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어머니… 그저그런일상들

어머니께서 웬일로 고기를 구워주신다고 하신다.
아.. 그동안 생선회나 치킨은 더러 먹었지만, 이게 얼마만의 고기님이시던가.ㅠㅠ
아리가또우~ 를 외치고 무한도전을 보며 고기님을 기다리고 있는데, 한참을 지나도록 부스럭거리는 소리만 나지 고기 굽는 소리가 안 들린다.
대신, 부엌에서 들려오는 절박한 외침,

"고기 굽는 불판이 어디 갔노?!"

무슨 일인가 싶어 부엌으로 달려가니, 어머니께서 한참을 불판만 찾고 계셨는지, 싱크대며 부엌 벽의 수납장이 다 열려있고, 냉장고 한쪽 옆에 넣어둔 커다란 손님 접대용 상을 뒤적이고 있다. 혹시 그 사이에 불판이 끼어있나 싶어서.

불판을 찾아야 고기님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나 역시 불판을 찾기 위해 흔히 불판을 넣어두던 수납장을 뒤적이며, 불판이 들어있던상자를 치우면서 '이건 아니고요?' 라고 하니,

"어, 맞다. 그거. 그게 왜 거기 있노?"

어머니.. 이거 항상 여기 있었는데, 무슨 소리에요.;;

어머니께서는 수납장을 열어보고도, 2칸으로 나뉜 아래쪽만 보시곤, 바로 위쪽은 안 보신 모양이다.
항상 있던 그자리에 불판은 다소곳이 꽂혀있구만!

"와이고, 엄마 이제 우짤라고 그래요."

"그러게다. 엄마가 와 이랄꼬?"



그리고 고기를 다 먹고 한참 후에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시다가 화장실에 잠시 다녀오신 어머니, 부른 배를 두드리며 티비를 보고 있는 내게 이렇게 말씀하신다.

"부엌에 불 좀 꺼라."

어머니 지금 설거지중이시잖...

"어디 불을 끄라고요?"

"아, 화장실에 불 좀 꺼라."

...

"엄마, 진짜 우짤라고 그래요."

"아이고, 내가 정신이 없노."


많이 더우신가 보다.

낮에 아부지께 고스톱으로 돈을 좀 잃으시더니..[...]

덧글

  • 페리도트 2010/07/31 23:23 # 답글

    역시 고스톱은 정말 대한민국의 악적..!!!
  • TokaNG 2010/07/31 23:25 #

    하지만 부모님께선 매일마다 즐기시고...
    정말로 치매예방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랑주 2010/07/31 23:24 # 답글

    그래도 두발 피고 편하게 TV보다가 어머니가 구어주시는 고기 먹을 때가 그립네요..
  • TokaNG 2010/07/31 23:25 #

    이것이 한가로운 백수의 비애.. (엉?)
  • 콜드 2010/08/01 01:35 # 답글

    마지막이 핵심인듯 OTL
  • TokaNG 2010/08/01 02:11 #

    그런 듯.
  • MerLyn 2010/08/02 13:49 # 답글

    마지막이 크리티컬 히트(.....)
  • TokaNG 2010/08/03 00:11 #

    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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