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집 지하실에 함부로 내려가지 마라. (검은 집) 영화애니이야기

곰TV 무료영화로 황정민 주연의 '검은 집'이 공개되었기에, '그래, 황정민이 이런 영화도 찍었었지'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어떤 이슈가 떠올랐는데..


보험회사 심사과에서 근무하고 있는 전준오(황정민). 어느날 호출을 받고 불려간 고객의 집에서 어떤 사건을 접하고는, 미심쩍은 생각이 들어 그 사건에 깊이 개입하기 시작합니다.
보험사에서 보험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자세한 정황을 알아야 그에 걸맞게 보험금을 지급해서, 보험이라는 제도를 악용하지 않게 하게끔 하기 위해 신중에 신중을 또 기한다지만, 과연 이렇게까지 할까? 싶을 정도로 깊숙히 파고 듭니다. (하긴, 보험사 직원이면서 별의 별짓을 다 하는 키튼도 있었지.;)
하지만 결국은 보험사 직원으로써가 아닌, 개인적인 오지랖으로 사건에 개입하면서, 점점 더 돌이킬 수 없는 사태를 불러 일으키는데..

어떻게 보면 제도라는 것은 참 헛점이 많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보험이든, 법이든, 심증이 있는데 물증만 없다면 어떻게 할 도리가 없으니.
보험회사에서는 분명히 보험금을 노린 잔혹극이라는 걸 알면서도 돈을 지급할 수 밖에 없고, 경찰은 심증만으로는 움직일 수 없으니 결국은 누구 하나 제대로 흔적 남기며 당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빤히 눈 뜨고 당한다는 걸 알면서도 어쩔 도리가 없는, 무력한 모습이었습니다.

영화 도입부가 지나고, 강신일이 등장하면서부터 '아차! 이 영화 그런 영화였지!' 싶었습니다.
이 영화가 개봉했을 당시에 싸이코패스라는 것이 이슈가 되어 다큐멘터리도 하고, 사람들간에 의견도 분분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직까지도 싸이코패스에 대한 정확한 정의는 내리지 못하겠지만, 분명한 것은 그들은 우리와는 다른 사람이라는 것, 우리가 어릴 때 잠자리 날개를 아무렇지 않게 하나 둘 뜯어내며 즐기는 것처럼, 그들은 사람을 아무렇지 않게 죽이고, 해체할 수 있는, 악마같은 사람이라는 것. 겨우 그정도의 고정관념만 가지고 있습니다.
영화에서 슬쩍 슬쩍 싸이코패스의 행동성향이라던지, 그들의 정신상태를 보여주는 것들을 비추면서 더욱 섬찟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하는데, 예전에 KBS에서 이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아주 잘 만들었다고 하던데, 안타깝게도 보지 못했습니다.

어릴 때의 트라우마로 인해, 더이상 사람이 죽어나가는 것을 볼 수 없는, 정의감이 투철한 황정민은 그 정의감으로 인해 주변인들을 사지로 몰아넣습니다. 처음에는 다음 피해자가 될 거라고 예상했던 인물에게 조심스러운 충고를 했다가, 뒤늦게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알아차린 후에는 이미 많은 사람이 희생된 후입니다.
악마를 보았다에서는 이병헌의 복수심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죽어나가더니, 이 영화에서는 쓸데없는 정의감 때문이라니.
악마같은 그들과 맞서는 주인공들은 정말 민폐쟁이들입니다.;; (이런 김전일같은 녀석들;;)

또 글이 길어지니 내용이 산으로 가는 것 같아서, 짧막하게 떠오르는 말들만 몇마디 하자면,
남의 집 지하실에는 함부로 내려가면 안됩니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볼 수도 있단..

보험사가 그리 믿음직스럽진 않나 봅니다. 가입자들도 보험사기 등을 많이 치긴 하지만, 보험사 역시도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고 사람을 풀어서 거액의 보상금이 나가는 보험을 해지하도록 강요하는 모습을 보이니..
영화에 보여지는 모습으로 보험사가 그렇더라 라고 장담하는 것은 멍청해 보이지만, 타당한 보험금을 이런 저런 이유로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도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니 좀 찝찝하긴 합니다.

강신일의 연기는 역시 언제 봐도 좋습니다.
정말이지 도중까지는 정말 이사람이 싸이코패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섬뜩한 모습을 보여서, 나중에 진짜에게 결국 그리 될 때엔 꽤나 충격적이었단.
얼추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그 짐작마저도 잘못 생각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섬뜩한 연기를 잘 보여줬습니다.
그래서인지 그의 마지막 모습이 더욱 초라해 보이고..

유선은 예쁩니다.
저 우수에 찬 눈동자는, 이번에 영화 이끼에서도 비슷한 느낌으로 다가왔는데, 속에 무언가를 감추고 있는 듯한, 선량하면서도 뭔가 알지 못하게 섬뜩한 기분이 들게 해서, 배역에 아주 잘 어울렸습니다.
이끼를 보면서도 느꼈지만, 정말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주 차분하면서도 차가운..
얼마나 매력적이냐면, 눈깔에 빵꾸가 나고 얼굴에 피칠갑을 해도 예쁘더란.
징그럽고 잔인해 보여야 할 인상마저 마냥 예쁘게 나와서 곤란합니다. 다행히 그덕에 더욱 섬찟해 보이기도 했지만..

처음에는 김서형유선의 배역이 서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었는데, 역시 보다 보니 이게 제대로군요.
김서형은 이미 얼굴만으로도 무서워서, 어떤 짓을 해도 당연한 듯 보이지, 새삼스레 공포감을 줄 것 같진 않습니다. (어이)

좀 뜬금없는 장면이 많았습니다.
다른 부분은 그냥 저냥 긴장감을 주기 위해서 그렇다 쳐도, 마지막에 그가 어떻게 그 자리에 누워있었는지, 그동안에 원래 그자리에 있었어야 할 김서형은 어디에 가 있었는지 아무런 언급도 없이 그냥 그렇게 되어있다가, 나중엔 김서형이 아무렇지 않은 모습으로 만신창이가 된 황정민을 안고 잠든 모습을 보고는 대략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토록 잔인한 싸이코패스가 잠자고 있던 김서형을 공주님 안기로 곱게 다른 곳에 뉘어놨을리는 없을 텐데.;;

황정민은 바보 멍충이입니다.
살인마와 대치하고 있으면서, 시야를 제대로 확보해서 살인자의 움직임을 잘 관찰해도 모자랄 판에 지가 스스로 소화기를 뿌려서 시야를 막습니다. 그게 공격이 되냐고.;; 그래놓고 도망가진 않고 살인마쪽으로 뚜벅뚜벅 걸어가고. 시야가 가려진 살인마는 칼을 아무렇게나 휘둘러도 그만인데.
그러니 결국 그 꼴이 되지.

이번에도 경찰은 뒷북입니다.
하지만 나름 이유 있는 뒷북이었단. 그 이유가 납득 될리 만무하지만.
정말 죽기 전에 경찰이 빠릿빠릿하게 움직여서, 사건이 미연에 방지되는 영화를 볼 수 있을까 싶네요. (아, 그렇게 되면 영화가 너무 재미없어지나?;;)

어린 이화홍연, 1인 2역을 한 여자아이는 정말 귀여웠습니다.
까만 단발머리에 새하얀 피부, 속이 깊은 눈동자는, 어리지만 꽤 매력적이었습니다.

보험은 사람을 살리기도 하지만, 죽이기도 한다는 황정민의 대사에 공감합니다.
가족의 희생으로 타낸 보험금이 생계를 꾸려갈 수단이 되어 남은 가족들을 살리기도 하지만, 그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서슴없이 사람을 해치기도 하니, 무서운 양날의 검입니다.
보험은 악용하지 말고, 가입자나 보험사 할것 없이 서로 정당하게 이용되어야 합니다.


이 역시 잔혹한 싸이코패스를 그린 영화라서 그런지, 여러 장면에서 악마를 보았다와 겹쳐 보이긴 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인간의 잔인한 이면은 악마쪽이 압도적이네요.

싸이코패스라는 '인종'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감히 그들은 새로운 '인종'으로 분류해버리고 싶단..

덧글

  • 페리도트 2010/08/15 12:10 # 답글

    사이코패시는 꼭 생겨난다는거죠.
    100명이 있으면 10~20명??
    가정이 화목하고 교육이 잘되면
    그래도 저정도까진 안갈수도 있는데..
    제 생각은 그래요.
  • TokaNG 2010/08/15 15:14 #

    그렇다고 하더군요.
    싸이코패스라고 다 저렇지도 않고, 일반인이라고 저러지 않지도 않겠지요.
    자라온 환경이 인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니.
  • 맛있는쿠우 2010/08/15 13:34 # 답글

    검은 집 스토리 다 알고 봤는데도 졸랭 무서웠던ㅠㅠ
    지하실 창고에 숨어있는데 칼 쑥 들어오던 장면에선 정말 식겁했더래죠
    김서형은 아내의 유혹 악바리 이미지가 너무 강렬했나 봅니다ㅎㅎ
  • TokaNG 2010/08/15 15:17 #

    저는 무서울 줄 알고 열라 쫄아서 봤는데, 생각보단 그리 무섭지 않았습니다.
    미리부터 너무 쫄아있어서 그런가?;;
    악마를 보았다와 비교되면서 더욱 무덤덤해졌고.;;

    김서형은 아내의 유혹 이전에도, 인상이 너무 무섭습니다.
    눈매가 너무 날나로운데다, 입도 조금 튀어나온 것이 마치 사람 뜯어먹을 것 같단.. (야)
  • 역설 2010/08/15 14:15 # 답글

    원작소설의 마지막에, 오히려 사이코패스라는 이름으로 어떤 이들을 규정짓는 것이 부정적이라고 말하는 대목이 있어서 신선했습니다.
  • TokaNG 2010/08/15 15:35 #

    저도 기분이 그렇다는 거지, 실제로 사람을 색안경 끼고 보는 것을 달갑게 생각하진 않습니다.
    얼마전에 본 '악마를 보았다'의 다른 리뷰에 어떤 분께서 쓰신 덧글을 보니, 싸이코패스가 다 연쇄살인마가 되는 일은 없다고 하더군요.
    역시나 환경적 요인이 크게 작용해서,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잔혹함을 지니기도 하지만, 대체론 사기꾼이라던지 하는 범죄에 그치거나 별탈 없이 사람들 속에 잘 어울려 지낸다고..
    사실, 환경이 나쁘면 굳이 싸이코패스가 아니더라도 잔인한 연쇄살인마가 될 수도 있겠지요. 싸이코패스 = 연새살인마라는 공식은 아니라는 생각이긴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곤 해도 역시 일말의 가책도 없이 사람을 죽이고, 해체할 수 있다는 것은 왠지 꺼림칙하게 다가와서..
    게다가 그런 영화를 보면 잠시나마 따로 분류하고 싶어지는 것은 아마 겁쟁이의 습성이겠지요.;ㅂ;
  • 원냥 2010/08/15 17:19 # 답글

    영화관에서 보고 몇날 며칠 못잤는데............................
  • TokaNG 2010/08/15 22:46 #

    다행히 작은 화면으로 봐서 그정도까진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장르가 호러가 아니라 스릴러라..
    저도 극장에서 공포영화를 보면 자꾸 생각나서 잠을 못 잘 때가 있습니다.ㅜㅡ
    '폰'이라던지, '분신사바'와 같은 영화들도 극장에서 보면 미친듯이 무섭던데요.;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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