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을 믿지 마세요? (청담보살) 영화애니이야기

개봉당시에 극장에서 보긴 했지만 여태 리뷰도 쓰지 않았고, 마침 내용도 가물가물한데 곰TV 무료영화에 올라왔길레 다시 한번 봤습니다.

잘나가는 무당으로 사람들 점을 봐주며 어릴 때부터 선대 무당이셨던 어머니께서 점지해준 운명의 남자를 기다리는 여자, 태랑(박예진).
마침내 그녀에게 다가온 운명의 남자와의 에피소드를 그린 러브 코미디라고 해야 하나..;;;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신께서 점지해준 짝이 맘에 들리가 없습니다. 그래도 운명의 상대라니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옆에 붙잡아두고는 있지만..

사실 무당이 봐주는 사주·팔자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점이란 게 원래 어떤 일을 하고자 할 때, 혹은 어떤 일이 닥쳤을 때 무언가 회피하기 위한 보험을 들어두는 것과 같아서..
일이 잘되면 '에이~ 역시 점은 믿을 게 못되네.' 하고 한번 웃어넘기면 되는 거고, 일이 잘 안되면 '역시 점에서도 나왔듯이 이건 내 운명이 아니었어.' 하고 순응하는 척 받아들이면 한결 마음이 편하니.
그렇다고 아주 무시할 건 아니긴 하지만 말입니다. (친구중에도 용한(?) 무당이 하나 있으니.;;)

그런 운명을 점봐주는 무당이 주인공이다 보니 더욱 더 자신의 운명에 집착하게 되고, 그로 인해 사랑을 그르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러다가 점점 진실된 사랑에 눈을 떠서 운명에 맞서 자신에게 다가온 그 남자를 쟁취한다는 뭐 그런 내용인데..

하지만 이건 운명을 믿으라는 것도, 무시하라는 것도 아닌 이상한 영화가 나왔습니다.
분명 영화에서 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점쟁이가 봐주는 운명따위에 연연하지 말고 참사랑을 믿으라는 거였는데, 영화를 보면 볼수록 역시 운명을 거스르면 안되겠구나.. 하는 생각만 듭니다.=_=;;
마지막의 마지막까지도..

운명을 부정하려면 확실히 부정하던가, 운명이 진리다 라고 하려면 확실히 못을 박아주던가 하지, 뭐 그리 보여주고 싶은 에피소드가 많은지 운명에 맞서기도 했다가, 순응하기도 했다가 아주 갈팡질팡한 모습을 보이네요.;

그러고보니, 무당이 될 사람은 자신의 운명을 거스를 수 없긴 하네요.;
아니, 다 그런진 모르겠지만, 박수무당인 제 친구는 자신이 독자라 대를 이어야 해서 신내림을 거부하려 했다가 목숨까지 위태로웠던 적이 있어서..
병원에서도 속 시원히 진단도 못 내리는 이상한 증세로 시름시름 앓더니, 자신이 죽을 것 같아 결국 울면서 꿈이었던 요리사의 길을 포기하고 신내림 굿을 하니 그제서야 몸이 편안해져서, 자신은 신을 거스를 수 없는 몸이 되었다고 하더군요. 조금만 신의 뜻을 거역하면 일단 몸에 이상이 생기니.;;
다행히 무당이라고 해서 결혼을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당이라고 하면 편견을 가지고 보기도 하니 거의 결혼에 마음은 접은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합니다.;;

아무튼, 결국 영화를 다 보고 느낀 소감일랑은, 사랑 사랑 운운하다 어설프게 운명에 맞서려고 하면 제대로 피 본다 였습니다. 
극중에 운명에 맞서는 손발 오그라드는 연인의 모습도 보여지는데, 그들은 운명에 맞서 결혼을 하긴 하지만, 역시 그 대가는 엄청난 거더군요.
그 연인중에 남자가 던지는 대사가 참으로 손발 퇴화시키고 좋습니다.

"무슨 운명이 이래? 차라리 만나게 하질 말던가! 사랑하게 하질 말던가?!!"

하도 오그라들어서 임창정도 실실 웃으며 흉내내더란.


색기발랄한 무당역을 맡은 박예진의 연기는 안타깝게도 가장 어색했습니다.ㅠㅠ
TV로 볼 때야 드라마 연기가 다들 그런 거니 별로 몰랐는데, 연기 잘하는 조연들과 함께하는 영화속에서의 박예진은 참 어색하더란.;;
그리고 특유의 비음 섞인 목소리는 예능프로에서는 그다지 불편함이 없었는데, 영화에서 두시간 내내 들으려니 현영 목소리만큼이나 신경이 쓰이네요.;; 타고난 목소리가지고 트집같은 거 잡으면 안되는데, 역시 좀 듣긴 힘들었습니다.;

조연이나 까메오들이 엄청나게 화려합니다.
'환상의 커플'에서의 강자로 나왔던 정수영 씨라던지, 연예전문 리포터 김생민 씨라던지, '미수다'의 에바, '국가대표'의 최재환, 개그우먼 박미선, 현영, 박명수 매니저 정석권, 박휘순, 이름만 나오는 , 기타 등등 많은 사람들이 까메오로 나와 신선한 충격과 함께 재미도 선사하지만, 너무 많아 좀 정신이 없기도 합니다.;

조연으로는 '아저씨'에서 졸라 나쁜 만석으로 나왔던 김희원 씨랑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에서의 친절한 복남씨, 서영희가 나오긴 하지만 그들의 역량을 다 보이지 못하고 시덥잖은 개그만 해대네요.; 나중엔 정말 손톱이 말려들어갈 듯한 신파극을 보여서 부끄러워 죽는 줄 알았.;;
운명에 맞서는 연인 다음으로 오그라들게 했습니다.;

결국 코믹한 요소는 임창정 혼자 발악을 하면서 만들어냅니다.
그마저도, 대본에 짜여진 개그는 그닥 임팩트가 없고, 애드립인 듯한 궁시렁거리는 멘트들이 제일 재밌네요.
임창정 정말 열연했습니다.; 코미디물에서 대본보다는 애드립으로 다 웃겨야 하다니.ㅇ<-< (그 애드립마저 대본이 아닌 이상은 대본만으로는 웃을 수 있는 포인트가 별로 없.;;) 
그나마 대본에 짜여진 개그도 임창정이 정말 열심히 연기해서 웃긴 장면이 연출되긴 합니다. 이건 임창정이 정말 잘한 거지.. 대본은 역시 좀.;;

이래저래 정신 산만하고 그리 큰 웃음 주지 못하고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도 뒤죽박죽인 영화인데, 이 작품을 찍다가 비싼 말이 네마리나 죽다니, 명복을..;;
마지막 씬에서 박예진이 임창정을 잡으러 가는 길에 말을 태운 컨테이너차량을 승용차로 들이받는 장면이 있는데, 이 과정에서 컨테이너가 넘어지면서 실려있던 말들이 죽어버렸다고 하더군요.; 다행히 말들에 보험이 들어있었다지만, 말값이 수억은 한다던데..;; (관련기사 : 임창정, '<청담보살>사고 때문에 촬영 접을 뻔)

영화를 보고나서 더욱 안타까워졌습니다.
그래도 흥행이라도 잘됐다면 그 말들의 희생이 헛되진 않았을 텐데..ㅜㅡ
흥행이 못되더라도 작품이라도 괜찮았다면..[...]

진실인지 아닌지 모를 큰 사고까지 감수하며 만들어진 영화지만 여러모로 아쉬웠습니다.
무엇보다 더욱 아쉬웠던 건, 영화가 끝나고 스텝 롤이 올라가면서 오프닝에서 나왔던 박미선, 정수영, 에바, 현영 등이 다시 나와 영화속 점에 대한 멘트들을 하나씩 남기는데, 이건 자칫 점은 곧 진리이니 무조건 맹신하라는 뜻으로 비춰질 수도 있어서, 정말 불필요한 사족이었습니다.
그나마 조금씩 헛웃음이라도 뱉다가 그 장면에선 입에서 웃음이 싹 가시더란.;;
분명히 그들이 말하는 건 영화속 캐릭터들의 자신이 본 점에 대한 소감이었는데, 편집을 그리 하니 각 연예인들의 점에 대한 생각으로 비춰져서..

무당을 친구로 두고 있지만, 점을 그리 믿는 편은 아니라 극이든 실제든 점을 맹신하는 모습을 보면 좀 씁쓸하긴 합니다.


근데, 극중 박예진의 법당으로 꾸며진 세트에, 수정구슬은 왜 있는 거야?;
수정구슬은 서양 점성술사들이 쓰는 거 아니었던가?;;
우리나라 무당들도 쓰나..

박수무당녀석에게 물어봐야지.

덧글

  • 페리도트 2010/10/03 12:43 # 답글

    청담보살은 임창정때문에 봤는데..ㅎㅎㅎ
    딱히 그렇게 재밌지않았습니다. 그래도 나름 지겹지 않게
    보게되었지요.
  • TokaNG 2010/10/03 19:32 #

    정말 임창정 아니었으면 큰일날뻔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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