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칠 때 떠나라. 영화애니이야기

장진 감독이 만든 영화 치고는 웃음기를 쏙 뺀 진지물, 박수칠 때 떠나라.
일상에 판타지를 접목하는 장진감독은 이 영화에서 살인사건에서까지 말도 안되는 판타지를 그려내, 살인사건 수사 생방송이라는 신선하고도 충격적인 소재를 던집니다.

애초에 연극으로 꾸며진 작품이어서인지, 영화보다는 연극무대가 더 어울릴 것 같은, 또박또박하고 강력한 전달력을 가진 대사들이  곳곳에서 들립니다.
극중의 배우들도 마치 연극무대위의 연기를 하는 것처럼 여봐란듯이 대사를 외치는 모습이 신선하기도 하고 재밌습니다.

호텔방에서 잔인하게 죽어간 한 여성의 살인사건 용의자를 두고 검사와 경찰이 수사를 하는 과정을 그대로 생중계하며 논객들이 토론을 나누는 모습이 전혀 현실성 없는 판타지스러운 모습이지만, 그래서 더 재밌네요.
매번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피의자피해자, 그리고 사건을 수사하는 검사 혹은 경찰 등의, 사건에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사람들의 말이 아닌, 그 사건을 바라보는 제 3자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은 꽤 신선한 일입니다.
뉴스에 나오는 사건 사고들을 접하면서 우리들이 흔히 떠들어대는 그런 말들을, 영화속이라지만 방송을 통해 직접 토론을 통해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재미입니다.
그리고 사건을 이용해 방송을 더욱 재미있게 꾸며보려는 국장과 감독의 모습 또한 재미있는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애초에 지목되었던 용의자가 시간이 경과하고 부검이라던지 증거물들이 발견됨에 따라 점점 더 용의선상에서 벗어나고, 전혀 뜻밖의 인물이 다시금 부각되는 등, 진짜 범인이 누구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치밀한 구성이 점점 더 손에 땀을 쥐게 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사건을 해결했다고 생각했을 때, 뒤늦게 알아챈 또다른 진실을 접했을 때의 충격은 생각보다 컸습니다.
두번, 세번 보면서는 이미 알고 있어서 그냥 그렇게 보았다지만, 처음 그 진실을 접했을 때는 정말 소름이 끼칠 정도로 깜짝 놀랐단..


이 영화에서 '킬러들의 수다'에 이어 장진의 영화에 다시 얼굴을 비춘 신하균과, 처음 얼굴을 내민 차승원의 연기는 꽤 볼만합니다.

밀폐된 취조실에서 둘이 주고받는 대화는, 그야말로 연극무대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장면이었습니다.
영화 퀴즈왕을 보면서 신하균이 장진 감독과의 무슨 연으로 특별출연 했을까 생각해보니, 이 작품과 '킬러들의 수다'가 있었더란.orz 
둘 다 까맣게 잊고 있었던 작품이라 순간 놀랐습니다.;
차승원은 후에 '아들'이라는 영화로 장진과 또 함께 했는데, 그 영화는 아직 보지 못했네요.;; (사실, '킬러들의 수다'도 제대로 본 적이 아직 없..;;)

그리고 이 영화를 보고 강풀 작가의 만화 '타이밍'을 보면서, '이 만화가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양형사 역으로는 차승원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꽤 거칠고 무뚝뚝하면서도 자기 소신을 굽히지 않고 묵묵히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 임하는 모습도 잘 매치가 되었지만, 검은 수트를 입은, 짧은 머리가 이렇게나 멋지게 잘 어울리는 배우는 또 없단.. (아, 아저씨에서의 원빈이 있긴 하구나.;;)
그런데 양형사가 처음 등장하는 '아파트'의 영화화에선 조금은 쌩뚱맞게 강성진 씨가 그 역을 맡고..

장진의 영화에는 거의 빠지지 않고 얼굴을 내미는 정재영도 물론 나와줘서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정재영 뿐만 아니라 장진의 영화에서라면 반드시라고 할 정도로 자주 등장하는 조연들 또한 많이들 보이는군요.
사실은 장진 감독이 아는 배우가 그들이 전부라던가.. (어이)

같은 사건을 두고 차승원과 대치하는 검사로 류승룡 씨도 나와주니 배우들 연기 보는 재미가 아주 쏠쏠합니다.


여느 때와 같은 장진식 개그는 평소보다 많이 줄어있지만, 그럼에도 꽤 묵직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잘 풀어내서 볼만한 영화입니다.
영화 퀴즈왕을 보고 문득 생각나서 다시 돌려보았네요.


장진의 영화중엔 아직 한번도 제대로 보지 못한 '킬러들의 수다'와 장진의 작품이었는지도 몰랐던 '아들'을 보고 싶긴 한데, 영 기회가 닿지 않네요.;;
아, 어떻게 보지? 혼자 DVD방 갈 수도 없고..orz

핑백

  • ♠또깡이 窮狀 茶飯事♠ : 바르게 살자. 2010-09-28 03:24:55 #

    ... 역시 기분 좋게 웃기에는 장진의 영화가 짱입니다.이 작품은 장진이 감독까지 하진 않고 각본만 썼지만, 박수칠 때 떠나라에서 조감독을 지낸 라희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서 장진 특유의 일상판타지를 그대로 이어받아 잘 그려냈습니다.은행강도 사건이 부쩍 잦아진 어느 지방에 새로 부임한 경찰서장이 ... more

  • ♠또깡이 窮狀 茶飯事♠ : 어색하지만 어색하지 않은 (아들) 2010-10-04 04:48:14 #

    ... 이 영화에 잔잔한 웃음을 툭 던져줍니다.장진의 다른 영화들처럼 폭소를 할만한 웃긴 장면은 그다지 없었지만, 보는 내내 흐뭇한 미소가 떠나지 않는 훈훈한 영화네요.이런 진지함은 박수칠 때 떠나라 이후 처음이긴 하지만, 장진 영화의 새로운 모습에 깜짝 놀랐습니다.취향을 많이 타는 감독이라지만, 역시 저는 장진이 참 좋습니다.이달 말에도 장진이 각본을 쓴 ... more

덧글

  • 페리도트 2010/09/27 23:02 # 답글

    장진영화는 보면 나오는 배우가 그 배우인데..전혀 다른 인물들 같죠.
    같은 인물이 찍은거라고 생각이 안드는게 재밌네요.
    박수칠때 떠나라는 분명히 봤는데 기억이 안나는 이유는 뭘까요?
    아..
  • TokaNG 2010/09/27 23:05 #

    저처럼 다시 보시면 됩니다. (야)
  • pientia 2010/09/27 23:52 # 답글

    분명히 봤던 영화인데...기억이 잘 안나네요. ;ㅁ; 이노무 금붕어 기억력 같으니..;;;;
  • TokaNG 2010/09/28 03:41 #

    저도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아서 냉큼 다시 돌려봤습니다.;;
    기억력이 금붕어에요.;ㅅ;
  • 덴고 2010/09/28 00:54 # 답글

    극장에서 봤었는데 마지막에 귀신이 있는건가? 하는 생각에 오싹했던 기억이 있습니다ㅎ
    그런데 이 영화도 장진 감독이었군요 ... 허허
  • TokaNG 2010/09/28 03:43 #

    그래서 더욱 타이밍의 양형사가 떠올랐습니다.
    양형사의 업이 망령을 달래 승천시키는 거니..
    원작 연극도 아마 장진이 썼을 겁니다.
    연극에선 최민식이 주연을 맡았었다고 다른 리뷰에 나오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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