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향기. 영화애니이야기

어쩌다 보니 저녁 8시쯤부터 보기 시작해서 새벽 3시 반까지 봐버렸습니다.
영화 보는 도중에 조카 밥 먹이랴, 나 밥 먹으랴, 설거지 하랴, 이것 저것 다 하고 또 잠시 보다가 농땡이 피다가, 또 잠깐 보다가 강심장 보다가, 친구에게 갑자기 전화가 와서 통화도 하다가(사내녀석이랑 한시간이나 통화하고 싶지 않았는데.orz), 또 다른 친구랑 메신저로 대화 나누다가..
이러저러하다 보니 영화 한편 보는데 거의 7시간 반이나 걸렸네요. (난
멀티플레이가 안되니.;;)
그렇게 오랜 시간 나눠 보면서 무슨 몰입이 되었겠냐마는, 충분히 재밌게 볼 수 있었던 작품, 행복의 향기.

촥~ 지글지글.. 뜨거운 후라이팬에 계란이 익어가는 모습을 보이며 영화가 시작합니다.
처음엔 실수로 같은 영화를 다시 플레이 한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후라이팬을 잡고있는 손은 고운 여성의 손이 아니라 투박한 할아버지의 손. 뜨거운 불앞에서 무거운 후라이팬을 들고 계란과 토마토를 함께 휙휙 볶아내는 영감님의 모습이 보입니다.
아.. 잘못 플레이 한 건 아니구나.

정성이 가득한 맛있는 음식으로 단골손님도 많은 중식당, '소상해반점'. 백화점 식품부 직원인 타카코는 이 중식당의 주인장인 왕씨를 백화점에 입점시키기 위해 업무로써 이곳을 찾습니다. 하지만 단번에 싸늘한 대답과 함께 거절당하고..
한번에 포기할 수 없어 다시 식당을 찾은 타카코는 또한번 쫓겨나기 전에 황급히 식사를 주문해버립니다.
그리고 이내 차려나온 맛깔스러운 정식.
이 영화는 아주 맛있는 요리들을 한껏 선보이는 위꼴영화입니다.

매일같이 식당에 들러 얼굴도장을 찍는 타카코. 주문하는 메뉴라고는 바다정식, 산정식을 번갈아서 할 뿐인데, 매번 다른 요리가 아주 맛있게 차려집니다.
어느새 자신이 왜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도 잊은 모습.
그러다 어느날 왕씨가 쓰러지면서 타카코가 병문안을 가게 되어 아주 사적인 질문 하나를 던지며 두사람의 관계가 어느정도 확립이 됩니다.

"게살만두의 비법이 뭐에요?"

"회사를 관두고 오면 가르쳐주지."

아주 짧은 대화.
이 대화가 이야기의 전환점이 될거라는 것은 진작에 눈치를 챘습니다.

매일같이 그곳의 음식을 먹으면서 진심으로 왕씨의 요리에 매료되어버린 타카코와 달리 백화점은 그저 상업적으로 비젼이 좋은 주방장을 들이고 싶을 뿐입니다. 그런 모습에 실망한 타카코. 부두에 멍하니 앉아 고향인 소흥쪽을 바라보는 왕씨와 얘기를 나누다 어릴적 자신이 좋아했던 아버지의 요리를 떠올리며, 자다 말고 후라이팬을 꺼내들어 열심히 요리를 하기 시작합니다. 다음날 회사 가는 것도 빼먹은채..

그 식당에서 먹어본 요리들을 하나 둘 만들어보지만, 암만 해도 그런 맛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굳은 결심을 한 타카코, 급기야 정말로 회사를 관두고 요리를 배우기 위해 왕씨를 찾아갑니다.


이 영화도 논짱 도시락과 마찬가지로 요리를 앞세운 영화이긴 하지만, 요리 자체보다는 주인공인 코마키의 성장기에 중점을 둔 논짱 도시락과는 달리, 여기서는 요리를 통해 사람과 사람이 교감하는 모습을 그려내기 위해 한층 더 요리에 치중한 모습입니다.
정말 갖가지 다양하고 맛깔스러운 요리들이 속속 나오고, 정성스레 재료를 다듬고 요리에 임하는 모습이 진지하게 그려지며, 무엇보다 요리가 모든 이야기들을 이어주는 고리가 됩니다.


지병의 후유증으로 인해 손에 마비가 와서 더이상 요리를 하기 힘들어진 왕씨와, 마침내 왕씨에게 허락을 받아 요리를 배우게 된 타카코.
열심히 요리를 배우면서도 도중에 일어난 불의의 사고로 인해 타카코가 실의에 빠지기도 하지만, 숨겨왔던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더욱 더 깊은 유대를 형성하기도 합니다.
왕씨는 타카코에게서 오래전 돌림병으로 죽은 딸의 모습을 보고, 타카코 역시 세상을 떠난, 생전에 요리사셨던 아버지의 모습을 왕씨를 통해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왕씨의 고향인 중국의 소흥으로 잠시 건너간 두사람은 이제 스승과 제자를 넘어선, 아버지와 딸의 모습을 보입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물려줄 준비가 된 왕씨와, 왕씨의 모든 것을 이어받을 준비가 된 타카코.
두사람은 이제 왕씨에게 상견례 자리의 음식을 부탁한, 왕씨의 은인인 사장님과 그의 사돈이 될 가족들에게 대접할 요리를 준비합니다.
풀코스로 서비스되는, 왕씨에게 전수받은 타카코의 맛깔스러운 요리들이 끊임없이 나옵니다.
영화를 보면서도 '저 많은 걸 다 먹어?' 하는 걱정이 들 정도로 엄청난 요리들. 보는 내내 입에선 침이 고이고, 요리를 먹는 가족들의 표정을 보면 괜히 흐뭇해집니다.
그리고 마지막을 장식하는 왕씨의 토마토 계란 볶음. 영화의 시작에 보여졌던 그 요리입니다.


영화에서 요리는 단순히 배를 불리기 위한 것이 아닌, 서로의 진심을 전달하는 도구로써 나옵니다.
타카코가 불쑥 꺼낸 게살만두의 비법을 물어보는 질문으로 시작된 두사람의 기이한 연은, 요리를 반복하면서 점차적으로 깊어져서 두사람을 단단하게 엮어줍니다.
요리를 통해 두사람이 살아오면서 잊고 있었던 부분을 다시금 떠올리게 하며, 그 빈자리를 서로가 채워갈 수 있게 합니다.

요리라는 건 알면 알수록 참으로 대단한 거구나. 싶습니다.


'행복의 향기'.
영화제목이 왜 '행복의 향기'일까 했는데, 메신저로 친구와 대화를 하던중 뭐 하고 있었냐는 질문에 '행복의 향기'라는 영화를 보고 있었다고 하니,

"'행복의 향기'? 그건 무슨 향기고? 밥 짓는 향기가?"

라고 하기에, 아하~ 그래서 '행복의 향기'구나 싶었습니다.

역시 누구나 얼핏 떠올릴 수 있는 행복의 향기는 맛있는 밥을 짓는 향기인가 봅니다.
영화 내내 정성을 가득 담은 맛있는 요리를 잔뜩 만들어내니, 이보다 행복의 향기가 진동하는 영화는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영화를 다 본 지금은 매우 몹시 배가 고파옵니다.orz

덧글

  • 페리도트 2010/10/27 10:49 # 답글

    어디 영화의 밥안개...아 방가방가에 나온 ㅎㅎㅎ그런것과 의미가 비슷하네요.
  • TokaNG 2010/10/27 12:59 #

    뭐, 그럴까요? ㅎㅎ
  • 늘보냥이。 2010/11/01 23:54 # 답글

    .......배고파요....
  • TokaNG 2010/11/06 02:45 #

    저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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