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담근 환상의 (된장) 영화애니이야기

딴 거 다 필요 없고, 각본이 장진이라 냉큼 가서 본 작품.
감독은 이서군이지만, 감독이 누구든 장진의 각본이라면 재밌을 것 같아서 매우 기대를 했던, 구수한 된장 속에 애틋한 사랑을 풀어놓은 영화, 된장입니다.


어느날 후배로부터 무언가의 제보를 받은 방송국 PD 최유진(류승룡), 희대의 살인마가 죽기전에 남겼다는 '그 된장찌개가 먹고 싶네.' 라는 말의 진실을 파해치기 위해 동분서주합니다.

천상의 맛을 지닌 된장찌개를 먹다 잡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비운의 살인마 김종구.

그 된장찌개가 어떤 맛이었는지 궁금해서 당시의 집행인들과 같은 교도소 재소자, 검거형사들을 인터뷰 하며 자신도 모르게 점점 그 된장에 매료되는 최PD.
처음에는 된장의 신비로움을 좇다가, 나중에는 그 된장을 구성하는 신비로운 성분들을 좇다가, 그것을 넘어서 그 된장을 만든 사람을 찾아 헤매고, 종국에는 그 사람이 애타게 찾던 한 남자를 만나게 됩니다.

콩과, 소금과, 물과, 흙과, 태양빛과, 바람의 영향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는 된장. 그 된장중에서도 최상의 된장을 만들기 위해 갖은 정성을 다 들여 만들어낸 궁극의 된장.
냄새만 맡아도 사람을 홀려버리고 먹는 내내 팔에 수갑이 채워져도 모를 정도로 중독이 되고, 죽기 직전에도 떠오를 정도로 매혹적인 그 된장.
시체를 덮으면 시체가 썩지 않고, 그 발효냄새에 나비가 날아들어 뒤덮을 정도로 환상적인 된장. 
그 된장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에는 아주 애절한 사랑과 기다림이 있었습니다.

궁극의 된장을 만들기 위한 최고의 레시피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그 레시피를 따른다고 해도 같은 맛을 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오랜 정성과 기다림이 묻어난 된장.
어쩌면 그 환상의 맛의 비밀은 그 기다림의 결정체가 아니었을까?

된장 하나에 이정도로까지 깊은 사연을 담을 수 있구나 싶을 정도로 빠져들어, 아주 재밌게 봤습니다.
역시 장진이 만들어내는 판타지의 세계는 아주 따뜻하고 좋습니다. 하다 하다 이제 장에까지 그 환상을 조합하다니..


색이 아주 아름다운 영화입니다.
녹음이 짙은 산과, 연둣빛이 곱고 아름다운 콩밭과, 새하얀 매화꽃이 흐드러지는 풍경..
웰컴 투 동막골을 보면서도 그 아름다운 색에 매료되었었는데, 이 영화 또한 블루레이나 DVD로 출시되면 색이 아주 곱고 화려하고 아름다울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 고운 색의 화면속에서 아름다운 사랑을 그리는 이요원과 이동욱 또한 여느 영화보다 예쁘게 그려져서 정말 훈훈한 영상을 제공하더군요.
내용도 내용이지만, 이 탁월한 색감의 영상만으로도 충분히 볼 가치는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다소 지루할 수도 있는, 된장의 비밀을 파헤치는 과정을 탁월한 연기파 배우 류승룡이 적절한 애교와 개그를 섞어서 한층 재미를 더해줍니다. 류승룡이 이렇게 귀여워질 수도 있구나. 산적처럼 생겨서는 그런 애교를 보이니, 정말 더 귀엽지 말입니다.
극의 초반에는 직접 발로 뛰어다니며 이야기를 주도해오던 류승룡이 나중에는 된장의 비밀을 담을 연애담을 들려주면서 잠시 모습을 감추기도 하지만, 탁월한 멘트로 극을 잘 마무리하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궁극의 된장을 만들어낸, 이시대 최고의 된장녀(?), 장혜진(이요원).

그의 포쓰는 말 없이 살짝 미소지을 때 더욱 빛나는 것 같습니다.
사실 극의 초반에 아주 잠깐씩 등장할 때는 신비로운 느낌의 캐릭터였는데, 후반에 연애담을 들려주면서 그 신비로움이 많이 무너지긴 했습니다.
그저 여느 예쁜 처자들처럼 짜릿한 사랑에 가슴 뛰는 아가씨라, 신비로움이 벗겨지는 대신에 사랑스러움이 더해지긴 하지만..

어릴 때부터 메주를 보며 잠들고, 장독대를 누비며 자라서 커서는 자연스레 장을 담그게 된 그녀가 어머니의 된장맛을 좇다가 사랑을 만나 궁극의 된장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그 어떤 장을 만들 때보다 힘들고 혹독했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다스릴 정도의 맛을 지닌 된장.
그 된장의 미스터리를 때로는 웃기게, 때로는 애절하게 아주 잘 그려낸 작품이었습니다.


글이 길어지니 또 말이 꼬일 것 같아서 냉큼 잘라버려야지.


영화를 보는 내내 된장찌개가 땡겨 맛깔스러운 된장찌개 사진이 걸려있는 고깃집엘 갔지만, 영화에서 대리로나마 느꼈던 그 궁극의 맛이 나지 않을 것 같아서 차마 된장찌개를 못 먹었습니다.
괜히 어설픈 된장찌개를 먹었다가는 영화에서 느꼈던 그 환상이 무참히 깨질 것 같아.;;

된장찌개가 매우 몹시 땡기긴 한데, 한동안 함부로 못 먹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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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페리도트 2010/10/25 11:46 # 답글

    된장찌개를 먹고 가서 봐야겠네요 ㅎㅎㅎ
  • TokaNG 2010/10/25 12:31 #

    소용없을 겁니다.
  • 동사서독 2010/10/25 15:47 # 답글

    그러고보니 <1박2일>에 나왔던 만재도 '배말' 된장찌개가 생각나네요.
  • TokaNG 2010/10/25 19:23 #

    저는 1박 2일은 거의 안 봐서..
  • 나비 2010/10/25 17:29 # 답글

    전 영화소개프로그램에서 보고 흥미가 갔고 또 장진 감독 각본이라 보러갔는데 괜찮은 편이었지만 살짝 지루했었어요.
    그런데 정말 그 맛있다는 된장찌개는 먹어보고 싶었는데
    집에서 엄마가 끓여주신 된장찌개를 보니... 차마 손이 가지 않더군요 ㅋ
    공감합니다ㅋ
  • TokaNG 2010/10/25 19:25 #

    어떻게 보면 좀 지루한 면도 없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점점 몰입되다 보니 지루한 걸 못 느끼겠더군요.

    저는 집에 어머니께서 곰탕을 한가득 끓여놓으셔서 한동안 다른 국은 구경도 못할 것 같습니다.;;
  • Dez 2010/10/25 18:01 # 답글

    사람으로 담근 환상의 된장으로 잘 못 보고 고어물인 줄 알고 들어왔습니다.
  • TokaNG 2010/10/25 19:25 #

    오, 그것도 좋겠는데요? (야)
  • 파랑새 2010/10/25 20:23 # 삭제 답글

    사랑으로 담근 된장.. ㅋ

    언제나 먹을 수 있을까요... ㅠㅠㅋ

    맛깔난 글과 아름다운 사진, 잘 보고 갑니당~~

    요즘세대들에게 딱 땡기는 맛은 없지만

    잔잔한 여운과 따뜻한 감동이 남는 영화 된장..

    대박났으면 좋겠어요... ㅎㅎ
  • TokaNG 2010/10/25 22:21 #

    감사합니다. : )
    저도 이런 영화가 대박났으면 좋겠어요.
    얼마나 훈훈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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