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엔걸 스즈코. 영화애니이야기

구치소에서 이제 막 출소를 한 여자.
여자가 구치소 벽을 따라 걸으면서 나즈막히 노래를 흥얼거리는 장면과 오버랩 되며 그녀의 사연이 소개된다.

전문대를 졸업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매달 2만엔씩 내는 것으로 근근히 집에서의 눈칫밥을 면하는 스즈코는 집을 구해서 함께 살자는 친구의 제안에 들떠서 싸고 좋은 집을 계약한다.
하지만 친구는 상의도 없이 남자친구도 함께 살게 되었다며 일방적인 얘기를 하다가, 정작 이사를 할 때가 되니 남자친구와 헤어졌다며 나타나지 않는다.
어색하게 남은 두 남녀. 어느날 스즈코가 길에서 주워온 고양이의 먹이를 사러 다녀온 사이에 남자가 그 고양이를 다시 버려 길에 죽어있는 것을 본 후, 홧김에 남자의 물건을 버렸다가 재물손괴죄로 고소를 당해 전과자라는 딱지가 붙는다.
여기까지만 봐도 이 여자의 삶이 그리 순탄할 것 같진 않다.

스즈코는 이 사건을 계기로 사람과 어울리는 것에 회의를 느낀 모양이다.
구치소에서 돌아오자 부모님은 과도하게 신경을 쓰는척 해서 괜히 껄끄럽기만 하고, 하나뿐인 남동생은 왜 전과자가 되어 자신의 입시에 방해를 놓냐며 바득바득 대든다.
이웃들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수군거리고, 동창이라는 것들은 전과자가 거리에 있어도 되냐며 비아냥거리고 놀리기 바쁘다.
인간들에 대한 정나미가 뚝 떨어지는 모습이다.
그래서 스즈코는 자신을 아는 사람이 없는 곳으로 가기 위해 백만엔을 모으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다시 백만엔을 모아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또 백만엔을 모아 자기를 아는 사람이 없는 곳을 찾아 떠나기를 무한반복..

가뜩이나 대인관계가 서툰데,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엮인다.
일단 무슨 일이든 시켜놓으면 척척 해내서 빙수를 만들기 위해 태어났다느니, 복숭아 아가씨라느니 하는 찬사들을 받지만, 사람들과 깊이 어울리는 것엔 역시 익숙치 않다.
괜히 사람들과 엮이게 되면 귀찮을 일만 자꾸 생기니..
이사를 할 때마다 창문에 자신이 직접 만든 커튼을 달고, 자신만의 영역에서 누구의 침범도 허락치 않은 채 마음을 굳게 닫은 생활을 이어간다.
그러다 바다와 산을 거쳐 다시 돌아온 도시에서, 이번에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점점 끌리게 된 남자와 깊은 관계가 되기도 하는데..

사람을 피해 달아나기만 하던 스즈코가 처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남에게 털어놓는다.
전과자라는 것을 안 사람들이 자기를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을 두려워하던 스즈코에게, 그래도 좋다며 곁에 있어주는 남자가 생겼다.
스즈코가 처음으로 환하게 웃는다.

역시 사람이 아무리 싫어도, 사람은 사람과 함께 어울릴 때에 비로소 진정 살아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 무렵, 남자가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스즈코는 남자의 행동들에 점점 지쳐가고, '내가 뭐 하는 짓이지?' 라며 다시금 마음을 닫으려 한다.


초등학생 남동생은 영화의 초반엔 정말 빌어먹을 즐초딩새끼로 비춰진다. 하지만 알고보니 그것은 학교에서 당하는 괴롭힘에 대한 히스테리일 뿐이더라.
자기 누나 스즈코가 길에서 동창들에게 놀림을 받으며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자신과는 다르게 당당하게 맞서는 모습을 보고, 처음으로 누나에게 의지하는 모습을 보인다. 결국 이 꼬마도 자기가 기댈 수 있는 안식처를 바랐던 듯.

렛 미 인에서도 말했지만, 어쩌면 인간의 DNA에는 남을 괴롭히려는 악질적인 본능이 새겨지기라도 한 건지, 정말 더러운 수로 지독하게 괴롭히는 꼬마들이 나온다. 그리고 그 꼬마들은 역시나 당하기만 하던 아이가 발끈해서 대들자, 순식간에 피해자로 둔갑하는 비열함마저 잊지 않았다.
이지메라는 것은 무관심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가족들의 무관심, 친구들의 무관심, 선생님들의 무관심.
피해를 당하는 아이가 입 다물고 있는다고 이지메가 티가 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아이의 얼굴에서는 흉터가 가시지 않고, '무슨 일 있니?' 라고 물어보는 어른에게 '네, 누가 절 자꾸 괴롭혀요!' 라며 응석 부릴 남자아이는 없다. 그런데도 선생님은 아이가 괜찮다고 하면 진짜 괜찮을 것으로 생각하고 신경을 끄고, 먹고 살기 바빠서 아이에게 별 관심이 없는 부모는 자기 아이가 밖에서 무슨 일을 당하는지도 모른다.
이런 무관심속에 이지메를 당하던 아이는 역시 마음을 닫고 사람들에게 무관심해진다. 자신을 괴롭히던 그들에게서 달아날 생각만 한다.

그러다가 자기처럼 괴롭힘을 당하던 누나가 달아나려고만 하는 자신과는 다르게, 당당하게 맞서 싸우는 모습을 보고 용기를 내 그들과 맞서 싸우기로 결심하게 된다.
하지만 정작 동생에게 맞서 싸울 용기를 준 누나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달아나기만 했는데..


남자의 이상한 행동에 또다시 지쳐버려 그 남자에게서 달아나려는 스즈코에게 배달된 동생의 편지를 읽으며 엉엉 울어버린다.
동생에게는 아닌 척 했지만, 자기도 동생과 마찬가지로 달아나기만 했기에, 그런 자신을 보고 용기를 얻은 동생에게 부끄러워져서 엉엉 울어버린다.
그리고 이제 또 다른 곳에서 이번에는 제대로 잘 어울려 살아보겠노라며 동생에게 다짐을 하고 길을 떠난다.


여기저기 옮겨다니면서도 짐이라고는 딸랑 트렁크 하나. 친구가 없어 핸드폰도 없고,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좀 엮일만 하면 홀연히 떠나버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스즈코. 그래도 용케 어떻게든 살아지는 모습을 보며 내심 부럽기도 하더라.
바다며, 산이며, 도시며 어디든 마음 먹은 곳으로 가서 탁월한 재주와 부지런함으로 금새 사람들의 환심을 사로잡는 모습이..
하지만 반면에 전과자라는 딱지 때문에 색안경을 끼며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에 시달리다 자격지심에 빠진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다. 얼마든지 환대하다가도 전과가 있다는 말 한마디에 눈빛이 변하는 사람들.

사람은 사람과 함께 어울릴 때 가장 아름답긴 한데, 사람과 어울려 살기가 쉽지만도 않다.

덧글

  • CHENG 2010/10/15 21:55 # 답글

    어흑..저런 처자가 아줌마라니...
  • TokaNG 2010/10/16 01:02 #

    엥? 무슨 소리야.
    미야자키 아오이랑 헷갈린 거 아냐?? 아오이 유우가 아줌마라는 말은 금시초문인데? =ㅁ=
  • CHENG 2010/10/16 01:56 #

    이런... 결혼 할뻔(?) 한거였네... 다행이야.(응?)
  • TokaNG 2010/10/16 01:56 #

    다행이지.
    네 말에 깜짝 놀랐네.
  • 늘보냥이。 2010/10/16 01:15 # 답글

    .....참한 처자로다...
  • TokaNG 2010/10/16 01:16 #

    영화를 보시면, 정말 참하게 그려집니다.
    착하고, 싹싹하고, 일 잘하고, 예쁘고..
    다만, 사람과 어울리질 못해서 그렇지.ㅜㅡ
  • 오지짱노미세 2010/10/16 01:42 # 삭제 답글

    제목보고 들어왔는데 "백만엔과 고충녀" 였군요.
    한국에선 백만엔걸 스즈코 로 번역했나보네요. ^^;;
    전 사과과수원이 많은 시골마을에서가 참....참......... ㅠ_ㅠ
  • TokaNG 2010/10/16 01:56 #

    그렇잖아도 원제가 그렇긴 하던데, 일단 국내 개봉명이 저따위라 그대로 썼습니다.
    저 제목만 보면 생기발랄한 소녀의 성장기를 그릴 것 같은데 말이죠.=ㅅ=a
    원제를 보는 순가 그게 아니라는 걸 알아채긴 했습니다.

    사과 과수원이 아니고, 복숭아 과수원이었지요.
    그래도 자신을 이해해주는 사람들도 만났잖아요. : )
  • little joy 2010/10/16 06:38 # 답글

    처음에 이 영화 보면서 맥주마셨던 기억이 나네요. 하도 속이 답답해서ㅋㅋㅋ
    참 어이없을 수도 있는 이야기같지만 공감가는 영화였어요 (그렇다고 전과자는 아니라는.. 엣헴..)
  • TokaNG 2010/10/16 13:28 #

    저도 처음엔 답답하고 짜증이 나서 돌아버리는 줄 알았습니다.=_=;;
    특히 초딩 남동생녀석의 사정이 나오기 전까지는, 고놈의 싸가지가 우주를 뚫어버릴 싸가지라 미간이 찌푸려지더군요. 나중에야 이해를 하긴 했지만.
    정말 보는 이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오묘찝찝한 영화였습니다.;;
  • 풍견風犬 2010/10/16 11:51 # 답글

    사람에 부대끼며 살다보면 가끔은 사람이 없는곳에 가 살고싶은 충동을 느낄때가 많죠
  • TokaNG 2010/10/16 13:29 #

    그런데 되려 사람과 너무 떨어져서 지내다 보면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부대끼며 살고 싶기도 합니다.
  • 스카페이스 2010/10/16 13:05 # 답글

    글만 읽었을땐 왠지 '여자 정혜' 가 생각나네여. 얼마전 음주 뺑소니를 한 김지수 누님의 작품 인데... 연기 정말 좋았죠.ㅋ
  • TokaNG 2010/10/16 13:30 #

    아, 그 영화 보고 싶었는데, 여태 못 보고 있다가 까맣게 잊고 있었네요.;;
    극장에서 놓치면 거의 잊어버리는 쪽이란.;;;
  • pientia 2010/10/17 00:48 # 답글

    아...이거 곰플레이어에서 무료영화 하고 있던데 함 봐야겠습니다. ^^
  • TokaNG 2010/10/17 01:00 #

    저도 그걸로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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