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연합군이 지킨 마을. (웰컴 투 동막골) 영화애니이야기

케이블 채널 ocn에서 [신의 퀴즈]라는 메디컬 범죄 수사극이 연재를 시작했는데, 우연히 1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불쑥 주인공인 류덕환이 등장하는 영화가 보고 싶어서 그가 출연한 작품이 가지고 있는 타이틀중에 있나 살펴보니, DVD로는 '어린 신부'와 '웰컴 투 동막골', 그리고 굿 다운로드로 받은 '아들'이 있더군요.
어린신부는 한때 문근영 때메 질리도록 봤고,
아들은 본지 며칠 되지 않았고, 마침 곰TV 무료영화로 '우리동네'도 방영하고 있었지만, 왠지 무서운 것보다는 훈훈한 작품이 좋을 것 같아서 이 웰컴 투 동막골을 골랐습니다.

극장에서 보고 싶었지만 이런 저런 일들로 미루다가 끝내 보지 못하고 DVD 발매와 함께 샀던 작품입니다.
스크린에 펼쳐진 풍경이 어떠했는진 모르겠지만, DVD에 담긴 영화의 색은 아주 곱습니다.
선명한 녹색이 어우러진 산이며, 들판들이 눈을 편안하게 정화시켜 주고, 푸른 하늘 또한 높고 높아서 그야말로 동화속 세상 같습니다.
그다지 좋지 않은 화질이 되어버린 DVD도 이정도인데, 블루레이의 색감은 또 얼마나 화려할까.. 잠시 상상하니 역시 블루레이가 부러워졌습니다.

한창 한국전쟁이 격렬하게 벌어지던 1950년대, 길 잃은 국군과 후퇴하던 북한군이 산속의 외딴 마을에서 만나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영화입니다.
둘이 처음으로 대면하는 장면에서는 서로 격하게 고함을 지르며 총과 수류탄을 들고 대치하는 모습이 아주 긴장감 넘치..

..ㄹ뻔 했으나, 세상 총이란 것을 모르고 살아온 순박한 마을사람들의 행동과 말투들에 극도로 치솟았던 긴장감이 순식간에 와해됩니다.;;
그러면서도 자기네들끼리 쫄아서 밤낮을 잠도 못자고 비까지 맞으며 버티고 있다가, 어느 순간 긴장의 끈이 느슨해지면서 흘려버린 수류탄으로 인해 잠시 혼비백산했다가, 불발탄인 줄로만 알고 아무생각없이 휙 던져버린 수류탄이 곳간을 터뜨리면서 기억에 남을 명장면인 팝콘꽃이 피어납니다.

공중에 아름답게 흩뿌려지는 팝콘꽃을 멍하니 바라보며 순식간에 그들을 둘러싼 긴장감은 사르르 풀리고, 그렇게 영화는 한번의 전환기를 맞습니다.

불의의(?) 사고로 인해 마을사람들의 식량을 날려버린 그들은 서로 적대시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마을사람들을 도와 곳간을 새로 짓고 식량을 비축하기 시작하는데..
그러는 와중에 언제 대치하고 싸웠냐는 듯이 금새 함께 어울리는 사람과, 그러지 못한 사람들의 모습들이 극과 극으로 나뉩니다.
그러다가 그 불필요한 적대감을 잠시 잊고 모두 힘을 모으게 되는 계기가 또 하나의 명장면, 멧돼지와의 사투입니다.
마을의 미친년 여일이 멧돼지에 신나게 쫓겨오자, 서로 으르렁거리기만 하던 국군과 북한군이 서로 몸을 던져 상대를 구하고, 힘을 합쳐 멧돼지를 잡습니다.
서로 적이었던 사람들이 공통의 적을 만나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보이며 한번 적이라고 영원한 적은 아니라는 걸 보여주네요.
그리고 마을사람들이 육식을 하지 않아 땅에 묻어버렸던 멧돼지를 야밤에 슬그머니 구워먹으면서, 비로소 그들은 그동안 쌓아왔던 적개심과 이념을 모두 벗어버리고 하나가 됩니다.

이제야 자신들의 이념의 상징이었던 군복을 벗어버리고 평상복으로 옷을 갈아입음으로써, 마을사람들과 진정으로 한데 어울리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장면이었습니다.

더불어 그들이 뜯어먹는 멧돼지고기는 어떻게 구운 건지, 두툼한 살코기가 아주 푸짐해서 정말 맛있어 보여, 볼 때마다 침이 고이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츄릅~
돼지 통구이가 아니고서는 그정도로까지 두툼한 고기는 볼 수 없을 것만 같습니다.;ㅅ;
아, 졸라 맛있겠다. 부럽다. ;ㅂ;

이제 완전히 마을에 녹아들어 그들과 하나가 된 군인들은 총 대신 낫과 호미를 들고 열심히 일 하고, 노래를 부르고, 마대썰매를 타며 신나게 즐깁니다.
이념이 달라 피를 흘리며 싸우고는 있었지만, 그 이념을 내려놓으면 결국 같은 사람이라 이렇게나 즐겁게 어울릴 수 있는 것을.
대부분의 전쟁이 이념의 차이 때문에 벌어지곤 하는데, 태극기 휘날리며에 나온 대사처럼, 이념이 뭐 그리 중요한지..
뭐, 이념이 밥 먹여주나? 서로 다른 이념도 존중해주고, 터치하지 않으면 원만한, 동막골같은 세상이 될 것도 같은데 안타깝다는 생각도 듭니다.
싸움이라는 걸 모르고 순진하게 살아온 동막골 사람들과, 그 순수함에 함께 어울려 노는 그들의 모습이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렇게 평화로운 날들이 계속 될 것 같았지만, 그들의 성역에 총칼을 들고 짖밟이러 오는 무리들이 있어, 서로 총을 겨눴던 그들이 이제는 마을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총을 듭니다.

다소의 오해가 있었다지만, 그들의 공공의 적이 한미 연합군이라는 점은 일부 극우들에게는 삐딱하게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더군요.;
과격한 국군의 모습을 비추면서 아무것도 모르는 마을사람들을 위협하는 장면은, 극우들에겐 자칫 빨갱이 영화로 보일지도..
설마 그런 식으로 딴지를 거는 사람이 있었겠냐마는, 괜한 노파심이 일기도 했습니다.
극중에서 먼저 적개심을 푸는 쪽도 북한군이고, 더욱 인간적인 모습을 보인 쪽도 북한군이라, 북한군을 미화시키는 것 아냐? 라는 의심을 살 수도 있었고..  

아무튼, 영문도 모르고 폭격을 당하게 된 마을을 지키기 위해 그들이 총을 들고 일어섰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 그들의 뒤로 터져오르는 화려한 불꽃을 등지고 그렇게 사라져 갑니다.


일단 화면 색이 예뻐서 시선을 한번에 사로잡은 이 영화는, 현실과는 아주 동떨어진 판타지스러운 이야기로 다시 한번 시선을 잡아끕니다.
서로간의 이념의 차이는 생각치 않고, 오직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뭉치고 함께 싸우는 모습에 와~ 하고 감탄을 하게 됩니다.
총이 뭔지도 몰라 무서워 할줄도 모를 정도로 한없이 순박한 모습에, 비록 미쳐있긴 했지만 전혀 때묻지 않은 순수한 모습..
무서운 전쟁이라는 난리통 속에서 티 하나 없는 맑은 영혼들을 조명하면서 그들에 감화되어 피냄새에 찌들었던 원래의 모습을 벗어던진 군인들의 모습이 정말 아름답게 그려졌습니다.
세상이 다 동막골만 같아라..



애초에 보고 싶었던 류덕환은 아직 볼살이 통통하게 오른 앳된 모습으로도 연기를 썩 잘해서 보기 좋습니다.
이때가 아마도 18살 때군요. 87년생에 2005년 작품이니. 

정재영, 신하균은 말할 것도 없이 멋진 연기를 보여줍니다. 특히 정재영은 맡은 배역에 따라서 눈매가 아주 달라져서, 그 눈매만으로도 성격마저 달라져 보인단.;; 아주 날카로운 눈매로 까칠한 북한군의 모습을 잘 표현했습니다.

서재경은 어째서인지 매번 찌질한 모습으로만 보여져서, 찌질이 전문 배우라는 이미지마저 생길 정도네요.;
청소년 드라마 사춘기 2에서도 꽤나 찌질한 녀석으로 나왔었는데, 어쩌다 영화에서 눈에 띌 때마다 한없이 찌질하기만 하니.;; 이 작품 말고도 '와일드 카드' 라는 영화에서도 찌질함의 끝을 보여줍니다.;; 에이~ 찌질한 녀석.

강혜정은 요즘의 치아교정(?)을 한 모습보다 확실히 이때가 더 보기 좋습니다.

딱히 그러려고 했던 건 아닌데, 아주 우연히도 치아교정 후의 작품은 하나도 본 것이 없네요.; 보고 싶었던 작품이야 있었지만, 어영부영 하다보니 다들 극장에서 놓쳐버려, 이후로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의 연기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가끔 TV프로에서 얼굴을 비출 때마다, 혹은 인터뷰를 할 때마다 웃는 표정이라던지, 어딘가 모르게 어색함이 느껴져서 안타깝습니다. 발음도 전보다 더 새는 것 같고.;; 
그러고보니, 가지고 있는 타이틀중에 그녀가 치아교정 하기 전의 마지막(?) 작품인 '연애의 목적'도 있는데, 언제 한번 봐야겠습니다. 중고로 사놓고는 여태 보질 못했네.;;

이런 바보같은 모습 말고, 그녀의 쩔어주는 연기를 제대로 한번 봐줘야지.



장진이 쓴 각본답게, 판타지가 섞인, 아주 동화적인 영화입니다.
내용도 그렇고, 화면도 마치 동화를 보는 것처럼 고운 색을 뽐내는데, 음악마저 히사이시 조가 맡아서 한층 더 동화적인 느낌입니다.
아무래도 히사이시 조라 하면, 애니메이션으로 동화같은 세상을 그려내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음악을 주로 맡아서, 그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평화로운 동심을 느낄 수 있으니..


영화로나 맛볼 수 있는, 전쟁 없는 이상향을 잠시나마 엿볼 수 있어서 행복한 영화입니다.
그런 세상이 영화속에만 머물러 있지 말고, 현실로 뛰쳐나왔으면 좋겠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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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깡이 窮狀 茶飯事♠ : 사랑으로 담근 환상의 (된장) 2010-10-25 11:19:45 #

    ... 고 좋습니다. 하다 하다 이제 장에까지 그 환상을 조합하다니..색이 아주 아름다운 영화입니다.녹음이 짙은 산과, 연둣빛이 곱고 아름다운 콩밭과, 새하얀 매화꽃이 흐드러지는 풍경..웰컴 투 동막골을 보면서도 그 아름다운 색에 매료되었었는데, 이 영화 또한 블루레이나 DVD로 출시되면 색이 아주 곱고 화려하고 아름다울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그리고 그 고운 색의 화면속 ... more

덧글

  • 페리도트 2010/10/13 02:47 # 답글

    영화관에서 봤는데 참..배우들 각각의 연기가 아주 쩔어주죠.
    다시봐도 재밌을거 같습니다.
  • TokaNG 2010/10/13 02:49 #

    저도 이번에 본 게 한 네다섯번쯤 되는데, 그래도 재밌었습니다.
    역시 좋은 작품은 몇번을 봐도 쩔어주게 재밌어요~
  • 검투사 2010/10/13 10:37 # 답글

    실제로 빨갱이 영화 어쩌고 하며 난리친 놈이 디펜스코리아(www.defence.co.kr)에 있었지요. 정호찬 님이 남기신 이 영화의 리뷰에, 완전히 수꼴인데 더해 자기 과시가 정말 쩌는 놈이 그런 조의 시비를 붙였고, 결국 160개의 리플이 달리는 지경에 이르렀지요. 아마 디코가 저작권법에 저촉될(기실 디코 자체가 영리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했으니...) 자료가 많아 검토를 이유로 게시판들을 막아놓은 덕에 더 이상 확인하시기 힘드시겠지만...

    그런 일도 있었음을 말씀드립니다.
  • TokaNG 2010/10/13 11:52 #

    저런.. 역시 우려가 빗나가지 않았군요.;;
  • 검투사 2010/10/13 12:42 #

    기실 미군 장교 "스미스"가 나온다는 점과, 그 말씀하신 난리가 일어나기 전에 그가 잠드신 할머니를 엎고 퇴장한 덕에 일이 그리 되었지만... 기실 그 양반의 등장과 역할을 보면 이게 단순히 반미*빨갱이 영화인지는 의문입니다. 아울러 스미스가 동막골 폭격을 막기 위해 다른 국군-인민군과 따로 행동할 수밖에 없었던 점에서도 말이죠.
    그리고 마을 이장님에게 인민군 장교가 "이 마을을 잘 다스리는 비결을 가르쳐주십시오"라고 물었을 때, 이장님 왈 "잘 먹이면 됩니다" 또한 과연 김정일과 민노당 새퀴들이 편하게 들을만한 말이었을까요?


    그리고 과연 국군-인민군이 영화 막판에 벌인 행위가 진짜 공격이었을까요? 일본군도 격추하기 힘들어서 온갖 대공포며 심지어 가미카제 전투기까지 동원했던 B-29를 격추하는데 고작 캘리버 기관총이라니... -ㅅ-; 사실 그것은 폭격을 동막골에서 빈터로 유인하기 위함이 아니었겠습니까. 그런 걸 공격이라고 하다니... -ㅅ-;
  • TokaNG 2010/10/13 19:16 #

    그들의 행위는 극중에서도 언급되지만, 엄연히 폭격유도였죠.
    말하자면 살상이 목적이 아닌, 위협을 가하기 위한 공포라고나 할까..
    애초엔 격추가 목적이 아니라 허공에 위협사격만 할 의도였는데, 지들이 바보라서 못 보고 지나치는 바람에 직접사격을 가했었죠.
    공격이라기 보다는 방어였습니다.
  • 2010/10/13 13:2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TokaNG 2010/10/13 19:18 #

    덧글 남기시는데 실례를 무릅쓸 필요까지야.;;
    저야 감사하죠. : )
    연기자 친구를 두셨군요? +ㅂ+ 오오~
    그렇잖아도 극중 여인의 모습은 류덕환의 엄마라기 보다는 누나라는 느낌이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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