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 김치전쟁 영화애니이야기

마침 TV를 켰는데, ch CGV에서 식객 : 김치전쟁의 오프닝이 이제 막 시작하고 있기에 채널을 돌리려다 말고 보기 시작했습니다.

요리영화라면 보고나면 갑자기 배가 고파질 정도로 맛깔스런 음식들이 화면 가득 담겨져야 제맛일 텐데, 아쉽게도 그러진 못했네요.;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후한 음식를 가득 차려놔도, 그냥 여느 영화에서처럼 가볍게 스윽~ 한번 훓어주는 것으로 끝이라 많이 아쉬웠습니다.
이건 음악영화에서 들려달라는 음악은 들려주지 않고 악기만 스윽~ 한번 훓은 격.;
요리를 매개로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건 알겠지만, 그래도 엄연히 요리가 주를 이루는 영화인데 좀 난감하기도 하네요.

전작에서 성찬이 대령숙수의 칼을 차지하기 위해 요리대회에 참가했다면, 이번에는 춘양각이라는 식당을 지키기 위해 나서는군요.
상대는 춘양각을 없애고 싶어 하는 춘양각 주인의 딸, 장은(김정은).
장은과 성찬, 저마다 어머니에 대한 가슴아픈 상처 하나쯤은 가지고, 최고의 맛을 내기 위한 김치대결을 벌입니다.

장은이 자신의 어린시절의 아픔음 잘라내기 위해 춘양각을 없애려 한다면, 성찬은 자신을 길러준 춘양각 주인아주머니와, 그곳을 찾는 오랜 단골손님들이 필요로 한다는 이유로 그곳을 지키려 하네요. 
서로의 목적을 다짐케 하는 계기가 되는 사건을 비추면서, 마치 일본 단편소설인 '우동 한그릇'과 같은 이야기가 보여 흐뭇하고 쨘했습니다. 십여년동안 꾸준히 찾아준 단골의 에피소드로는 그만한 이야기가 없죠.

전작에서 쇠고기전쟁을 치를 때에도 더욱 맛있는 요리를 만들기 위해 고기를 굽는 숯불부터 손수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더니, 이번에도 김치를 담글 때에 간을 내기 위한 소금을 직접 힘들여 공수하는 모습을 비춰줍니다.
역시 최고의 요리는 최상의 재료를 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듯. 

하지만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요리영화에서 완성된 음식를 제대로 보여주지 않아 매우 아쉽습니다.
참가자들이 만들어낸 김치를 아주 안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무슨 요리영화에 액션을 가미하려는 건지, 카메라가 천천히 강처럼 흐르면서 맛깔스런 김치의 모습을 가득 담았으면 더욱 입맛 당기고 좋았을 텐데, 컷을 요리 조리 나눴다, 컷을 키웠다, 줄였다, 이리 옮기고 조리 옮기며 정신 사납게 굴어서 어떤 김치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도 모르겠더란.
이건 전작에서도 매우 아쉬웠던 연출방식이었는데, 하필 그걸 그대로 답습하다니.orz 감독이 다른 사람인지도 모를 정도로 안좋은 습관이 닮아있습니다.;

세상에, 스샷에는 이렇게나 다양한 김치들이 아주 맛깔스럽게 잘 찍혀있는데, 본편에선 왜 제대로 안 보여주는 거야?; 제목이 무려 김치전쟁이면서..

주인공들의 사연을 담은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영화의 본질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ㅜㅡ (식객이 원래 본격 배부른 사람도 갑자기 허기지게 하는 작품 아니던가요? 이 영화를 보고 김치가 땡기지 않으면, 이거 아니잖..)

아무튼, 대체적으로 전작의 감동적이었던 요소와, 불만이었던 요소까지 그대로 답습한, 따로 볼래야 따로 볼 수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이렇게까지 비슷하게 만들어버리면, 감독이 다르다는 건 영화만 보고는 알지도 못하겠단.;;

전작에서는 육개장에 임금을 섬기는 신하의, 나아가서는 백성의 마음을 담았다면, 이번에는 김치에 어머니의 깊은 사랑을 그대로 담아냈네요.
육개장의 참뜻을 알려줄 때에도 그랬지만, 성찬이 김치에 담긴 어머니의 마음을 말해줄 때에도 괜히 울컥.
역시 음식은 마음을 담아 하는 것이 가장 맛있습니다.

성찬역에는 진구가 맡아, 개인적으론 전작의 김강우보다는 훨씬 떠돌이 요리사스러운 모습을 보여 좋았습니다. 김강우도 나쁘진 않았지만, 어째 진구가 그림이 더 좋더란.
  
김정은의 복장은, 익숙함 때문인지 어째 요리사라기 보다는 조미료 CF 모델, 혹은 홈쇼핑 쇼호스트같은 모습이라 조금 긴장감이 떨어졌습니다.orz
너무 광고들에 익숙해졌어.;; 이제 저렇게 말끔하게 잘 차려입으면 도저히 요리사론 보이지 않..ㅇ<-<
그래도 연기는 역시 잘하네요.

진수역에는 MBC 드라마 '개인의 취향'에서 아주 못됐고도 예쁘게 나오던 왕지혜가 나와 눈이 흐뭇했습니다. (근데 스샷이 저것밖에 없어.; 스샷이 안티.;; 김치도 스샷이 13장이나 되는데.. 비중이 김치보다 못하다니.ㅜㅡ)
역시 개인적으로는 이하나보다 맘에 들어서 좋았네요.
쟤는 어째 뽀글이 파마를 해도 예쁘다냐. 목소리도 차분한 것이 아주 곱고..

전작에선 일본에서 대령숙수의 칼을 가지고 왔던 아저씨가, 여기서는 김정은이 일본에 있을 때의 부주방장으로 나오네요.
어어? 하면서도 재밌었습니다.

성찬의 엄마로는 추자현이 잠깐 얼굴을 비춰, 역시 반가웠네요.


다소의 아쉬움 속에도 나름 재미있게 영화를 보면서, 문득 '그런데 김치가 두시간만에 담글 수 있는 거였던가?' 하는 의문도 잠시 들었습니다.
김치 담글 때 배추 소금절임만도 하루나 이틀을 꼬박 하던데.;; (재료로는 잘 절여진 배추를 주는 건가?;)
그리고 '김치는 역시 발효음식이라 한동안 푹 숙성시켜야 제맛이지~' 싶은 생각이 들려는 찰나엔 역시나 성찬도, 장은도 히든카드로 미리 담궈서 저온숙성시킨 김치를 꺼내길래 고개를 끄덕끄덕 했습니다.


충분히 발효시켜서 잘 익은 김치도 맛있지만, 저는 생김치를 아주 좋아해서 어릴 땐 어머니께서 김치를 담그고 계시면 옆에 쪼그리고 앉아 잎파리 하나씩 뜯어 먹다가 혼나곤 했습니다.
그리고 김치가 다 담궈지면 김장독에 넣기 전에 조금 썰어서, 그 갓 담은 김치만으로도 금새 밥 한그릇 뚝딱 하곤 했는데..
요즘은 어머니께서 김치를 담그질 않아 그 맛을 볼 수가 없네요. (배추값이 겁나 비싸기도 하고.;;)

마음을 움직이는 어머니의 손맛은 절대불변의 진리이긴 합니다.

덧글

  • 도리 2010/10/03 19:57 # 답글

    휴, 이 영화에 대해서는 이래저래 할 말이 많네요...^^...
  • TokaNG 2010/10/03 19:57 #

    여러가지 사연이 많으신가 봅니다.^^;;
  • 페리도트 2010/10/03 20:34 # 답글

    이번작은 그렇게 재밌지않았습니다.
    근데 김정은은 영화만 나오면 죽을 쑤시네요.(가문의영광빼고..근데 그것도 유동근아저씨의 힘같은데)
  • TokaNG 2010/10/04 01:20 #

    연기는 꽤 하는데도 이상하게 영화흥행과는 연이 없는 배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병헌도 한동안은 연기력에 비해서 영화흥행은 줄줄이 참패를 했었..orz
  • 우누 2010/10/03 22:59 # 답글

    사진만으로도 제 눈과 혀를 녹이네요 츄릅..!

    못먹는거도 있을텐데 왜이리 군침이 도는건지 캬하~
  • TokaNG 2010/10/04 01:22 #

    하지만 영화상에서는 저렇게 군침 돌게 나오지 않습니다.;;
    저 스샷만 봐도 침이 줄줄 흐르는 맛깔스러운 김치들이!!

    저는 알러지 반응을 보이는 음식은 아직 없어서, 어지간해선 다 먹을 수 있습니다. : )
    다면 시각적으로나 후각적으로 좀 꺼려지는 음식을 가릴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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