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정통 무협을 보다. (검우강호) 영화애니이야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중국의 무협영화.. 요즘에는 무협이라기 보다는 판타지에 가까운 퓨전적인 작품들만 선보여서 오랜 기간 그 맥이 끊어졌다고 생각했는데, 오랜만에 예전 전성기 때의 무협영화를 보는 기분으로 아주 재밌게 봤습니다.

우선은 무협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무림고수의 전설, 궁극의 비급, 그림자 집단, 은둔고수 등 익숙한 소재들을 다 만나볼 수 있습니다.
중국으로 불교를 전파하러 온 인도의 라마승 전설을 시작으로 문을 연 이 영화는, 여느 무협물에서처럼 궁극의 비급까진 나오지 않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라마승의 시체를 내세워, 그 시체를 손에 넣는 자, 강호를 제패하리라는 말로 세계관을 확립합니다.
이어서 둘로 나뉘어진 라마승의 시체를 손에 넣으려고 하는 무리와 그것을 지키려고 하는 자들의 치열한 전투가 그려지며, 몇년이 또 흘러서 주인공인 양자경 누님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양자경 누님이 연기한 세우는 자신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얼굴을 바꾸는 시술을 받는데, 설명만 들어도 요즘의 시술과는 아주 많이 달라서 징글거리네요.;;
콧구멍으로 독충을 집어넣어 그 독충들이 얼굴뼈를 갉아먹으면 피부를 벗기고 근육을 금실로 꿰매 인상을 바꾼다니.;; 괜히 그러한 설명을 듣고 있으니 제 얼굴이 다 근질거려서 소름이 끼쳤습니다.;
정말 성형수술은 예나 지금이나 엄청난 용기가 없으면 받지도 못할 것 같단.;; 으~ 끔찍해.

그건 그렇고, 양자경 누님은 이제 쉰을 바라보는 나이임에도 여전히 훨훨 날아다니시고, 디지털 보정의 힘인지 주름 하나 없이 매끈한 피부를 자랑하시어 마치 전성기 때의 누님을 보는 것처럼 마냥 흐뭇했습니다.
오~ 누님! 누님이 아니면 무림의 여걸을 누가 책임진단 말입니까.;ㅂ; 

오우삼 감독의 부름을 받고 대륙으로 건너간 우리의 정우성 형님은 여전히 간지나는 외모를 자랑하시긴 하지만, 고작 맡은 배역이 요즘으로 치면 퀵서비스, 배달의 기수라니.ㅜㅡ 모냥 빠져서 눔물이 앞을..T^T
그저 어벙한 모습으로 순하디 순한 미소 몇번 날려주며 양자경 누님의 마음을 사로잡는, 희대의 잘난 놈입니다. (라는 건 사실 훼이크)

동글넙적한 얼굴로 꽤나 귀여운 미소를 던지며 비정한 암살자임을 시사하던  이 여성(서희원)은..
개그 캐릭터??
과감한 탈의로 남자를 홀리려고 할 때마다 뻘쭘하게 무시를 당해서 정말 민망하고 안쓰러울 지경.ㅜㅡ
일루 오면 옵화가 대신 안아줄.. (어이)


라마승의 시체를 가지고 은둔해버린 세우와 그를 쫓는 암살집단, 그리고 그들의 사이에서 적절히 치고 들어갈 타이밍을 노리는 은둔고수의 모습까지 꽤나 다이나믹한 대결구도가 그려지긴 하지만, 암살집단에 맞서는 또다른 집단의 부재는 조금 아쉬웠습니다.
나중에는 결국 개개인의 싸움이 될 뿐, 세력을 겨루는 모습까진 그려지지 않아서 왠지 모를 허전함.
그리고 강호를 제패하게 된다는 라마승의 시체를 손에 넣으려고 하는 사람들의 소원이 너무나도 소박(?)해서 조금은 귀엽기까지.;;
야심 가득한 속내를 감춘 카리스마 넘치는 악당은 보이지 않고, 저마다들 개인의 신체회복에만 욕심을 부리는지라 다소 허탈한 욕심이었습니다.
적어도 강호를 주름잡을 정도의 위치가 되면 대륙을 정복하겠다던지, 우주를 정복하겠다던지 하는 뭔가 야망이 있어야 할 텐데, 이건 뭐 '나 로또 1등 되서 100억이 생기면 코도 세우고 앞트임도 해야지~' 하는 정도의 소박한 소원이라 그냥 라마승 시체 주고 그 소원 들어주고 싶은 생각이..;;

물론 이 과정에서 안타까운 로맨스도 그려지긴 합니다만, 그 부분에 대해서 언급하면 말짱 황인 기분이라 그냥 요정도.
아무튼 화면의 때깔도 그렇고, 갖가지 작은 소품들과 사이사이의 복선, 비전의 라마승 시체를 둘러싼 암투와 그것을 넘어선 어떠한 계략까지, 예전의 무협물에서나 느낄 수 있었던 재미있는 요소들을 다시 한데 뭉쳐놓은, 당시를 회상케 하는 선물세트같은 영화라 아주 재밌게 봤습니다.
괜히 이 영화를 보고 있으니 이연걸, 양자경, 임청하 등이 열연했던 90년대의 무협영화들이 떠올라 흐뭇했습니다.

그때의 재밌었던 작품들, 다시 보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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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깡이 窮狀 茶飯事♠ : 아오, 빡쳐!! (2) 2010-10-23 03:52:46 #

    ... .권리침해는 무슨 개 풀 뜯어먹을 권리침해인지, 소비자가 아쉬운 점 토로하는 것도 권리침해라고.=_=;;프리머스 해운대점에 제대로 클레임 걸었으면 고소라도 당했겠습니다.뭐, 지난번에 검우강호를 보러 가니 (적어도 제가 앉은 줄에는) 의자에 번호표도 다 붙어있고, 검표직원도 둘이나 세워놓긴 했더라만, 뒤늦게 시정했다고 제가 구라를 치게된 건 아니잖 ... more

덧글

  • 페리도트 2010/10/18 01:37 # 답글

    동방불빠이~
  • TokaNG 2010/10/18 11:48 #

    안타깝게도 제대로 본 적이 없습니다.;;
    매번 띄엄띄엄 봐서.;;
  • 天時流 2010/10/18 01:43 # 답글

    드래곤볼에서 레드 리본군 총수가 드래곤볼 모아서 빌 소원이 소박하게 키를 크게 해달라고 할 작정이었죠. 세계 정복이야 레드리본군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하면서요.(결국 오공 한명한테 털리지만요...;;)
  • TokaNG 2010/10/18 11:49 #

    음, 딱 그정도의 소박한 소원이었군요.
    사실은 아주 순수한 사람이었던가? =ㅁ=
  • 무아 2010/10/18 09:31 # 답글

    "아저씨 전 있잖아요, 삼성사장이 될꺼에요. 그럼 유희왕세트를 전부 살수 있겠죠?"
    "!!!!"
  • TokaNG 2010/10/18 11:50 #

    맙소사..
    그럼 저는 수많은 건프라를.. (야)
  • 에인샤르 2010/10/18 10:00 # 답글

    개인적으로 오우삼 감독의 영화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게 날아가는 비둘기와 함께 시작되는 슬로우 액션인데..
    이번 영화에서도 그걸 써먹었을지 궁금합니다
  • TokaNG 2010/10/18 11:52 #

    안타깝게도 보이지 않습니다.
    사실 오우삼은 거들기만 했을 뿐, 수 차오핑이라는 사람이 공동감독으로 올라있어서..
    아무래도 저 홍보 포스터는 오우삼 감독의 네임덕을 보려는 속셈인 듯?;;
  • 동사서독 2010/10/18 18:06 # 답글

    고자의 심정은 고자만이 알 수 있을 뿐..... (엉?)
  • TokaNG 2010/10/19 00:17 #

    그럼 쌍화점의 조인성이.. (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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