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 동생아. 그저그런일상들

거의 7~8년만에 진주에 사는 이종사촌동생이 놀러왔다.
막내이모의 딸인 그녀석은 이제 겨우 중1. 나이차이가 거의 조카뻘이라 어색하고 뻘쭘하기만 하다. 나이차이도 그렇지만, 워낙 오랜만에 보는지라 정말 모르는 아이를 보는 것처럼 낯설다.

마침 어머니께선 볼일이 있으셔서 집을 비우고 넓은 집엔 이종사총동생과 나만 딸랑 남았다.
어떻게 함께 놀아줄 거리를 찾지 못해 거실에 사촌동생을 방치하고 멀뚱멀뚱 쳐다만 보는데, 이녀석이 혼자서 거실에 즐비한 조카 장난감을 가지고 놀기 시작한다. 

"뭐 하고 싶은 거 없어? 먹고 싶은 거는.."

어색하게 말을 건네니 이 동생이 한숨을 푹 쉬며 애늙은이처럼 말한다.

"괜찮아~ 오빠 아직 백수라서 돈도 없을 텐데. 신경 안 써줘도 돼."

"에라이~ 그래도 니 맛있는 거 사줄 돈은 있다."

"으이구~ 걱정 마세요. 혼자서도 잘 놀 테니까. 그나저나 오빠 몸이 어디 안 좋은 것 같은데?"

정곡을 찔린 것 같아서 뜨끔거리던 대화를 잠시 주고받다 보니, 아차.. 감기가 걸리려는지 몸이 으슬으슬거리고 몸에 힘이 빠진다.
머리도 지끈거리고 눈도 자꾸 감기는 것이 조금 쉬어야 할 것 같다.

"어, 그러게.. 감기가 오려는지 몸이 좀 으슬으슬거리네."

"그럼 방에 들어가서 좀 누워있어라. 이제 오빠도 나이가 들어서 면역력이 떨어졌나, 감기 걸리면 클난다."

"그.. 그래.;; 그래도 기껏 놀러왔는데 혼자만 덜렁 내버려둬도 괜찮겠나?"

"괜찮다. 여기 장난감 갖고 놀고 있을게. 티비 봐도 되고. 뭐 필요하면 부를게, 들어가서 자라."

"오야.."

동생의 등쌀에 밀려 방에 들어와 잠시 눈을 붙였다.
노곤노곤해서 눕자마자 스르르 잠이 들었다가 문득 눈이 다시 뜨인다. 아직 한기가 채 가시지 않아서 이불을 돌돌 말고 잠시 뒤척이다 거실에 혼자 있을 이종사촌동생이 생각나서 방문을 열어보니, 애가 아주 침울한 표정으로 조카가 가지고 노는 점토를 힘없이 만지작거리고 있다. 괜히 안쓰럽고 미안해서 한참이나 그 모습을 바라보다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아이쿠, 오빠가 너무 오래 자버렸지?' 하니 황급히 밝은 웃음을 지으며

"아냐~ 친구랑 통화도 하고 티비도 보고 부엌에서 이것저것 막 챙겨먹고 혼자 재밌게 놀았어."

라고 애써 괜찮은척 한다.

창밖을 보니 어느덧 해는 뉘웃뉘웃 져서 붉은 노을이 진다.
이제 벌써 겨울인지 해가 참 빨리도 진다.
멀리까지 놀러와서 같이 놀아줄 사람 하나 없는 넓은 집에서 덩그러니 혼자 잘 놀고있는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해서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우리 피자 먹을까? 아니면 치킨 먹을래?"

라고 물으니 한사코 괜찮다며 사양한다.

"오빠, 이제 시간이 늦었어. 이제 가야겠다, 미안. 피자는 다음에 사줘~"

라며 가방을 들고 일어서는 애를 안타까운 눈으로 보고 있으니 언제 돌아오셨는지 어머니께서 화장실에서 나오신다.

"어, 이제 가려고?"

"네, 큰이모. 가볼게요~"

"아이고, 이리 멀리 놀러왔는데 하필 이모가 집을 비워서 우짜노. 오빠가 잘 놀아주드나? 맛난 것도 좀 얻어묵고 했나?"

"네, 오빠랑 재밌게 놀았어요. 맛있는 것도 얻어먹었어요. 다음에 또 올게요~"

"그래, 그러면 다음엔 오면 이모가 진짜 맛있는 거 해주꾸마. 미안하대이~"

"네, 안녕히 계세요~"

어머니와 인사를 나누고 현관을 나서는 동생에게 미안해서 '잠시만, 가는 데까지 데려다 줄게.' 라며 겉옷을 대충 걸치며 팔을 잡아끄려는데, 갑자기 동생이 스르르 사라져버렸다.
언제 그 자리에 있었냐는 듯이 뿌연 연기와 차가운 한기만 남기며 사라진 동생을 보며 깜짝 놀라 뒤를 돌아 거실을 보니, 어머니의 얼굴이 뻥 뚫린채로 힘없이 손만 흔들고 있다.











...
꿈인 걸 알고나서도 괜히 그 동생한테 미안해졌다.

덧글

  • 페리도트 2010/10/20 15:47 # 답글

    레알 진짜같은 꿈이었군요.
    저도 이종이나 외종사촌동생들이..우아..
    진짜 나이차이 많이나서 뭘 어째행될지..ㅋㅋ
    큰이모 딸이나 아들은1살 2살차이지만
    큰외참촌 아들부터 10살차이가 나기시작하면서..막내는 무려20살
    이제 앞으로 테어날 막내삼촌 애기들하곤 무려 32살 이상 차이가
    날거라 ㅠㅠ
  • TokaNG 2010/10/20 21:27 #

    요즘은 정말 꿈이 너무 리얼합니다.;;
    게다가 꿈속에서도 잠이 들다니..

    저도 막내외삼촌 아들과는 거의 30살 차이 나겠네요.;;
    조카보다 어립니다.;;
  • 콜드 2010/10/20 21:41 # 답글

    플레그가 막 꽂혀서 꿈에서 깨어나신듯(퍽!)
  • TokaNG 2010/10/20 21:41 #

    저.. 저기요?;
  • 에바초호기 2010/10/20 21:54 # 답글

    실화인줄 알았더니 꿈이야???
    엄청 리얼하구만.난 낚였을 뿐이고.;;;
  • TokaNG 2010/10/20 23:35 #

    나도 낚였어.;;
    일어나서 사촌동생 찾았다능.=_=;;;
  • 포터40 2010/10/20 23:00 # 답글

    파닥파닥~낚였;;;;-_-
  • TokaNG 2010/10/20 23:35 #

    제가 좀 낚았습니다. ㅋㅋ
  • pientia 2010/10/21 08:09 # 답글

    아....이런 왠지 낚인 느낌이 드는 것은???? ;ㅁ; 저 말고도 낚인 분들이 계신군효.ㅋ
  • TokaNG 2010/10/21 15:32 #

    꿈 꾼 당사자인 저마저 낚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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