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정신 사나웠던.. (그녀는 예뻤다) 영화애니이야기

예전에 TV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잠시 보고는 어떤 작품일지 몹시나 궁금했던 그녀는 예뻤다.
마침 곰TV 무료영화로 서비스 되고 있어서 두말 할 것도 없이 들려보았습니다.

애니그래픽스 무비..

* 애니그래픽스 무비란?
실제 촬영한 영상을 바탕으로 각각의 프레임 위에 선과 색을 덧입히는 ‘로토스코핑’기법 과정을 거친 애니메이션. 실사의 생생함과 애니메이션 효과의 장점을 선택적으로 도입, 한층 진화된 애니메이션 장르의 하나로, 국내에서는 <그녀는 예뻤다>가 최초이다.

라는 설명이 Daum 영화정보에 올라와 있군요.
이 참신함 때문에 궁금해진 작품인데, 막상 90분을 넘기는 이 작품을 보고 있으려니 저러한 참신함이 되려 마이너스 요소가 되네요.

오프닝에서부터 보여지는 그림은 외곽선이 물결치듯 요동하는 정신 사나운 그림이라 눈이 아플 지경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실사로 이미 촬영이 된 부분의 필름을 보고 그래도 따라 그리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거 왜 이렇게 생 고생을 하며 작업했을까?' 라는 생각이..
어떤 장면에서는 김수로 특유의 호쾌한 웃음이 두드러지기도 하다가, 어떤 장면에서는 님하 누구센? 하게 되기도 하고, 무엇보다 주연 3인 말고는 그림체로도, 목소리로도 뚜렷한 특징이 없어서 알아보기 힘들 정도라..;;

그림체를 한가지만 고수하는 것도 아니라, 어떤 씬은 웹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거칠고 자유스러운 선에 기본색만 깔아놓은 2차원적인 그림이, 어떤 씬은 정말 사실적인 극화체가, 어떤 씬에서는 그저 사진을 리터칭한 것에 불과해 보이는 성의 없는 어색함이, 어떤 씬에서는 또 한없이 만화스러운 모습이 보여져서 가뜩이나 물결치는 선들에 정신 사나운 작품이 더 혼란스러워졌네요.
그림체와 표현기법이 바뀔 때마다 캐릭터들도 함께 바뀌는 것 같아서 조금만 멍때려도 다시 적응하는데 힘이 들었습니다.

이 다양한 그림들이 한 작품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습니다.;;
그나마 Daum에서 제공하는 공식 스샷만도 이정도지, 몇가지 그림이 더 있단.;; 

이 사람과,

이 사람이 같은 캐릭터라는 것은 영화를 보면서도 믿기 힘들었습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그림체들은 정지된 스샷으로 볼 때엔 그저 느낌을 잘 살린 일러스트정도는 되지만, 움직이는 동영상으로 볼 때면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의 혼란스러운 움직임을 보여 순간 눈앞이 침침해질 지경이었네요.
이런 움직임을 90여분이나 봐야 한다니..

20분 남짓의 단편이라면 꽤나 신선하고 좋았을 것 같은 기법도 장편이 되니 그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모양입니다.
우선은 저 혼란스러운 영상을 오래 보고 있음으로 해서 시각에도 적잖은 무리가 왔고, 어느 한 그림체와 표현기법에 익숙해질만 하면 바뀌고 또 바뀌는 다양함 때문에 각 씬마다의 그림에 적응하는 데에도 신경이 쓰여 정작 내용은 거의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이는 우선 그림을 보면 표현기법을 먼저 연구해보려는 못된 습성 때문일 수도 있지만(기법만 연구하지 그려보진 않지만;;), 그림체가 바뀌면서 사람이 함께 바뀌는 기분인데, 다른 사람들도 썩 반갑진 않았을 듯.;;
실사 촬영분을 따라 그린 덕에 움직임이 자연스러울 수도 있지만, 그림으로 표현하기에는 역시 움직임에 위화감이 조금 있어서 그 부분도 그다지 매리트가 없었네요.
어떤 특정적인 그림체에선 표정연기가 아주 탁월해서 잠시 마음에 들긴 했습니다.

목소리를 입힌 배우들도 애니메이션에서의 오바스런 더빙이 아닌, 실사영화를 찍을 때처럼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서 그림과는 다소 동떨어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애니메이션과 목소리 더빙을 따로 놓고 보면 각각이 썩 괜찮음에도 합쳐놓으니 어색함이 장난 아니네요.

이러한 영화적인 특성도, 애니메이션의 특성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어정쩡해진 작품에, 그래도 딴에는 애니메이션 특유의 발칙한 상상을 첨가하고 싶었는지 말도 안되는 오바스러움을 보여 손발이 오그라들었습니다.;;
극중에서 대기업에 입사한 김진수가 신상 최첨단 세탁기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장면은 차라리 덜어냈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김수로가 근무하는 경찰서에서의 쌩뚱맞은 군무도..
이 두 장면은 정말 사족에 불과했군요. 차라리 빠졌으면 무난하기라도 하지, 괜히 끼어서 작품의 질만 더 떨어뜨린 꼴이란.;;


꽤나 신선한 기법의 참신한 영화가 될 거라는 기대는 산산히 무너졌네요.
영화 소개 프로에서 본 그 잠시의 예고편이 가장 보기 좋았습니다.
어째 90여분을 내리 보면서도 내용에 관한 건 거의 남는 게 없다냐.orz 
그나마 생각나는 것은, 죽마고우인 세친구가 한 여자를 사이에 두고 서로 자신의 사랑관을 어필하고 있다는 것 뿐입니다.

개개인의 에피소드를 통해 각각의 성격들이 잘 설명된 그들은, 어떤이는 마음 둘 곳을 몰라 이사람 저사람 마구 만나고 다니는 바람둥이고, 어떤이는 옛사랑의 상처에 몸부림 치는 감수성 풍부한 사람이고, 어떤이는 단 한번 스쳤을 뿐인, 얼굴도 모르는 첫사랑의 흔적을 찾아 헤메는 바보.. 그리고 그들의 틈바구니에 끼어든, 어떻게 보면 한없이 제멋대로고, 어떻게 보면 꽤나 참하고 매력적인 그녀.
이들 4인방의 진정한 사랑 찾아 삼만리같은 이야기였다~ 라는 것만 떠오릅니다.
결말이 어떻게 되었는진 모르겠고.orz 


변화무쌍한 그림체와 다채로운 표현기법에 정신이 빼앗겨 내용따윈 안드로메다로 보냈습니다.;;
근데 감히 다시 볼 엄두는 나지 않아요.;;

그냥 독특하고 실험적인 기법만이 인상적인 작품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론 조금 아쉽기도 하네요.
이러한 기법을 그리 길지 않은 러닝타임에 절충해서 잘 버무리면 꽤 인상적인 단편이 만들어질 것도 같은데.

혹은 열번째 비가 내리는 날과 같이 실사로 진행되는 이야기 사이에 임팩트 있는 장면을 연출하기 위한 기법으로 써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이 작품은 중간에 보여지는 애니메이션 기법이 신선하고 인상적이어서 DVD까지 구매했는데..

그저 로토스코핑’기법 하나로 90분이 넘는 긴 러닝타임을 다 채우기엔 무리가 좀 있었습니다.

덧글

  • 페리도트 2010/10/24 01:32 # 답글

    보고싶긴 한데 정신없다면 내일 아침으로 돌려야겠군요.
  • TokaNG 2010/10/24 23:07 #

    저도 이거 보다 보니 머리가 지끈거리더군요.;;
    자기전에 볼만한 작품은 아닌 듯.;;
  • 동사서독 2010/10/24 13:38 # 답글

    킬빌 1편에서처럼 영화 속 일부분(만)을 애니메이션으로 처리했으면 좋겠네요.
  • TokaNG 2010/10/24 23:08 #

    그러게 말입니다.
    사실, 그런 식으로 일부분 애니메이션을 삽입한 영화는 이미 많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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