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라도 그러하듯이.. (무법자) 영화애니이야기

케이블에서 해주는 것을 몇번이고 가장 궁금한 장면인 광장씬부터 봐서, 언제고 기회가 되면 처음부터 봐주리라 생각하고 있다가 드디어 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본지는 꽤 되었지만;;)
광장씬을 볼 때마다 저사람들이 왜 사슬에 묶인 채로 저렇게 구속되어 있는지, 철가면을 쓴 남자는 과연 뭐 하는 사람인지 아주 궁금했는데, 이제야 그 궁금증을 풀게 되었네요.
사실 아무리 호기심 땡기는 장면을 연출했어도 출연배우라던지 연출한 감독이 낯설면 그리 구미가 당기지도 않았을 텐데 주연이 감우성이라 더욱 기대를 하고 봤습니다.
꽤나 좋아하는 배우중 한명이라서.


강력계 형사로 등장하는 감우성은 그 이름만큼(?)이나 감성이 꽤나 풍부합니다. 피해자의 진술을 들으며 자신도 주체할수 없는 분노와 피해자에 대한 연민을 함께 느끼며 사건해결을 이성적이기 보다는 감정적으로 해결하려 듭니다.

어느날 좀 사는집(?) 여식이라는 이유로 낯선 무리들에게 납치를 당해 갖은 해코지를 당하다 겨우 도망친 한 여성의 진술을 들으며 연민의 감정을 느껴 그 여성을 사랑하게 된 감우성. 그녀를 해코지한 무리를 처단하고 피해여성을 잘 돌봐주다 드디어 결혼하기에 이릅니다. 
처음엔 정신적 충격에 의한 트라우마로 인해 정상적인 활동을 하지 못하던 여성은 감우성의 정성 어린 보살핌으로 드디어 평범한 모습을 되찾아 가다 급기야는 아이를 갖기도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행복은 그리 길게 가지 못합니다.


감우성의 주변에는 슬픈 사건들이 끊임없이 생겨납니다.
가장 절친했던 친구가 뺑소니 사고로 사망했나 싶었더니 그의 죽음 뒤에는 더 큰 무서운 사건이 숨어있었습니다.
어느날 홀연히 임신한 몸으로 사라졌던 아내가 7년만에 만나자고 연락을 하더니 드디어 만나려는 찰나에 아내와 이제 7살난 그의 아이는 어느 소년들에 의해 '재미로' 죽임을 당합니다.

가뜩이나 피해자의 억울한 감정이 쉽게 이입되서 사건을 감정적으로 처리하게 되던 감우성에게 이 두 사건은 극복할 수 없는 고통입니다.
아무리 법을 수행하는 경찰의 신분이지만, 법으로 심판하려 해도 교묘한 수법으로 법의 구멍을 피해가며 피해자들을 우롱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더욱 더 주체할 수 없는 분노를 느낍니다.
그리고 자신이 수행하던 법이 정작 억울한 사람들의 한을 풀어주지 못한다는 것에 환멸을 느끼기도 하고..


감우성의 부인과 아이가 살해당하는 사건은 이태원 살인사건과 같은, 햄버거가게 화장실에서 벌어진 묻지마 살인사건을 기초로 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말미에서는 특정 사건과는 관계가 없는 픽션임을 언급하고 있지만, 피해자가 남성에서 여성과 아이로 바뀌었을 뿐, 진행방식이 아주 흡사합니다.
부인과 아이가 감우성을 만나기 위해 공원에서 그를 기다리다 잠시 햄버거 가게 화장실을 들린 사이에 가게에서 햄버거를 먹던 재미교포와 그의 친구가 재미삼아 살인을 저지르고, 곧바로 붙잡혔음에도 용의자가 미 영주권자라는 이유와 흉기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 현장에서 잡힌 두사람의 용의자가 서로 자신은 범인이 아니라고 떠넘기는 점에서 이태원 살인사건의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습니다. 

이태원 살인사건은 아직 보지 못했지만 그와 흡사한(?) 그들의 모습을 보니 정말 관객의 입장에서도 화가 치밀어 오르는군요.
그저 으시대기 위해서, 재미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아무나라도 좋으니 한번 죽여보자고 낄낄거리며 작당하는 모습과, 재판장에서도 서로 자신은 범인이 아니라며 비아냥거리는 모습은 정말 인간 이하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국민이 살인을 당했는데도 용의자가 미 영주권자라는 이유로 국력이 없어서 미국에서 중재해주길 바라야 하는 힘없는 공권력과 그것의 빈틈을 악용하는 모습은 정말 무엇을 위한 법치인지 한숨만 나오게 합니다.
자국의 국민 하나 보호해주지 못하는 허술하고 빈약한 공권력이라니..
법의 허점을 교묘하게 이용해 현장범이면서도 무죄로 풀려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 누구라도 무법자가 되고 싶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법이 심판해주지 못하는데 어떻게 법에만 의지하고 맘 편히 살아갈까.


이태원 살인사건의 실제 사건이 아직까지도 미제로 남아있는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영화에서는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속 시원한 복수를 자행합니다.
몇번이고 봤던 광장씬에서의 구속된 사람들은 바로 그 사건에 연루된 자들이었습니다.
사건의 용의자와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 판결했던 판사, 용의자들의 든든한(?) 힘이 되어주었던 미국인(뭐 하던 사람이었는진 까먹었지만, 암튼 힘이 있는..) 등.
저마다 가슴에 사제폭탄을 하나씩 달고 쇠사슬에 묶인 채로 동그랗게 엮인 그들에게 그들을 그렇게 만든 철가면을 쓴 사내로부터 가혹한 명령이 하나 떨어집니다.
이중에 진짜 범인이 있으니 그를 색출해서 목숨을 끊으면 나머지 사람은 모두 살려주겠노라는.

이 과정에서 다소 사족같은 대사가 몇마디 오가기도 하지만, 나름의 타당성을 가지고 있는, 법이 심판해주지 못하는 살인마를 처단하기 위한 기발한 장치였습니다.

법에 무지한 여대생이라도 한눈에 알 수 있는 범인을 법을 집행한다는 이유로 쉽사리 범인이라고 지목하지 못하는 검사와, 그에게 무죄라는 판결을 내려준 판사를 보며 이런 식으로 구멍이 뚫린 법이 어떻게 국민을 보호할 수 있겠냐는 안타까운 생각도 들고, 그런 억울함이 비단 한두차례만 있는 것도 아닐 거라는 추측에 더욱 답답하기도 합니다.


악을 처단하고 싶어서 경찰이 되었지만 법이 허락하지 않는 범위도 있어 할수 없이 무법자가 된 감우성.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뻔히 눈에 보이는 악행을 법이 벌해주지 못한다면 나라도 벌해주마' 라고 생각하지 싶습니다.
그래서 미국엔 히어로가 그렇게 많기도 하고.
인터넷 뉴스의 덧글들을 봐도 흉악범죄를 다룬 기사에서는 법을 초월한 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흔히 보입니다.
법이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인데, 그런 법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국민들은 도대체 무엇에 의지해야 하는지.

사실, 흉악범죄 판결문들을 보면 법이 지켜주는 것은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긴 합니다. 영화 부당거래에서도 그러한 법의 맹점을 이용해 형량을 줄여주겠다며 거래를 햐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실제로도 그러한 형식으로 죄질에 비해 가볍다고 생각되는 형량을 받는 경우를 뉴스를 통해 수없이 봐오고 있으니.


연출이라던지 여러가지 디테일한 면에서는 조금 아쉬운 느낌이 들긴 했지만, 시사하고자 하는 바는 꽤나 묵직했던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나니 괜히 같은 사건을 다룬 이태원 살인사건에서는 어떤 형태로 사건의 무게를 감당하려 했는지 궁금해지네요.
마침 어젯밤에 역시 케이블에서 해주고 있던데..
이 역시 처음부터가 아니라 당장은 보지 않고 넘겼지만, 그덕에 보고도 리뷰를 작성하지 않았던 이 작품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법이 좀 더 믿고 의지할 수 있도록 잘 다듬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근데 입법부의 사람들은 국민의 안전에는 그다지 생각이 없는 것 같아서 아쉬울 따름이란..
 

덧글

  • 므흣한김밥 2010/11/10 08:19 # 답글

    자고로 법이란 있는 넘들 똥줄 지켜주려고 만든 것이빈다...ㅡ,.ㅡㅋ
  • TokaNG 2010/11/10 12:54 #

    그런 것 같아요. ㅋㅋㅋ
  • 페리도트 2010/11/10 22:56 # 답글

    썩어빠질놈들...참 모범시민의 경우보단 개인적으로 나은 결말인거 같습니다.
  • TokaNG 2010/11/11 05:23 #

    저는 모범시민을 아직 보지 못해서..
  • 건담=드렌져 2010/11/13 03:01 # 삭제 답글

    왠지 퍼니셔가 떠오르는 설정이네요.

    퍼니셔 역시 갱단들에게 가족들을 살해당하고 나서는 악 자체를 뿌리 뽑겠다면서 복수의 화신이 되죠.
    그 뒤로는 작게는 양아치부터 크게는 거대 범죄 조직(혹은 썩은 관료들)들을 상대로 처절한 전쟁을 벌이는 중...ㅡ.ㅡ;;;
  • TokaNG 2010/11/13 03:02 #

    벌이는 중이라고 하면..
    미드냐?
    미드는 본 게 전혀 없으니..;;
  • 건담=드렌져 2010/11/13 03:08 # 삭제

    http://www.angelhalowiki.com/r1/wiki.php/%ED%8D%BC%EB%8B%88%EC%85%94

    이걸 보시면 이해가 빠르실 듯...ㅡ.ㅡ;;;
  • TokaNG 2010/11/13 03:14 #

    어째 익숙한 이름이다 싶었더니, 마블쪽 캐릭터였구만?;;
    대충만 읽어봐도 마블의 세계는 정말 흥미로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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