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이득 없는 (부당거래) 영화애니이야기

류승완 감독의 부당거래를 보고 왔습니다.
광고카피부터가 마음에 들었던 영화.
연출하는 경찰, 각본쓰는 검사, 연기하는 스폰서라는 다소 자극적인 카피로 기대를 가지게 합니다.


사건의 소재는 어린이 실종사건.
성폭행이 가미된 연쇄살인이라는 점을 함께 엮어서 요즘들어 부쩍 이목을 집중하고 있는 민감한 사안을 베이스로 깔았습니다.
그 사건을 두고 경찰과 경찰간의 거래, 경찰과 스폰서와의 거래, 스폰서와 검찰과의 거래가 얽히고 섥히며 법치국가에서는 있어서는 안될 부당거래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열됩니다.


이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세상에 정말 믿을 놈 하나 없어 보입니다.
영화는 영화일 뿐, 현실과는 혼동하지 말자고 위안을 해보려 해도 매일마다 터지는 사건사고와 정치권의 난장스러운 모습을 뉴스로 접하고 있다 보면 이게 딱히 영화에서만 일어나는 일인 것 같지 않아서 더 혼란스럽고.
사실 누구나 눈치는 채고 있을지 모르지만 이렇다할 증거도, 처단할 방법도 없어 그러려니 하고 어물쩡 넘기는 일이 다반사인지라 더욱 답답해지는 이야기들입니다.

대통령까지 친히 납시어서 신속히 사건을 해결하라고 격려(?)하는 모습은 2년전에 대통령이 일산경찰서를방문했던 사건을 떠올리게도 합니다.
정말 대통령 납시었다고 사건이 이렇게 신속할수 있나 싶을 정도로 후다닥 처리되었던..
무려 대통령까지 움직이니 경찰쪽은 똥줄이 탑니다. 어떻게든 수사를 진행해서 청와대에 보고를 해야 하니 반드시 범인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그 범인을 선출해낼 인물을 선정하기 위해 경찰이 경찰과 거래를 하고, 범인을 만들어내기 위해 경찰과 스폰서가 거래를 하고, 범인을 설득시키기 위해 스폰서와 용의자가 거래를 하고..
한번 시작된 거래는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경찰이 이쪽 스폰서의 뒤를 봐주느라 검찰의 스폰서에게 해를 끼치니 이번엔 스폰서와 검찰이 거래를 해서 검찰과 경찰이 맞붙습니다.
그 과정에 기자와 거래를 해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모습도 보이고..

보면 볼수록 쟤들이 이러면 안되는데 싶으면서도 우리네 현실에서 익히 봐오던 모습들이 그려집니다.
너무 적나라한 모습이라 차마 인정하긴 싫지만 딱 잘라 아니라고도 할 수 없는 그런 추악한 그림들..
와.. 이래도 괜찮을까? 류승완 감독, 나중에 검·경에 조사 받으러 다니는 거 아냐? 싶을 정도로 그들의 치부를 만천하에 드러내는 모습.
언제부터 관객이 영화를 보며 감독걱정을 하게 되었냐마는, 아무튼 감독이 걱정스러워질 정도로 그들의 감추고 싶은 거래가 낱낱이 파헤쳐집니다.

어이가 하늘로 승천하고 정신이 멍해지면서 저게 제발 영화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이길 바라며 보고 있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또 익숙한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하는 게 눈에 보여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사람들이 늘상 말하지만, 연예인 털 시간 있으면 잘나신 기업이나 정치권 비리부터 좀 털라고..
하지만 그러지 않는 이유가 납득되려 하는 모습이 보이니 기가 막힙니다.

어차피 세상은 기득권자들의 부당거래로 이루어진다는 씁쓸한 기분을 감출 수 없습니다.
힘 없는 서민은 그들의 거래에 튀는 불똥이나 맞지 않으면 다행.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부당거래의 모습을 조명하며, 결국에는 그런 거래 끝에는 이득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지만, 이 또한 개운하지 못합니다.
극중 범인으로 지목되는 용의자를 확실시 하기 위해 시작된 부당거래, 그 거래는 사건을 신속히 해결하라는 고위층의 압박만 없었으면 애초에 생기지도 않았을 것을.
무조건 빨리빨리를 외치는 윗사람의 비위를 맞춰주려 무리를 하다 보니 그런 부당거래가 시작되고, 악순환의 고리가 연결되니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가늠도 안 옵니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수사했으면 그런 거래 없이도 사건이 마무리 될 수 있었을 텐데.. 그렇다고 신속한 수사를 종용한 윗선에게 탓을 돌릴까? 그것도 좀 무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역시 극중의 이야기이고, 현실에서도 과연 그러할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위에서 압박을 해온다고 부당거래가 시작되고, 그렇지 않는다고 깨끗한 수사만이 진행될까, 검·경이 애초엔 다들 정의롭기만 할까..
이미 수많은 사건들을 접하면서 그들에 대한 불신이 너무 깊어졌나봅니다.

불신이 깊다 보니 영화가 영화로만 보이지가 않아서 문제.

배우들이 연기를 너무 잘해서 더욱 현실적으로 와닿으니 이 또한 문제. (야)
류승완 사단의 대표주자인 안길강 아저씨는 대사 하나 없이 눈빛만으로도 그 카리스마 뿜어주시니 이 영화는 정말 주연부터 조연, 지나가는 까메오까지 발연기를 찾아볼 수 없이 탄탄합니다.
영화가 예쁜 여배우 없이도 이렇게나 재미있을 수 있다니.. (어이)


아우, 너무 몰입해서 봤더니 머리가 띵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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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에바초호기 2010/11/09 21:25 # 답글

    류승완 감독 영화였구만,이 양반 액션영화만 관심있는줄 알았는데...
    꽤 무거운 이야기를 잘 영화로 만든듯.게다가 너무 리얼스럽다는게 문제로 보일정도라니....
    좋은 리뷰 잘 봤네...
  • TokaNG 2010/11/09 23:10 #

    이양반이 은근히 영화에 무게도 실어. 사람들이 간과하는 부분이지만.
    '주먹이 운다'는 정말 최고였다능.
  • 페리도트 2010/11/09 22:02 # 답글

    예전의 사생결단이 생각나네요. 그것보다 한 술 더뜨는 영화인가보네요.
    근데 경찰이 검사한테 개길 수 있을려나 직급이 많이 높아서..쩝..
  • TokaNG 2010/11/09 23:12 #

    캐스팅이 비슷해서라도 사생결단을 떠올려 보려 했지만 안타깝게도 너무 허투루 봐서 무슨 내용이었는지 기억이 난지 않네요.;;
    다시 보고 싶긴 한데..

    사실 검찰과 경찰이 맞붙어서도 될 게 아니죠.
    서로 정의를 수호한다면서 정의의 파수꾼끼리 맞붙으면 서민은 누가 지켜?;
    그런데 그런 일이 현실에서 왕왕 일어나죠.orz
  • 동사서독 2010/11/10 01:47 # 답글

    저도 사생결단이 생각나더라구요.

    사생결단은 영화 전개에 있어서 좀 불친절한 부분이 있었지요.
    (사생결단을 극장에서 5번을 봤다는..ㅋㅋ)
    류승범이 자기 삼촌인 뽕쟁이 영감님에게 연락해서 황정민의 추적에서 영감님 봉고차를 빼돌리는 장면이 생략되어서 관객들이 이게 뭥미 하게 만드는 부분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관객은 영화적 트릭으로 그렇게 연출했는지 모르겠지만 극장에서 본 5번 모두 관객들 반응이 거기서 쏴~ 해지더군요. 낚시터 봉고차가 당연히 그 영감님 마약조제 봉고차인줄 알았는데 별다른 설명 없이 낚시터에 놀러온 엉뚱한 차량으로 밝혀지는 장면에은 편집 실수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추자현이 마약 맞고 남자랑 뒹구는 장면에서는 다들 숨이 멎었는데 그 부분이 너무 실감나게 연출했던 것이 오히려 영화를 보는데 있어서의 흐름을 깨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황정민이 친구의 미망인과 몸을 섞는 장면도 좀 더 많은 관객을 모으기에는 묘사가 너무 직설적...이지 않았나 싶구요.
    악역을 맡은 마약 조직 최종 보스가 일반 영화 관객들에게 별다른 존재감이 없는 무명에 가까운 배우였다는 점도 아쉬웠지요. 황정민, 류승범의 기를 누를 수 있는 굵직하고 카리스마 있는 전국구 배우였으면 싶은데 지역구 배우, 게다가 약간은 방정 맞은 사투리 연기를 선보여서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는 '최종보스'로서의 사악한 느낌을 주지 못했다 싶습니다.

    제가 5번 보는 장면 중에서 관객들 반응이 가장 좋았던 장면은 형사인 황정민이 여탕을 수사하다가 물벼락을 받는 장면 같습니다. 황정민이 류승범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류승범이 모른척하자 바로 길 건너편에서 황정민이 "반갑다 상두야" 인사를 하는 장면도 좋았지요. 첩보(!)한다면서 마약조직의 뒤를 쫒는 장면도 코믹하게 잘 만들어졌지요. 뒷부분 배 위에서 류승범이 황정민 머리에 총을 겨누는 장면도 인상적이었구요.
    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장면은 둥두두둥 둥두두두둥 음악과 함께 나오는 오프닝 시퀀스였습니다.
  • TokaNG 2010/11/10 01:50 #

    어? 분명히 영화를 보긴 했는데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아요.;ㅁ;
    나 뭘 본거야?;;
    언제 다시 한번 보긴 해야겠네요.;;
    부당거래도 한번(이상) 더 보고 싶긴 합니다.
  • 스카페이스 2010/11/11 09:13 # 답글

    개인적으로 류승완감독의 영화는 재밌게 본게 하나두 없어서 이번껀 평이 좋아서봤는데 역시나 저랑은 잘 안맞더군요. 분위기에 휩쓸리는 스토리나 캐릭터의 설정 파괴등, 드라마의 늘어짐과 오바스러운 엔딩. 눈에 거슬리는게 한두가지가 아니더군요.

    이 감독의 스타일과 취향이 영 아닌듯하더라구요.ㅎㅎ

  • TokaNG 2010/11/11 14:38 #

    저랑은 영화취향이 많이 다르신가봐요.=ㅂ=
    저는 장진도, 류승완도 좋아하는데, 둘 다 별로라고 하시니.ㅜㅡ

    사실 제가 어지간한 영화는 다 재밌게 보긴 합니다.
    어지간하지 않은 영화들도 많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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