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라도 악마가 될 수 있다. (악마를 보았다) 영화애니이야기

원래는 토이 스토리 3을 보려고 했지만, 하도 잔인하다느니, 너무했다는 평이 많아서 急 호기심이 생겨 우선순위를 살짝 바꿨습니다.
무려 가장 보기 좋은 한가운데자리에 예매까지 해놓고, 룰루랄라 CGV로 나갔습니다.


악마를 보았다.
작품에서 김지운 감독이 관객에게 보여주고자 싶었던 것은 그야말로 악마였습니다.
아무런 거리낌 없이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악마, 그 악마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매우 악랄하고 잔인하게 그를 좀먹는, 악마가 되어가는 또다란 사람.
다른 무슨 말이 필요할까 싶을 정도로 섬찟한 행위를 반복하는 그들은, 정말 악마로만 보였습니다.

토막살인이라는 건 뉴스로 봤을 땐 그냥 '잔인하구나..' 싶은 정도였는데, 그걸 화면에 담아 생생하게 느껴보니, 이건 '아 씨발, 잔인하잖아!!' 였습니다.
문서를 읽는다던지, 앵커의 딱딱한 어조로 듣는 거랑, 살인마가 시체를 해체하고, 그걸 처리하는 모습과 그 시체가 발견되어 가족이 오열하는 모습을 움직이는 영상으로 보는 거랑은 다가오는 임팩트가 천지차이더란.
뉴스를 읽으면서도 주먹을 불끈 쥐고 미간을 찌푸리긴 하지만, 스크린에 펼쳐진 그 참혹한 현장을 보면서 심장이 쿵쾅거리고 머리가 띵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덕분에 영화를 보는 내내, 그리고 지금까지도 머리가 아픕니다.

너무나도 담담하게 사람을 고깃덩이로 만들어버리는, 이런 사람 또 있을까 싶지만 안타깝게도 이미 각종 강력사건들로 익히 보아온, 이미 실존하는 모습일지도 모르는, 현세에 재림한 악마.

그리고 그 악마를 잡기 위해 스스로 악마가 되길 자처하는 사람. (아니, 악마)

이미 완성된 악마를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어떻게 사람이 악마가 되어가는지를, 그 과정을 처참하게 그려내면서 더욱 치가 떨리게 합니다.
세상 누구라도 그정도의 극한에 몰리면 악마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기라도 하듯이, 처음에는 정상적이고 평온한 일상을 보내던 한 남자가, 어쩌면 악마보다 더 악하게 변모하는 모습을 그의 행동과 눈으로 보여줍니다.
    

'병 주고 약 준다' 는 말이 이처럼 끔찍하게 느껴지긴 처음입니다.
그야말로 죽도록 고통스럽게 몰아붙이다가, 어디 한번 도망쳐 보라는 듯이 상처들을 치료해놓고는 도망치면 살슴살금 쫓아가 다시 고통을 선사하고, 그러기를 수차례.
어째, 최민식과 이병헌의 만남을 너무 일찍 잡는다 싶었더니, 둘이 만나는 걸로 끝이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이었습니다.
옆자리 아저씨는 최민식과 이병헌이 대치하자 '뭐야, 벌써 끝이야?' 하며 어이없어 했지만, 그때는 아직 러닝타임이 30분정도 흘렀을 뿐이었단. 이대로 끝날리가 없지.
이제는 정말 차라리 죽는게 낫겠다 싶을 정도로 끔찍한 방법으로 복수를 자행합니다.
하지만 사냥감도 궁지에 몰리면 사냥꾼을 물게 되는 법. 역공을 받으면서 악마가 되어가던 사람은 드디어 악마로써 완성됩니다.

너무 끔찍하고 잔혹한 상황들에 머리가 혼란스러워, 디테일한 장면 묘사보다는 단 한가지 감정만이 또렷이 새겨졌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악마를 품고 있다.
그 악마를 누르고 사느냐, 밖으로 표출하느냐의 차이일 뿐.
저는 성선설 따위보다 성악설을 지지합니다.

세상엔 내안의 악마를 누르고 살아가는 사람보다, 마음껏 그 악마를 꺼내어 표출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예전엔 볼 수 없었던 잔인함들이 어느샌가부터는 당연한 듯 치부되기도 하고, 감히 상상치도 못한 잔혹함들을 서슴없이 표현하기도 하니..

비단 영화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는 현실에서 악마를 더욱 많이 보고 있을지도..



영화가 끔찍한 장면들을 많이 연출하긴 했지만, 개중엔 재밌는 장면들도 더러 있었습니다.
특히, 박쥐에서의 김옥빈의 모습을 그대로 분한 여자가 최민식에게 강간당하는 모습은, 많은 분들이 언급하셨던대로 친절한 금자씨에서 최민식이 이승신과 정사(?)를 나누는 모습과 겹쳐 보이고, 이병헌이 최민식을 치료하고 던져놓은 터널은, 살인의 추억에서 송강호가 박해일을 놓아주는 그곳과 같은 곳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닮아있어, 박찬욱 감독과 봉준호 감독에 대한 오마쥬가 깃들었습니다.
역시나 땡쓰투로 박찬욱, 봉준호 감독에게 감사를 표하더군요.

너무나도 잔인한 가운데 어이없는 실소를 뿜게 만드는 씬들이 더러 있어서, 극장안이 끔짝함에 치를 떠는 신음소리보단, 헛웃음이 섞인 웃음소리로 차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깔깔거리며 웃다가도 연이어 보여지는 장면들에 뚝 하고 그치게 되지만, 그래도 인상만 쓰기 보단 잠시나마 웃을 수 있어서 좀 살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너무 긴장속에 웃어서인지 어떤 장면에서 웃었는진 기억도 나지 않는단.;;

간호사 언니는 참으로 취향이었습니다.
동글동글 예쁘장해서 스텝 롤이 올라갈 때 이름을 봐두고 싶었는데, 아차 하는 사이에 놓쳐버렸단.;;
인터넷 영화정보 캐스팅 목록에는 올라오지도 않았네요.;;
이름을 알아야 검색이라도 해서 이미지를 좀 따지. (야)
공식이미지중엔 치맛자락 조금 보일 뿐이라 아쉽긔.

아저씨에서 대부업체에 돈 빌렸다가 갚지 못해 줘 터지던 아저씨가 여기서는 형사로 나옵니다.
역시 배우들은 인생 역전 한순간이란. 취조실에서 취조 당하던 양반이 형사라니!!

헌데 세븐데이즈에서 강간 살인범으로 나왔던 녀석이 이번엔 연쇄 토막 살인마로 나오는 것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 것도 같고. (제버릇 개 못주나.. 개를 그렇게 키우면서.)
그러고 보니 이 양반도 형사로 나온 작품이 있었던 것 같기도..

간단하게 쓰고 끝내려 했는데, 점점 길어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경찰이 범인보다 빠른 경우는 언제쯤 영화에서 볼 수 있을지.
어째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서에서 출동했을 경찰이 외출했다 돌아오는 딸보다 꼭 늦는답니까?
암만 현실의 경찰이 뒷북을 많이 친다지만, 영화에서라도 좀 듬직한 모습을 보여주라구.ㅠㅠ

이 씬에서, 최민식은 자신을 그토록 궁지에 몰던 이병헌을 되려 물기 위해서는 더더욱 끔찍하고 잔인한 모습을 보였어야 했을 텐데, 너무 순식간에 마무리 지으려는 모습이, 아마도 이 부분이 심의에서 걸리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암만 생각해도, 거기서 그렇게 넘어가면 섭섭해서 안되는 거였어.
가장 절정에 달했어야 할 부분이, 너무 순식간에 지나가버리잖아.



영화를 재밌었다고도, 그렇다고 못 만들었다고도 할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두번은 보기 싫다' 라는 겁니다.
차라리 시체를 해부하고 사람을 죽이는 장면들이 덜 잔인했지, 이 영화는 제게는 너무나도 끔찍했습니다.
인간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끈적거리고 찝찝한, 피똥같은 잔혹함을 여과없이 보여주었기에, 마치 피가 섞인 설사를 보는 것같은 역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 영화가 졸작이라는 말은 절대 아니고..
그냥 기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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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10/08/14 01:44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TokaNG 2010/08/14 02:09 #

    아이쿳~ 감사합니다.
    얼핏 광고들이 많아서 스팸덧글인줄 알고 삭제할뻔 했는데, 이런 꿀같은 정보를. +ㅂ+
  • 그 사이트들어가면 2010/08/14 01:45 # 삭제 답글

    의미있는 리뷰도 좀 있습니다.
    아...좋은 리뷰 잘봤습니다.
  • TokaNG 2010/08/14 02:10 #

    저도 몇몇 리뷰를 읽어봤습니다만, 역시 혼자서 보는 것보다 여러 사람이 머리를 맞대는 것이 속 시원하군요.
    제가 가졌던 의문들을 먼저 제시하신 분들도 계시고, 다른 시각으로 보시는 분들도 계시고..
  • 페리도트 2010/08/14 02:45 # 답글

    하아 내일 친구와 동생녀석이랑 볼것인데 동생녀석은 보지도 않고 재미없단 말을
    할 뿐이고...
    설득을 하든 닥달을 하든 보러가야겠습니다.
    근데 9분 짤린건...어쩌지..아깝습니다. 감독판을 기대해볼수밖에..
  • TokaNG 2010/08/14 12:39 #

    보기 싫다는 사람에게 억지로 권할 만한 영화는 아닌 것 같습니다.
    역시 보여지는 영상이라던지, 표현되는 감정이 그런 식이니,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건 당연한 것인 듯.
    잘려나간 장면들은 저도 궁금해지긴 하네요.
  • pientia 2010/08/14 08:09 # 답글

    아...완전 보고 싶어 지네요.>.< 악마랑, 아저씨, 토이스토리...볼게 너무 많아요. ;ㅁ;
  • TokaNG 2010/08/14 12:39 #

    저는 이제 토이 스토리만 남았습니다.
    일단은..
    이후에 또 개봉할 작품들이 수두룩.ㅜㅡ
  • 에반 2010/08/14 08:36 # 답글

    푸하하...마지막 빨간 글씨의 비유가 참...와닿네요 ㄷㄷㄷㄷ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0^조연 배우들이 상당히 경력이 있는 배우들인지
    몰랐네요 ㅎㅎ
  • TokaNG 2010/08/14 12:41 #

    여기저기서 얼굴이 몇번 비춘 배우들이더군요.
    혹시 다른 영화에서 이미 보셨는데도 기억하지 못하실 수도..
    저도 아저씨를 본지 며칠 되지 않았으니 그나마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세븐데이즈는 너무 임팩트가 강한 작품이었고..
  • issure 2010/08/14 10:00 # 답글

    [issure] 헐... 그정돈가요....ㄷㄷㄷ

    이건 좀 차후로 미뤄야겠네요 ㅋㅋㅋㅋㅋㅋㅋ

    우선은 인셉션부터...ㅠ_ㅠ
  • TokaNG 2010/08/14 12:41 #

    인셉션, 혹은 아저씨를 강추합니다.
  • 동사서독 2010/08/14 11:23 # 답글

    곰 TV 무료영화에 악마를 보았다의 프로토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쓰리 몬스터 떴습니다. 이병헌, 임원희, 강혜정 이렇게 세 명이 나오고 임원희가 나쁜놈, 이병헌이 점점 맛이 가는 내용이에요. 감독은 박찬욱인데, <악마를 보았다>가 워낙 박찬욱스럽게 만들어져서 보시면 흥미진진할 것입니다. ㅋ
  • TokaNG 2010/08/14 12:47 #

    쓰리 몬스터는 저도 이미 보긴 했습니다.
    세가지 에피소드중, 태아를 고기로 쓴 만두를 먹는 편과 박찬욱 감독이 만든, 이병헌과 임원희가 나오는 편은 기억나는데, 나머지 한편이 뭐였는지 깜깜하단.;;
    확실히 그 영화에서도 나중엔 누가 나쁜놈인지 모를 정도로 끔찍하죠.;;
    증오심에 불타는 임원희가 악마였는지, 그 임원희에게 학대당하며 고통 받는 강혜정이 악마였는지, 그런 배우자의 모습을 보며 눈물 흘리던 이병헌이 악마였는지.;;
    정말 김지운 스럽기 보다는 박찬욱 스러운 영화였습니다.
    다른 리뷰에서도 그런 평이 종종 보이더군요.
  • 동사서독 2010/08/14 13:16 #

    섹스씬 같은 경우는 <친절한 금자씨>에서 볼 수 있었던 장면이랑 <박쥐>에서의 그거랑 비슷한 장면도 나온다고 하더군요.
    그동안 기대를 많이 했던 영화라서 개봉 첫날 조조로 예매해놓았다가 취소해놓았는데 봐야될지 말아야될지 고민입니다. ㅋ
  • TokaNG 2010/08/14 13:22 #

    그건 본문에서도 언급했습니다.
    감히 꼭 보시라고 추천하긴 거시기 하지만, 한번쯤 보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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