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색하지만, 어색하지 않은 내..(아들) 영화애니이야기

아까 보다가 갑자기 서플 보느라 채 못봤던 아는 여자를 마저 볼까 하다가, 문득 장진의 다른 영화가 보고 싶어져서 아직 한번도 보지 못했던 아들을 검색해봤습니다. 다행히 썸네일 포스터 옆에 빨간 다운로드 버튼이 있길레, 굿 다운로더로 냉큼 다운받아봤습니다. 처음으로 DRM이 적용되어있군요. 용량도 무려 3GB!
DRM이 적용되면 뭐가 달라지나 했더니, 흔이 이용하는 곰플레이어로 재생이 되지 않는군요. 다음 팟플레이어로만 재생이 됩니다.
곰플레이어로 코덱을 찾아보기도 했지만 해당 코덱 없음. DRM 적용이란 게 이런 거였구나.
용량이 3GB나 되는 만큼, 다른 작품들에 비해 화질도 월등히 좋아졌네요. 같은 경로로 다운받는다고 다 같은 파일인 건 아니었..


교도소안 무기수들의 인터뷰 장면으로 영화가 시작합니다. 무슨 인터뷰인가 했더니, 단 하룻동안의 외출을 허락받기 위한 인터뷰네요.
다들 교정 간부앞에서 자신의 죄목과 복역기간, 자신의 심정들을 한마디씩 하다가 드디어 차승원의 차례가 되었습니다.
여느 수감자들처럼 아무렇지 않게 인터뷰를 하는 듯 하더니 간부의 질문에 순간 말문이 막히며 미안합니다를 연발하는 모습.
강도·살인을 저지른 흉악범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여린 모습입니다.

15년만에 바깥세상에 잠시 나와 아들을 만나러 가는 차승원의 모습은 한없이 들떠있으면서도 한없이 피곤하기도 합니다.
자신이 15년동안이나 생활하던 곳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고 갇혀서 살아오다가, 오랜만에 장거리 이동을 하니 바깥세상 경치 구경하기도 아까운 시간에 깜빡 잠이 들어버리네요.

아들이 다니는 학교 교문앞에서 어색하게 만난 두사람. 집에 계신 노모는 치매가 걸려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아들은 15년의 세월 때문인지 어색하게 자신을 피하려고만 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단지 어색해서 그랬다는 것을 알고는 조금씩 조금씩 아들에게 다가가고, 아들도 그런 아버지를 받아들입니다.

다들 잠든 새벽에 신나게 거리를 뛰어다니다가 강가에 다다랐을 때 밝은 달을 보며 나누는 부자의 대화는 그야말로 뭉클합니다.
그리고 곧바로 이어지는, 갑자기 내리는 폭우를 피해 잠시 숨어든 공중전화 부스안에서 하루살이를 보며 나누는 대화는 언제 어색한 사이였냐는 듯이 따뜻하네요.

함께 목욕탕에 몸을 담그며 두사람은 점점 더 가까워집니다.
아들은 비로소 이 사람이 멀리서 나를 보기 위해 찾아온 나의 아버지라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그렇게 길지 않은 하룻밤을 보내고 다시 교도소로 돌아가기 위한 플랫폼에서 쓸데없는 잡담을 늘어놓는 아버지의 손을 슬며시 잡는 아들의 체온에,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 태연하게 걷던 아버지는 굵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다 나중에는 오열로 바뀌어 바보같이 아들 앞에서 아이처럼 소리내어 엉엉 우는데..


존재조차도 몰랐던 장진의 영화, 아들. 어쩌다 이런 영화가 있었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런 사전정보 하나 없이 그저 감독이 장진이고, 주인공은 차승원과 류덕환, 두사람이더라~ 라는 이유만으로 보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네요.
극중에 웬 여자아이가 대사도 없이 무엇 때문에 무의미하게 자꾸 비춰지나 했더니, 도중에 류덕환이 바람을 맞으며 그것을 느끼는 모습이 왜 갑자기 비춰지나 했더니, 준석이라는 이름이 적힌 명찰을 왜 새삼 고쳐 다나 했더니, 할머니가 왜 아들이 아닌 손자의 사진을 부여잡고 서럽게 우나 했더니, 이 모든 게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한 복선이었습니다.
등장인물 캐스팅 목록에서도 진원우리라는 배우는 배역이 적혀있지도 않던데, 그래서였을까.. 배역 자체가 네타가 되어버리니.;

이번에도 장진 특유의 발칙한 발상은 여지없이 나옵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목욕탕에서 잠수를 하고 있을 때 그들 주위로 헤엄치는 물고기들이라던지, 하늘을 가로질러 이동하는 기러기 가족이라던지..
잠시 외출한 무기징역수가 교도관의 감시를 벗어나 마음껏 돌아다니는 모습도.. (사소해 보이는 장면이지만, 진짜로 이런 사태가 벌어지면 아마 난리 나겠죠.;;)

이 영화에서도 장진의 영화에서라면 흔히 볼 수 있는 얼굴들이 아주 많이 나옵니다.
장영남, 이상훈, 이철민, 이문수, 이한위 등등..
정재영은 얼굴을 안 비추나 싶었더니 목소리로라도 출연을 하고 마네요.; 그리고 역시 목소리 출연으로 윤유선, 공효진, 신하균, 유해진 등이 나와 장진의 영화치고는 사뭇 진지하고 무겁기만 한 이 영화에 잔잔한 웃음을 툭 던져줍니다.


장진의 다른 영화들처럼 폭소를 할만한 웃긴 장면은 그다지 없었지만, 보는 내내 흐뭇한 미소가 떠나지 않는 훈훈한 영화네요.
이런 진지함은 박수칠 때 떠나라 이후 처음이긴 하지만, 장진 영화의 새로운 모습에 깜짝 놀랐습니다.

취향을 많이 타는 감독이라지만, 역시 저는 장진이 참 좋습니다.
이달 말에도 장진이 각본을 쓴 '된장' 이라는 영화가 개봉하던데, 매우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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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깡이 窮狀 茶飯事♠ : 남북 연합군이 지킨 마을. (웰컴 투 동막골) 2010-10-13 02:34: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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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페리도트 2010/10/04 08:40 # 답글

    류덕환의 연기와 차승원의 연기가 시너지를 일으키는...그런 작품이네요.
    장진감독 영화일줄은 몰랐습니다. 헤헤
  • TokaNG 2010/10/04 15:41 #

    정말 괜찮은 작품이더군요.
  • 2010/10/04 09:5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TokaNG 2010/10/04 15:41 #

    메일 보냈습니다.
    감사합니다. : )
  • 동사서독 2010/10/04 16:24 # 답글

    이 영화 글을 보니 다니엘 헤니와 김영철 씨가 주인공을 맡았던 <마이 파더>가 생각나네요.
  • TokaNG 2010/10/04 23:55 #

    그러고보니, 그 작품도 보고는 싶었는데 말입니다. 어느샌가 잊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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