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레터. 영화애니이야기



'오겡끼데스까?' 로 더 유명한 영화, 러브레터.
DVD를 사놓고 거의 잊고 있었는데, 문득
 포스팅을 보고 떠올라서 부랴부랴 돌려봤다.
물론 TV에서도 수차례 해주고, 각종 예능프로에서 한창 패러디를 했었기에 주요장면은 거진 다 봤었지만, 그래도 제대로 본 적이 한번도 없으니.;;


하얀 눈이 뒤덮인 언덕에 누워있던 처자가 옷에 묻은 눈을 툭툭 털며 일어나, 심호흡을 크게 한번 하고 언덕을 내려가 마을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이 롱테이크로 잡히는 오프닝부터가 심상찮다.
이 오프닝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서정적일 거라고 강한 인상을 남긴다.

새하얀 눈발이 휘날리는 한겨울을 그린 영화지만, 한없이 따뜻한 영화.
서로 얼굴도 모른채 주고받는 편지속에 묻어나는 따뜻함은 난로도 필요없을 정도다.

어쩌다 우연히 연인의 옛날집으로 보낸 편지가 동명이인의 다른 사람의 집으로 배달되어 주거니 받거니 시작된 펜팔.
한쪽은 지나치게 미련하고, 한쪽은 지나치게 착하고 성실하다.
이미 고인이 되어버린 연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그의 옛 추억을 더듬어보려는 히로코와, 어찌 보면 일일이 답장을 해줄 필요가 없음에도 친절하게 옛 추억들을 들려주며 사진까지 찍어주는 성실한 이츠키.
같은 배우가 연기했음에도 헤어스타일과 눈빛을 바꾸는 것만으로 차분하고 소박한 이미지와, 조금은 말괄량이티가 남아있는, 털털한 이미지를 교차로 잘 보여줘서, 정말 얼핏 '닮은 사람일 뿐인가?' 싶었다.


나중에는 거의 일방적으로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듯이 이어지는 이츠키의 학창시절은, 그야말로 풋풋하고, 개구지고, 조금은 두근거리면서 재밌기까지 하다.
츤데레의 영역을 넘어서, 츤츤거리기만 하는 이츠키를 보며 자신을 좋아하는지도 몰랐던 이츠키는, 그저 추억을 회상하듯이 그의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사실 그가 그를 좋아했다는 것을 그 빼고 다 안다.
나중엔 히로코도 물어온다.

'그가 남긴 이름이 과연 자신의 이름이었을까요?'

좋아하는 여자앞에서 말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수줍은 마음을 그림 한장으로 남기고 떠나버린 이츠키.

이제서야 이츠키도 그의 마음을 알고는 가슴 아픈 눈물을 흘린다.

결국 히로코는 이츠키의 잔상이었을 뿐인 건가? 싶어 안타깝기도 하지만, 영화속 풋풋한 사랑이야기는 간지럽기까지 하다.


히로코가 이츠키가 죽은 산을 바라보며 '오겡끼데스까~ 아따시와 겡끼데쓰~' 를 외치는 장면은, 이미 각종 매체들로 수차례 봐왔음에도 불구하고 그 회수를 거듭할수록 울컥하게 되더라.
뻔히 다 아는 장면에서도 볼 때마다 눈시울을 적실 수 있는 것은 그만큼 기리 남을 명장면이라서일까?
영화를 보는 내내 차곡차곡 억눌려왔던 감정이 한꺼번에 폭발하는 느낌이다.


그야말로 아름다운 러브레터를 엿보면서, 괜히 내가 부끄럽고, 입가엔 살며시 미소가 번지더라.




이 영화로 뭇 청춘들의 가슴에 뜨거운 불씨를 남겼던 나카야마 미호 누님은 이 작품 외에는 딱히 본 기억이 없는데(도쿄 맑음은 보고 싶었지만 여태 보지 못했다.;), 소녀 이츠키를 연기한 사카이 미키는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얼굴이다 싶었더니, 바로 얼마전에 쥬브나일에서 얼굴을 익혔더라.

저 놀란 토끼눈처럼 동그란 눈은 쉬이 잊혀질 인상이 아니다.


훌라걸스, 20세기 소년 등에서 얼굴을 익힌 토요카와 에츠시는, 날카롭고 강렬한 인상만 보다가 난데없이 능글맞고 자상한 이미지를 보니 알아보지 못하겠더라.;; 목소리가 아주 매력적인 배우인데, 어쩌다 목소리가 아주 비슷한 다른사람인 줄 알았다.
안경까지 쓰고 그 선한 얼굴로 서글서글하게 웃으니, 어찌나 인상이 달라 보이는지..
목소리는 언제 들어도 참으로 매력적이다. 저런 굵직하고 낮은 목소리가 좋더라. (그나저나, 20세기 소년은 암만 망한 영화라지만, 어째서 1장만 개봉하고 2장, 3장은 DVD조차 안 나오는 거야?; 1장을 본 사람들은 뒤를 어쩌라고.orz)




요즘 들어 영화를 보는 게 아주 충동적이다.;
드라마에서 신민아에게 빠졌다고 다시 보고, 주연이 웃기지도 않는 논란에 얽혔다고 다시 보고, 포스팅 하나에 急 땡겨서 후딱 보고..
다음은 이번 주말 우결에 우에노 쥬리가 깜짝출연 한다는데, 기념으로 스윙걸즈나 다시 볼까? (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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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깡이 窮狀 茶飯事♠ : 이문세 - 옛사랑 (1991年) 2010-12-31 23:56:34 #

    ... 채 떠나보내버렸지만, 뒤돌아서 다시금 후회가 되는 사람.요즘같이 추운 때엔, 전국 곳곳에 하얀 눈꽃송이가 흩날리는 때엔 옛사랑 노래와 함께 또 한편의 영화가 떠오른다.아.. 러브레터를 다시 한번 돌려 볼까?부산에는 눈이란 게 거의 보이지 않아 아쉽기만 하다. 어제 잠시 내렸다지만, 흔적도 없이 사라져서 난 구경도 하지 못했다. 몇번을 돌려봐도, ... more

덧글

  • pientia 2010/09/07 06:56 # 답글

    아...이츠키역의 남자분 완전 좋아했었어요. T^T 자전거 타고 가면서 여자 이츠키의 머리에 종이 봉투 씌우고 도망갈때 완전 귀여워서 꺄꺄거리며 봤던 기억이 나네요. 그 남자분 허니와 클로버 드라마에서도 완전 멋지게 나온답니다.
  • TokaNG 2010/09/07 13:23 #

    저는 남자 이츠키보다 여자 이츠키가 더..
    이츠키에게 책 반납을 부탁하며 상중이라는 글을 보고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라고 어눌하게 말할 땐 좀 귀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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