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게 엄마 말을 잘 들었어야지.. (어웨이크) 영화애니이야기

티비에서 제시카 알바 누님이 나오시는 '어웨이크'라는 영화를 하길레, 간만의 누님을 안 볼 수 없지 싶어 자세 잡고 챙겨봤습니다.
마침 이제 막 오프닝이 시작된 참이라..


'마취중 각성'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다룬 의학범죄 스릴러, 어웨이크.
도대체 수술중에 무슨 일이 벌어지기에 마취도중 각성을 해서 환자가 모든 감각이 살아나는지 궁금했지만, 영화속에서 그려진 각성의 모습은 제가 상상하던 그것과는 매우 달라서 다소 실망스러웠습니다.

의학범죄라는 것은, 사람의 목숨을 가지고 살벌한 게임을 하는 것처럼 긴장감 있게 전개되는 것이 포인트라면 포인트인데, 목숨이 걸려있긴 하지만 이상하게도 긴장감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어서 조금 벙쪘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한 요소인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의 5단계에서 위기의 순간이 너무 짧고, 그나마도 관객을 긴장시킬 정도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위기가 아니라, 어? 저게 저러면 안되는데? 정도의 약한 임팩트라, 곰곰히 생각해야 겨우 그 장면이 위기였다는 것을 알 수 있지, 얼핏 보기에는 위기의 순간도 없는 것처럼 보일 뻔 했습니다.;;
게다가 절정따위는 완전히 배제되었단..;;;

억만장자인 주인공의 돈을 탐내서 주인공의 선천적으로 약한 심장을 이식할 수 있는 기회를 노려 의료사고인 '척' 주인공을 죽여버리려는 일당들. 주인공이 죽고나면 유산을 받을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오랜 시간과 공을 들여 주인공과 결혼까지 하는 등 치밀한 작전을 실행합니다. 그리고 자신들이 주인공의 수술을 집도하기 위해 두터운 신뢰를 쌓아두는 것도 이미 계산된 행동.
그리고 마침내 주인공이 심장 이식을 받게 되어 이들의 계획도 마무리로 접어드는데..

주인공이 수술대에 누워 이식수술을 받기 위해 마취를 하긴 하지만, 마취중 각성이 아니라, 이건 애초부터 마취따위도 되지 않은, 마취 실패일 뿐입니다.
마취의가 수술대에 누운 주인공에게 전신마취를 했지만 주인공의 귀에는 여전히 사람들의 목소리가 다 들릴 뿐이고..
채 마취가 되지 않은 채 심장 이식을 위해 가슴이 절개되고, 크게 벌어지긴 하지만, 어째서인지 각성상태인 주인공의 리액션은 전혀 없습니다. 그저 눈을 감고 평온하고 누워있는 주인공의 모습 너머로 발버둥치는 듯한 간절한 목소리만 들릴 뿐.
모든 감각이 살아있다면서 신음소리 한번 못 내고, 미세한 꿈틀거림 한번 없이 가슴이 절개되는 고통을 참는다는 것은, 아무리 인내심이 강해도 불가능할 터인데,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수술광경을 보여주듯이 아무 리액션이 없어서 정말로 깨어있긴 한 거야? 라는 의심만.. 어째 그 고통속에서도 식은땀 한방울 안 흘리냐.;; 모든 감각이 다 살아있다는 거 무효란.. 그냥 청각만 산 거아냐?
마침내 주인공이 필사의 각오로 산소마스크를 벗어던지고 링거주사를 뽑아버리며 일어나긴 하지만, 그것은 유체이탈(?)의 모습. 수술은 아무 동요 없이 계속 이어집니다.
유체이탈을 한 주인공이 자신을 둘러싼 사건의 전말을 깨닫긴 하지만, 그것뿐,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음모를 다 알고 목소리로 발버둥을 치지만 그것은 밖으로 새어나오지 않는 마음의 소리이고, 관객의 눈앞에 그려지는 광경은 그저 허술하게 진행되는 심장 이식수술의 모습 뿐.
조금의 긴장감 없이 그저 무난하게 진행되는 수술실의 광경과, 그에 덧씌워진 주인공의 절규 섞인 목소리만으로는 긴장감을 고조시키기에 역부족이었습니다.
수술실 밖에서도 음모는 이어지고 있었지만, 그 역시도 그저 평화롭게 수술이 무사히 끝나길 바라는 모습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 감정몰입 실패.
무려 의학 스릴러씩이나 되면서 이렇게나 긴장감이 없어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무난하게 전개되는 모습들이라, 잠시 스릴러라는 것을 망각했습니다.;;
그냥 의학 드라마로 치부하기에도 너무 밋밋해서, 미드인 하우스에도 질 형편이란.;; 하우스가 뭐야, 외과의사 봉달희도 이것보단 긴장감 넘치겠네.;;

주인공이 수술대위에서 범인들이 하는 얘기를 다 듣고 음모의 전말을 파악하긴 하지만 아무런 손도 못쓰는 산송장 신세고, 주인공의 엄마가 몇가지 안되는 단서를 가지고 코난조차 뛰어넘을 기발한 추리로 역시 음모를 눈치채긴 하지만, 별다른 반향 없이 사건을 마무리 지어버리고, 어째저째 나쁜놈들이 붙잡히긴 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음모를 밝힌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ㅁ=
주인공 엄마는 음모를 알아채긴 했지만, 채 밝히기도 전에 지가 약 먹고 자살해버렸잖.. 자살하기 전에 경찰에 신고를 했다 치더라도, 그런 음모가 있었다는 증거를 하나도 마련해두지 않은 채 말만 한다고 죄가 성립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어쩌다보니 나쁜놈들이 잡히긴 했습니다.
그리고 엄마는 자신의 자살로 인해 생긴, 주인공에게 잘 맞는 심장을 절친인 외과의사를 통해 아들에게 주고.
그걸로 끝.

아무런 리액션이 없습니다.
음모를 파악하고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동분서주 뛰어다니는 아군도 없고,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피해자도 없고, 증거인멸을 위해 노력하는 범인도 없고, 심지어 자신은 범인이 아니라며 우기는 모습도 없습니다.
격한 리액션 한번 없이 한사람의 목숨을 노렸던 범죄가 조용히 마무리 되어버렸습니다.;;

가장 격했던 리액션은, 주인공이 엄마한테 버릇없이 대드는 꼴 뿐이었단.;;
그러게 엄마가 추천한 의사한테 수술을 받았으면 아무 일 없잖아. (그랬다면 영화가 제작되지도 않았겠지만.;;)

이렇게나 심심한 스릴러는 처음 봤네.

알바 누님은 간사한 악역을 너무 못 하는 것 같아.;; 어째 그냥 예쁘기만 하냐?

남자주인공도 얼굴이 너무 곱상하게만 생겨서, 죽음과의 사투를 벌일 수 있을 것 같진 않아서 무덤덤.
아니, 곱상하게 생겼어도 마취중 각성했다면 어떻게든 자신이 깨어있다는 리액션을 보여서 그걸 알고도 음모를 진행시키려고 하는 범인들과 치열한 사투를 벌일 수 있었을 텐데, 이건 뭐 정말 아무것도 안 하냐..
그냥 울려퍼지기만 하는 목소리는 정말 찌질하게 죽기 싫어서 매달리기만 하는 것 같아서 되려 역효과였습니다.
그렇게 울먹이는 목소리로 징징대지 말라고.;;

아무튼, 엄마 말 잘 들었으면 아무일도 안 일어났을, 아니 제작도 되지 않았을 무미건조한 의학범죄 스릴러, 어웨이크였습니다.
우리나라 영화중에 김명민유준상 등이 나오는 '리턴'이라는 영화도 마취중 각성을 소재로 삼은 스릴러라던데, 그건 어떤 모습으로 각성상태를 표현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설마 이것처럼 무미건조하게 묘사하진 않았겠지.;;

너무 재미없게 봐서, 리뷰도 쓸데없이 길기만 하고 하나도 재미가 없네.;;

덧글

  • 숙성식빵 2010/08/24 03:55 # 답글

    아; 원래 마취중 각성이란게 정신과 감각은 멀쩡한데 몸은 한치도 움직일 수 없는 상태를 말합니다; 그래서 수술 중이라도 특수장비가 없으면 이 사람이 마취중 각성을 한건지 안 한건지도 알 수 없고. 당하는 사람은 비명소리 하나 내지르지 못한 채 생지옥을 겪는거지요;; 이걸 모니터하는 특수장비란게 대학병원 같은데 가면 있기는 한데, 보험처리가 안되기 때문에 큰 돈을 내고 따로 신청해야 한답니다.
  • TokaNG 2010/08/24 03:59 #

    아, 그런 건가요? 수술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ㅅ=a
    그래프에 뭔가 반응이 오지 않나요? 고통이 느껴지면 심박이 빨라질 텐데.;;
    하긴, 심장을 들어내고 있으니 그것도 알아채긴 힘드려나?;
    하지만 역시 수술중 각성했다지만, 각성으로 인한 여파는 전혀 없이, 수술이 끝남과 동시에 영화도 끝나버려, 이럴 거면 왜 각성을 시킨 거야? 라는 생각이 들기엔 충분했군요.
    주인공은 고통을 느끼면서 울먹이는 것 말고는 한 게 없어요.;;
    그 고통을 관객에게 전해주지도 못한채 영화가 끝나서, 무의미한 각성이었단..
  • 페리도트 2010/08/24 07:03 # 답글

    리턴은 어웨이크와 다르게 각성을 표현한거 같은데..
    영화가 그렇게 볼만하지는 않군요.
    요번에 9월에 애프터 라이프가 기대되더군요. ㅎㅎ
    경구형이 나오는 해결사가 기대되고요.
    무적자는 별로 보고 싶지않네요.
  • TokaNG 2010/08/24 19:10 #

    리턴은 꽤나 평이 좋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제 기억이 잘못 됐는지 다시 리뷰들을 찾아봐야겠네요.
    애프터 라이프는 저도 우연히 트레일러를 봤는데, 소재부터가 구미가 당기더군요.
    과연 그 소재로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낼지..
  • zz 2010/08/26 19:34 # 삭제 답글

    마취중 각성을 경험하게 되면, 근육은 마취가 되었지만 정신은 깬채로 있는다더라구요
    그래서 주인공이 소리를 치고 발버둥을 쳐도 아무도 듣지 못하고 몸도 안움직여요
    뭐 중간에 눈물흘려서 나오긴 하지만 결국 못보고 지나친...ㅋㅋ
    나름 흥미진진한 소재였는데 뭔가 부족했던 영화였네요 ㅠㅠ
  • TokaNG 2010/08/27 00:34 #

    그런데 그건 마취중 각성이라는 의학적 지식이 없으면 일반인들이 쉬이 알기 힘든 부분이잖아요.
    대부분의 일반인이 마취중에 각성했다고 하면 저처럼 깨어났을 거라고 생각할 텐데, 영화속에서 마취중 각성에 대한 별다른 설명 없이 그런 전문적인 소재를 쓴다는 것은 좀 에러지 싶네요.;;
    설명이 있었는데 내가 미처 못 본 걸 수도 있겠지만. (집에서 영화를 보다보면 방해요소가 좀 많거든요.;;)
  • ㅇㅇ 2010/10/13 21:28 # 삭제 답글

    사실 마취중 각성이란 것은 일반인이 만들어낸 허구일 뿐입니다
    '마취'라는 단어의 의미를 찾다보니 만약 감각신경은 마취가 되지않고
    운동신경만 마취가 된다면? 이라는 상상에서 비롯된 소재라고 볼수 있죠
    오히려 의학적 지식이 있다면 이런일은 없다는 걸 알고 영화니까 라며 그러려니하고
    보겠죠?
  • TokaNG 2010/10/13 23:25 #

    그렇군요.
    영화란 게 모름지기 일상에서 흔히 할 수 있는 상상에서 비롯되는 게 많으니까요.
    이런 일은 없을 거란 걸 알고 있어도, 원리라던지 이론정도는 알아두면 더욱 재밌게 볼 수 있을지도요.
    사실 영화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경우는 드물잖아요?
    다들 이럴수도 있겠구나 하는 범위 내에서 납득하며 보는 거지.
  • ㅇㅇ 2010/10/13 21:31 # 삭제 답글

    덧붙이자면 '마취중 각성'이란 영화에서 보는것과는 약간 다른 의미로
    통용된다는 것입니다
    어찌보면 비슷하긴 하지만 실제 영화에서와 같은 현상은 발생하기 힘듭니다
  • TokaNG 2010/10/13 23:27 #

    그러니까 그 부분의 설명이 부족한 것 같아서 아쉬웠습니다.
    제대로 설명이 되었다면, '저게 어쨌다고?' 가 아닌, '그래서 그랬구나..' 라는 반응을 보이겠죠.
  • 아롱 2010/10/14 01:33 # 삭제 답글

    님아 그건 님이 영화를 처음부터 안봐서 그래요..
    영화 처음에 보면은 마취중각성이란거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줘요..
    해마다 2천만 명이 수술을 위해 전신마취를 받는다

    그 중 3만 명은 마취에 실패, 의식이 깨어있는 채 수술을 받는다

    ‘마취중 각성’을 겪는 이들은 육체가 마비되어 주변으로부터
    자신의 끔찍한 고통을 알릴 수 없다!

    요렇게 설명을 해준답니다...
  • TokaNG 2010/10/14 02:52 #

    역시 그렇군요.
    초반에 한 5~10분정도 놓쳤을 뿐인데..;; (아니, 그정도도 안 지났던 듯?;;)
    혹시 영화 시작전에 자막으로 설명이 나오는가요?
    그렇다면 1분만 못 봐도 놓칠 가능성이 100%겠지만..
    그런 전제 하에 시작된 영화라면 어느정도 납득이 가겠군요.
    그렇다고 해도 표현에 있어서는 역시 좀 아쉽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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