첫눈에 반하긴 했지만 내 손에는 잡히지 않는 그사람도 누군가에게 반할 수 있다.
그러면 그사람 또한 내가 겪은 순간들을 그대로 답습할지도 모른다.
그사람의 얼굴만 봐도 기쁘고, 목소리만 들어도 행복하고, 만질 수 있다면 더없이 황홀한 그런 때가 올지도 모른다.
그러면 나는 내가 반한 그사람이 반한 그사람과 둘을 어떻게든 이어보려고 쓸데없이 노력하기 보다는 그저 옆에서 그사람의 사랑이 이루어지길 바라며 지켜보는 수 밖에 없다.
어설프게 나서려 했다가는 그사람도 내가 그랬던 것처럼 점점 더 멀어지는 안타까운 상황이 생길 수가 있으니까.
그저 묵묵히 옆을 지켜주는 좋은사람인'척' 친구로 남아 그사람의 힘든 사랑을 지켜보다가, 언젠가 사랑이 이루어지면 박수치며 기뻐해주는 것만이 내 몫이다.
내가 좋아하는 그사람이 좋아하는 사람을 나도 좋아해주는 것이 가장 좋다.
이미 내가 설 자리가 아니라면, 그 자리를 차지한 사람이 좋은 사람이어서 그사람을 아프게 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만이 첫눈에 반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마치 Toy'좋은사람' 노랫말처럼..


첫눈에 반한다는 것은 그런 거더라.  

핑백

  • ♠또깡이 窮狀 茶飯事♠ : 이문세 - 옛사랑 (1991年) 2010-12-31 23:56:34 #

    ... 첫눈에 반한</a> 그 친구가 노래방에서 옛 남자친구를 그리며 아주 구슬픈 목소리로 불러주던 노래. 덕분에 나도 잠시 추억에 잠겼다.잔잔하게 울려퍼지는 노래를 들으며 멍하니 가사가 나오는 모니터를 바라보니 눈의 초점이 흐려지며 지나간 옛사랑들이 마치 한편의 뮤직비디오처럼 그려진다.이문세의 옛사랑은 누구의 목소리로 들어도 깊은 회상에 잠기게 되는 명곡이지만, 특히나 이문세의 목소리로 들을 때에는 나도 모르게 아주 숙연해지는 느낌이다.괜히 웃고 떠들며 장난 ... more

덧글

  • pientia 2010/12/14 07:49 # 답글

    글을 읽다 보니 왠지 모를 풋풋함이 밀려오네요. 정말 공감가는 이야기예요.^^ 하지만 나이가 들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감정이 점점 무뎌지는 것 같아요.T^T 아마도 살아가면서 다시 한번 사랑에 빠진다면 위의 감정들을 다시 느낄 수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사랑에 빠지기 전에 스스로 경계심이 생긴다고나 할까요? 깊이 사랑을 하면 헤어졌을 때 그만큼 깊은 상처가 남기 마련이니까요.ㅎㅎ 악...왠지 비관적으로 덧글을 남겼버렸네요.;;;; 사랑을 해서 결실을 맺는 다면 그것만큼 좋은 인생도 없지요.^^
  • TokaNG 2010/12/15 00:19 #

    사람이 나이가 들어서도 아직까지 첫눈에 반하고 그런다면 그건 철이 덜 든 거라고들 하죠.;
    세상에 첫눈에 반하고 그런 게 어디 있냐며.
    요즘 사람들이 반하는 기준은 외모와 능력, 스펙뿐인 것 같아요.
    첫눈에 화악 다가온 신비로운 느낌따위 아무 소용 없는 거란..
  • 히카리 2010/12/14 10:50 # 답글

    좋아하는데 내 사람으로 만들지 않고 어떻게 견딜수 있나요.ㅠㅠ
  • TokaNG 2010/12/15 00:20 #

    아주 잠시 내 사람이 되었다가 영영 남이 되어버리는 것보단 낫지 싶어요.
    용기 없는 자의 비겁한 변명일지 몰라도..
  • 에바초호기 2010/12/14 19:04 # 답글

    첫눈에 반한적이 없어서 그런지 난 잘 모르겠다.
    그냥 거의 보다보면 정이 드는 타입인지라....
    또 이게 나름 굉장히 안 좋은 경우인데...
    나는 이제 슬슬 좋아지는데 상대방은 이미 남자로 안 보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 TokaNG 2010/12/15 00:21 #

    이래 저래 안될 사람은 안돼.
  • 마른땅 2010/12/14 21:03 # 답글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ㅜ 저는 한눈에 반해 본적은 없지만
    은근히 신경쓰이게된 사람은 있었던것같습니다.

    링크할게요!
  • TokaNG 2010/12/15 00:21 #

    감사합니다. : )
  • 지나 2010/12/16 03:53 # 답글

    첫눈에 반하는 것도 참 힘든 것이지만
    첫눈에 반한 사람에게 실망하지 않는 것도 참 힘든 일일 것 같아요.
  • TokaNG 2010/12/16 04:04 #

    그것도 그렇겠네요.
    아무리 첫눈에 반했다곤 하지만, 행동이나 말투까지 완벽히 취향이긴 힘들 테니.;;
    아무래도 상상과는 달라서 확 깨는 부분도 없진 않겠죠?

    근데 저는 아직까지 첫눈에 반했던 상대에게 실망해본 적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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