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환상, 그리고 착각. 그저그런일상들

집안 제사라서 시골 큰집에 내려가있었어.
시골 큰집엔 내가 할만한 것이 정말 없어서 그냥 무료하게 방구석을 뒹굴며 언넝 제삿상이 차려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티비를 볼까? 싶어도 이미 거실의 티비는 큰아버지를 비롯한 어르신들과 사촌형들이 모여 뉴스를 보고 있고, 안방의 티비는 조카들이 자고 있어서 켜지도 못하고, 책장에는 내가 읽을만한 책도 없고, 컴퓨터가 고장나서 인터넷도 무리.
하필 집안에선 내가 제일 막내라서 어울릴만한 또래도 없어 정말 심심하게 방바닥을 등으로 닦으며 이따금씩 형수님께서 부엌에서 가져다주시는 과일이며 식혜 등으로 배를 채우고 있었거든?

그런데 어떻게 알고 온 건지 내가 고등학생 때부터 이뻐하던 동생녀석이 회사일을 마치고 부랴부랴 달려와서 생긋 웃으며, '늦어서 죄송합니다~' 하고 인사를 한다?


여기까진 정말 일말의 의심도 없었는데 말야.


이미 해는 뉘웃뉘웃 지고 어두운 밤이 되어 제사음식도 거의 다 마련되었을 무렵에 나타난 그 동생녀석이 부엌에 계신 큰어머니와 형수님들에게 '아잉~ 일이 너무 늦게 마쳤어요. 음식 하는 거 못 도와드려서 죄송해요~' 하고 아양을 떨더니 급하게 오느라 더워 죽겠다며 일단 좀 씻겠다는 거야.
그러려니 하고 지켜보고 있는데, 이녀석이 안방에 들어가더니 문도 안 닫고 옷을 훌렁훌렁 벗네?;;


'어? 쟤가 왜 저러지?;;'

어째서인지 내가 괜히 막 불안해지는 거야.
걔가 아무리 나정도는 남자취급도 안 하고 서슴없이 같이 잠을 자거나 이것 저것 막 부려먹을 정도로 대찬 아이이긴 하지만, 거실에는 어르신들도 계시고 사촌형들도 득실거리는 남자들의 소굴인데, 다 큰 처자가 방문을 열어놓으면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오래된 구조의 안방에서 아무런 거리낌 없이 옷을 막 벗고 있으니.;;
그러다가 브래지어만 걸친 채로 부엌에 달려가서 형수님께 '언니, 수건 어디 있어요?' 라고 물어보다가 신통한 대답을 못 들으니 작은방에 있던 나에게 달려와서는

"오빠, 나 지금 더워서 빨리 좀 씻고 싶은데, 나 씻는 동안에 수건이랑 내 속옷 좀 찾아서 갖다줘요~"

라고 하고는 거실을 가로질러 샤워를 하러 들어가버린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저 애는 부끄럼도 없나?;;
아니, 이래도 되는 건가??


어안이 벙벙해서 나도 모르게 그 아이가 시키는데로 수건이랑 속옷을 찾으려고 자리에서 일어나다가 그제서야 깨달았어.

'아~ 이거 꿈이었지.'



사실, 우리집안 제사에 우리집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그 동생이 등장한다는 것부터가 이미 말이 안되는 거였는데, 어째서 그때까진 조금의 의심도 못한 건지.;;
큰아버지도, 사촌형들도 티비만 보느라 그 아이의 존재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을 안 쓰시더라고?
형수님은 마치 처음부터 알고 지낸 가족이었던 것처럼 웃으며 대화 하시고.

수건을 찾으려고 일어나려다가 그대로 잠에서 깨어 자리에서 일어나버렸지만, 이내 몸을 다시 누이고 스르르 눈을 감았어.

눈 감고 잠시 상상을.. (어이)


그래, 그렇지..
그 동생이 그렇게 몸매가 좋을리 없..
(야)


아, 그래도 깨니 왠지 아쉽다?




주말 내내 쉬다가 처음 하는 포스팅이 이 모양.


많이 나쁩니다.

덧글

  • pientia 2010/10/11 12:40 # 답글

    아아..꿈이지만 뭔가 굉장히 자연스러운듯하네요. 저는 어제밤 꿈에 살쪘다고 일하는 곳에서 내쫓기는 꿈을 꿨습니다. 다욧의 압박이란...OTL
  • TokaNG 2010/10/11 19:22 #

    아니, 서른이 다 된 다 큰 처자가 옷을 다 벗고 돌아다니는데 어디가 자연스러운가요? ;ㅁ;

    살이 쪛다고 내쫓기다니.orz 빌어먹을 회사군요.;;
  • pientia 2010/10/12 07:57 #

    다 벗고 너무 자연스럽게 돌아다닌다는 뜻이었습니다. ;ㅁ;
  • TokaNG 2010/10/12 15:05 #

    그.. 그러긴 했습니다.;;
  • 페리도트 2010/10/11 12:54 # 답글

    마지막 짤방이 아주 적절하군요.(어이!)
  • TokaNG 2010/10/11 19:22 #

    너무 요긴하게 쓰여서 큰일입니다.;;
  • 에바초호기 2010/10/11 13:00 # 답글

    꿈인데....살벌하게 현실적이구만.;
    좋은 경험..이라고 해야하나...어쨋든.;
  • TokaNG 2010/10/11 19:23 #

    어니, 어디가 현실적? =ㅁ=
    어째서 좋은 경험?! =ㅁ=
    어르신들 앞을 다 큰 처자가 맨몸으로 돌아다녔다구, 이사람아!!
  • 동사서독 2010/10/11 14:55 # 답글

    그럴 수 있지라고 생각한.... OTL
  • TokaNG 2010/10/11 19:24 #

    지구상 어느집을 가도 그럴 수는 없을 겁니다.;;
    아, 동생이 맨몸으로 제가 다가와서 '오빠~' 하는 것은 바라던 바이긴 합니.. (어이)
  • 늘보냥이。 2010/10/11 15:26 # 답글

    ....아..죄송;; 전 이뻐하던 동생이라고 해서 남자로 생각...

    그래서 남자가 벗는데 왜 예민한 반응을...혹시!!!!!!



    ......죄송해요...정신이 썩었어요.
  • TokaNG 2010/10/11 19:24 #

    제가 남자따위를 예뻐할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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