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본색이 이랬던가? (무적자) 영화애니이야기

사실, 영웅본색은 본지가 하도 오래 되어서 내용이 전혀 기억나지 않습니다.
얼마전에 본 영화도 내용이 가물거리는 게 한두개가 아닌데, 십수년이 지난 작품이 오죽하랴.
내눈앞에 펼쳐진 영상들은, '영웅본색이 이랬단 말야?' 싶을 정도로 황당했습니다.

원작에서 주윤발이 맡았던 역을 이어받은 송승헌. 꽤나 허세 작렬하는 캐릭터였군요?
당시의 홍콩느와르에서는 허세 한번쯤은 부려줘야 간지나는 주인공급이긴 했지만, 그 캐릭터를 십수년이 지난 요즘에 다시 보게 되니 꽤나 손발이 오그라들고 살짝 유치하기까지 합니다.;

아니, 캐릭터 자체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이상하리만치 송승헌의 연기가 오바스럽게 느껴져서 자꾸만 발가락을 오므리게 되더란.;;
특히나 꽤 멋진 연기를 보이는 주진모와 함께할 때는 마치 혼자 시트콤을 찍는 듯한 어설픈 연기를 보여서 자꾸 비교하게 되는군요.
분명히 난 극장에서 스크린을 보고 있고, 주진모는 그에 걸맞게 영화속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데, 송승헌이 대사를 칠 때면 갑자기 브라운관속 시트콤이 떠오르더란.
송승헌 치고는 연기를 그다지 못한 편도 아니었는데, 어째서?;;

그리고 한없이 답답하고 찌질한 형제들.

주진모의 연기는 좋았지만, 그가 연기하는 캐릭터는 완전 찌질하네요.
근데 김강우는 그것보다 더 찌질해.orz 어쩔 거야~
원작에서의 장국영도 꽤나 찌질했던 이미지가 남아있긴 하지만, 장국영은 그래도 영화 마더에서 보인 원빈같은 순딩이 얼굴로 찌질하지만, 김강우는 다 죽여버릴 것 같은 얼굴로 찌질하니 더 찌질해 보이더란.
아우, 열불 나서 참을 수가 없어요!
세상에, 경찰씩이나 되서 아무 생각 없이 적진에 뛰어들어 이런 꼴이나 당하고..

농구 후반 20초 남겨놓고 78:78 동점상황에서 3점슛 자살골 넣을 포쓰.[...]
이건 뭐 비겨서 연장전 갈 포쓰도 아니고, 그냥 져버릴 포쓰인 겁니다.;; 저렇게 바보짓 해서 잡힌 걸 구해줬으면 쥐어준 권총으로 엄호라도 잘해줄 것이지, 넋 놓고 달려오다 사람 하나 벌집피자 만들어버리고..orz
같이 살자는 건지, 같이 죽자는 건지, 죽어라고 말썽만 부립니다?
에라이~

그나마 악역치고는 꽤 귀엽기도 하고 나름 강한 인상을 박아준 조한선이 제일 맘에 들었습니다.

어설픈 사투리는 용서가 되지 않았지만..
사투리만 빼면 캐릭터 자체로 봤을 땐 이녀석이 제일 낫네요. 어찌나 악당같은 짓거리랑 말만 골라 하는지, 같이 보던 형수님께선 자신도 모르게, '아우~ 저 밉상!' 하며 혀를 내두르시더란.

원작에서의 캐릭터들도 이랬던가? 싶을 정도로 맘에 들지 않는 캐릭터들이라 좀 당황했었습니다.

그리고 장면별로 어이가 없었던 것을 꼽자면,

극의 초반에서 한껏 허세부리던 송승헌이 태국에서 권총결합 시합을 하는 부분, 상대방이 너무 권총결합을 못합니다.=_=;;
그래도 총질 좀 해봤다는 녀석들이 총기 다루는 모습이 왜그래? 아마추어같이.
군대에서 권총을 쓰던 자주포 조종수들이 부식내기로 권총결합 시합을 주로 했었는데, 다들 10초 이내였습니다. 빠른 사람은 5~6초만에도 뚝딱 조립하고 장전까지 완료하는데, 이건 뭐 총질로 먹고사는 놈이 15초가 다 되도록 조립 하나 못하냐.
조종수한테 잠깐 배운 나도 권총결합이 12초였구만. 나한테도 졌겠다.;;

성냥개비 대신 츄파츕스를 문 송승헌은 웬지 투니버스에서의 상디를 보는 것 같아서 살짝 눈에 땀이.ㅜㅡ

김강우가 CCTV와 캠코더를 가리고 심문하는 장면에선, 어차피 말로 협박할 거면 비디오를 가릴 필요가 없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나즈막히 속삭이듯 말로 타이르(?)는데, 비디오보단 차라리 오디오를 막았어야..
헌데 CCTV는 오디오가 안 들어가잖아? 캠코더만 끄면 되는 것을..
그냥 폼 잡고 싶었나 봅니다. 근데 폼 안 났어. 미안.

앞서도 말했지만, 조한선의 캐릭터는 마음에 들었지만, 어설픈 사투리만큼은 도저히 영화가 끝날 때까지 익숙해지지 않아서 힘들었습니다.
조한선 뿐만 아니라, 탈북자 컨셉인 주진모, 송승헌, 김강우 역시 이북사투리가 미칠듯이 어색해서 차라리 계속 서울말을 썼으면 하는 바람이.;;
아니, 어째서 말을 하다 격해지면 본성인 사투리가 나와야지, 격해지니까 되려 서울말로 하고 난린데?
아니, 그것보다 어째서 탈북해서 줄곧 부산에서 생활을 했을 송승헌이랑 주진모가 부산사투리를 익히지 않고 서울말을 익힌 거지?; 보여지진 않았지만 사실은 서울물 좀 먹었다던가?
그렇다고 하기엔 김강우는? 김강우는 탈북해서 잡혀온 후로 줄곧 부산에서 적응훈련을 했는데 용케 서울말입니다. 주변에 서울말 쓰는 부산사람이 많았나봐? 아니면 탈북자 언어교정프로그램에는 서울말 배우기가 있는 건가?;;;

아무튼, 주·조연들보다 엑스트라들의 사투리가 더 실감났습니다. (야)
특히, 커피전문점에서의 여자애는 사투리 최고였..
아, 김지영 할머니는 역시 타고난 사투리꾼이라 퐌타스틱한 사투리를 구사해주셔서 그나마 좀 나았네요.

조한선이 배신을 때릴 거라는 뉘앙스는 풍겼지만, 배신을 때림으로써 자신에게 어떤 식으로 실권이 돌아가는지, 사전작업이 전혀 보이지 않아 좀 쌩뚱맞았습니다.
그냥 각본상 배신을 해야 하니까 배신한 건 아닐 거 아냐.
뭔가 순차적인 계획 아래에 배신을 해야 후에 자신에게 확실한 득이 되어 실권을 장악하게 될 텐데, 이건 뭐 그냥 '나 배신할 거지롱~' 하는 눈빛만 몇번 보내더니 당연한듯이 배신 때리고 다음 씬에서 어엿한 보스냐.;;
이 부분이 좀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송승헌이 복수를 하러 가는 경위도 전혀 설명이 되지 않아 좀 벙찐 느낌이었는데, 영화를 다 보고 스텝 롤에서 각본가 이름을 보니 어느정도 납득이 갔습니다.
이번 영화에서는 연기만 한 줄 알았더니, 역시 쌩뚱맞은 전개로 어이 없게 만들었던 숙명을 만든 김해곤 씨가 각본에 참여했군요.;;
이 쌩뚱맞음이 어딘가 낯설지 않다고 느껴졌는데, 숙명을 볼 때의 그 느낌 그대로였..
이거, 잃어버린 옛 친구를 다시 만난 느낌이라 반가워야 하는 거야?;;

김해곤 씨의 필모를 보니, 이 양반은 그냥 연기할 때가 더 보기 좋았던 것 같습니다.;;
감독이나 각본 한 작품중엔 그다지 재밌게 본 작품이 없네요. 연기는 썩 마음에 들었는데.

배경이 부산이라 눈에 익은 풍경이 자주 보여 반가웠습니다.
역시 부산이 영화 찍기엔 때깔이 좀 나지. (어이)
멋드러진 광안대교와 꽤 한적해 보이는 해운대 백사장, 바다냄새 물씬 풍길 것 같은 부산항이 보여 좋았습니다.
그리고 김지영 할머니가 꾸리는 포장마차는 어째 영화 해운대에서 하지원이 하던 그 포장마차 같았..

이경영 아저씨가 보이네요.
이건 반가워 해야 하는 건지, 반갑지 말아야 하는 건지. 꽤나 좋아하던 배우이긴 한데..
개인적으로 배우가 연기만 잘하면 되지, 범죄만 저지르지 않는다면 성품이야 무슨 상관이랴? 싶었지만, 이 아저씨는 버로우 탄 게 범법을 저질렀기 때문이었잖아.;; 반갑긴 하지만 어째 좀 찜찜하더란..
뭐, 연기는 역시 괜찮았습니다. 사투리가 좀 그지같긴 해도.[...]


자잘하게 떠오르는 것들을 써봤지만, 큰 맥락에 대해서는 그닥 언급할 거리가 없네요.
이야기를 꾸려나가는 캐릭터들이 마음에 안 드는데, 그들이 꾸려가는 이야기 또한 마음에 들리가..
홍콩느와르는 간지나는 총질액션의 묘미로 보는 영화였는데, 이쑤시개 입에 물고 롱코트 휘날리며 쌍권총을 당겨주시던 윤발이 형님의 모습은 어디 가고, 자동연사 기관총에 유탄발사기를 장착해 마구 뿜어주시는 송승헌을 보니 그 간지마저 감소해서 실망했습니다.
원작에서도 그런 과격한 총을 다뤘던가요? 나 왜 윤발이 형님 하면 쌍권총밖에 안 떠오르지? 티비에서 그런 모습만 보여줘서 그런가.;;

헤드샷을 당하고 온몸이 벌집이 되면서도 방아쇠를 당기는 송승헌을 보며, '저건 좀 아니잖아~' 하는 그 감정 그대로 영화관을 나섰습니다.
이건 좀 아니잖아~

괜히 이제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 영웅본색이 더 땡기는 작품입니다.
너무 오래되서 비디오가게에도 이제 없을 텐데.ㅜㅡ

덧글

  • 닥슈나이더 2010/09/21 04:47 # 답글

    에무 16은 영웅본색 3에서...

    우지는 이미 영웅본색 1에서 휘드립니다....

    영웅본색 2에서는 심지어 수류탄에 칼까지..
  • TokaNG 2010/09/21 05:25 #

    원작에서도 꽤나 스펙타클한 무기들을 쓰긴 했었나보네요.
    어째,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아서.;;
    영웅본색이 3까지 나온 줄도 몰랐습니다.;;
    어째서 2가 끝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 페리도트 2010/09/21 08:22 # 답글

    시나리오가 그냥 서울로 했으면 좋겠어요. 사투리 안되면 그냥 촬영을 접어야...
    최소 장동건 유오성정도의 사투리는 써줘야 되는데 그지같이 한다면 이건 뭐,,,
    주진모는 사랑에서 사투리좀 했을텐데 그것밖에 못하면 이거 표값이 아깝겠네요.
    근데 이거 봐야하는건지 말아야하는건지 참...
  • TokaNG 2010/09/21 12:33 #

    아무래도 사투리 강좌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좀 더 찰진 사투리를 구사하는 사람에게 단디 배웠어야..
    애자에서의 최강희는 아주 좋은 강사(?)에게 개인교습을 받았었죠.
    그래서 사투리 구사가 아주 자연스러웠..
  • 동사서독 2010/09/21 15:58 # 답글

    3는 1,2편의 오우삼 감독이 아니라 서극 감독 작품이고 1,2편과 다르게 여자 캐릭터 비중이 커요. 역사적인 내용도 많이 다르고 있구요. 배경이라든가 시대도 다르구요.
  • 닥슈나이더 2010/09/21 17:39 #

    프리퀄 이죠..^^;;
  • TokaNG 2010/09/21 20:14 #

    그렇군요.
  • RiKa-★ 2010/09/21 17:29 # 답글

    저도 엔딩 스크롤 보면서 부산 사투리 지도한 두사람을 욕했었어요. =_=
    저게 뭐야...... 차라리 내가 하겠다!!! 이런 기분이 절로.

    그쵸 그쵸. 왜 흥분했는데 서울말?!
    죽어가는데 이북 말이 아니라 서울말?!(....)
  • TokaNG 2010/09/21 20:15 #

    하여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할 거면, 영화에서 어설픈 사투리는 쓰지 않았으면 싶습니다.
    감상에 방해 되네요.;;;
    해운대나 애자만큼만 해줘도 무난했을 텐데..
  • 지나 2010/09/23 19:45 # 답글

    배우들 얼굴 땀구멍까지 보이게 한 건... 터푸해 보이게 하려는 의도?

    영웅본색도 옛날이었으니 멋있었지 지금 보면 손발이 쪼그라들어 없어질지도 몰라요.
    슬로모션 어쩔거에요... ㅎㅎㅎ;;;
  • TokaNG 2010/09/23 20:03 #

    남자배우 피부가 너무 미끈하면 그것도 무서워요.
    적당히 지저분해줘야 아~ 이 남자 수컷냄새 좀 나는구나~ 하지..

    그래도 대체로는 한번 명작은 후세에도 명작이던데요.;ㅅ;
    50년대에 나온 '사랑은 비를 타고'는 지금 봐도 가히 명작이더란..
    울적할 때마다 한번씩 돌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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