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선정에 불만 있습니다. (육혈포 강도단) 영화애니이야기

할매지존 김수미 누님과 나문희 누님께서 나오시는 육혈포 강도단입니다.
분명히 장르 분류상 코미디에 속하는 작품인데, 이 작품의 어디를 보고 웃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독거로 기초수급을 받으며 근근히 생활하는, 빌딩 화장실 청소를 하면서 이혼녀 딸의 눈칫밥에 속이 상하는, 그 나이 먹도록 아들의 구박을 받으며 공장에서 뼈 빠지게 일만 하는, 세상에 기댈 곳 하나 없는 노인들이 8년동안 티끌 모아 만든 전재산 837만원으로 와이키키 해변으로 떠나려고 하던 찰나에 일어난 강도사건으로 말미암아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처음에는 그저 연륜 있는 중견배우들의 네임덕으로 대충 웃기려고 만든, '마파도 2'와 같은 부류의 시덥잖은 코미디물일 줄 알고 그저 헛웃음이라도 지어보자 싶어서 보기 시작했는데, 이 진지하고 무거운 이야기의 어느 면을 보고 웃어야 할지, 코미디라고 구분지어놓은 장르가 구라처럼 느껴졌습니다.

영화 초반에는 지나가는 농담조로, 혹은 자신들의 신세타령으로, 무리를 지어 열광하는 노인들의 모습을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노인들의 입장과 상황에 대해 얘기합니다.
노인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이 등쳐먹고, 제대로 돌봐주지 않아 꼬질꼬질해서 건강마저 위협받을 정도의 모습이라던지, 갈 곳 없는 노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그들만의 세일에 열광하는 모습을 비추며, 사회에서 소외받는 노인들의 쓸쓸함을 간접적으로나마 시사합니다.
그리고 드디어 주인공 세 할머니가 와이키키로 가기 위한 자금을 다 모아서 여행사에 패키지 신청을 하고, 대금을 은행에 입금하러 갔는데, 마침 들어닥친 강도들에게 채 입급되지 못한 전재산 837만원을 빼앗깁니다.

은행에서 입금절차를 거의 다 거쳤음에도 확인도장이 찍히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하게 된 할머니들.
다소 억지스러운 방법으로 그들을 궁지로 몰아넣긴 하지만, 그렇네요. 입금절차를 거쳤어도, 확인이 되지 않았는데 어쩔 도리도 없고..
실의에 빠진 할머니들의 행적을 따라가면서, 다시 한번 가정에서 소외당한 노인들의 모습을 조명합니다.
평생을 가족들을 위해 헌신하면서도 자기만의 시간을 채 갖지 못하고 늙어버려, 이제 더 늦기 전에 마지막으로 그들만의 여행을 떠나려 했다가 그것마저 무산되었으니, 60평생 살아온 인생의 보상을 받을 방법이 없어 안타깝기만 합니다.
그러다가 자신의 돈을 빼앗아 갔던 은행강도를 잡게 되고, 그에게 스킬을 전수받아 직접 은행으로 빼앗긴 그들의 돈을 찾으러 가기에 이르는데..

은행강도였던 임창정이 할머니들을 훈련시키는 방법에서 다소 무리하는 모습을 보여 어처구니 없는 웃음을 유발하려 했겠지만, 할머니들의 필사적인 모습을 보면 이건 웃을 타이밍이 아닙니다.;
그들의 고독과, 슬픔과, 안타까움을 다 지켜본 후에 펼쳐지는 지옥같은(?) 훈련은, 웃음을 유발하기 보다는 되려 비장한 각오를 다지게 하네요.

고령의 할머니들이 은행강도를 한다는 점에서 꽤나 재미있는 상황들이 많이 보여집니다.
독거노인 성금을 받으러 온 것으로 오인을 한다던지, 경찰이 말을 함부로 했다가 시민들에게 비난을 받는다던지, 도주를 하면서 자신들을 노인들 가득한 노인복지센터에 숨긴다던지..
강도가 할머니라서 생길 수 있는 이점들을 잘 살려 꽤나 다이나믹한 상황들을 연출합니다.
그리고 천성이 착한 할머니들이라, 차마 어떻게 해코지도 못 하고 마음 약한 모습만 보이며 쩔쩔매는 모습도..

그렇게 짧지만 긴 여정을 끝내고 드디어 염원하던 와이키키행 비행기를 타는가 싶더니, 안타깝게도 마지막 소원 하나 이루지 못하고 허무하게 그들의 무모한 행동들이 종결을 맞습니다.

끝끝내 자신만의 시간 한번 제대로 가져보지 못하고 세상을 등진 할머니. 그리고 그를 안타까워 하는, 같이 늙어가는 친구들.
코미디라는 탈을 쓰고, 노인들의 삶과, 고독과, 소외감과, 그러면서도 잃지 않았던 소망을 그려낸 작품이었습니다.
극을 진행하면서 김수미 특유의 걸출한 입담과 갖가지 당황스런 해프닝 등으로 웃음을 선사하기도 하지만, 전체적인 맥락으로 봤을 땐 웃기기 위한 코미디물이라기 보다는, 한없이 진지한 드라마였습니다.

예전에 '잔혹한 출근'을 봤을 때도 느꼈던 거지만, 웃으라고 만들어놓고 이정도로까지 진지해져버리면 어쩌라고.;;
입가에는 터져나오는 폭소보다는
잔잔하고 따뜻한 미소가 더 번지고, 눈에는 안타까움에 땀이 맺히는 영화면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를 키우느라 자신의 행복을 누리지 못한 채로 평생을 헌신하면서도, 기대어 쉴 곳 하나 없는 쓸쓸한 노인들의 안타까운 이야기입니다.
이분들의 고군분투를 보면서 웃을 자신이 없어졌어요.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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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페리도트 2010/10/15 11:18 # 답글

    할매들 만만세!!
  • TokaNG 2010/10/15 13:16 #

    오래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오래 연기하셨으면 좋겠단..
  • 소이 2010/10/15 13:33 # 답글

    리뷰만으로 눈물이 펑펑 ㅠㅠ
    나도 보고싶다. 한국영와 ㅠㅠ
  • TokaNG 2010/10/15 13:34 #

    곰플레이어 깔아서 무료영화로 즐겨봐~
    일본에선 설마 곰플레이어 안 깔리나?;;
    유료 다운로드도 요즘은 많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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