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의 트라우마는 무섭다. (스승의 은혜) 영화애니이야기

저마다 학창시절에 아름다운 추억만 있겠냐마는, 극도로 심한 충격을 받은 아이가 간직한 트라우마는 몇년을 품고 있다가, 마침내 분출되어 모두를 파괴시킬 정도로 무섭기만 하다.
철 모르는 동급생들에게 받은 상처보다는, 학생의 실수를 감싸주고, 다독여줘야 할, 제 2의 부모선생님에게 받은 상처는 더더욱 크게 곪아서 치유할 수 없을 정도로 깊어져 버렸다.


선생님은 자신이 학생들에게 던진 말 한마디, 행동 하나까지 모두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학생들은 선생님의 매니큐어 색깔까지 기억한다는 극중의 대사가 와닿았다.
말 그대로, 나 하나쯤은 그 선생님의 교직생활에 스쳐가는 수많은 학생들중 하나에 불과하니까.
하지만 나의 학창시절에 선생님은 일년에 단 한명이다.
그렇다고 해서 정말 매니큐어 색깔까지 기억하는 학생이 있겠냐마는, 확실히 선생님보다 학생들이 마주했던 그 시절을 기억해내기에 유리하다.
그래서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도 기억하지 못한 채, 이제는 성인이 되어버린 옛 제자들의 증오를 한몸에 받아야 하는 모습에선 동정심마저 생긴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조심해야 할 입장인 선생님.
당신께선 별뜻 없이 툭 내던진 한마디가 학생에게는 크나큰 상처가 되어 평생을 따라다닐지도 모르니.

항상 가해자는 금방 잊지만 피해자는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한다.

선생님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고 성인이 되어버린 '그'.
'그'의 삐뚤어진 증오심은 선생님 뿐만 아니라 동급생들까지 해칠 정도로 커져버렸다.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은 거짓으로 일관된 '그'의 진술을 토대로 조금씩의 타당성을 가지고 이뤄지지만, 결말에선 이 모두를 뒤엎는 모습을 보인다.

극중에 토끼탈을 쓴 기형아와, 그를 연상시키는 토끼탈이 사건을 더욱 알수 없게 하는 장치 역할을 하지만, 나중엔 별다른 설명 없이 퇴장해서 조금은 아쉬웠다.
그리고 지하실을 더욱 을씨년스러운 장소로 만들어버리는 '그 사건'도..

학생의 복수에만 초점을 맞춰서인지, 나머지 장치들에 대한 설명이 조금 부족한 듯 하더라.
그렇다곤 해도, 동급생들을 서서히 죽음으로 몰아가는 그 수법들은 정말 잔인하고 끔찍했다. 
이정도로 증오가 컸던 걸까.

오미희 아줌마는, 독살스러운 전성기의 선생님 모습과, 이제는 힘이 다 빠져버려 순하디 순한 늙은이의 모습을 교차적으로 잘 보여주는, 멋진 연기를 선보였다.


학창시절의 좋지 않았던 사건은 이제 기억도 나지 않을 뿐더러, 기억난다 해도, 이제는 술안주삼아 웃으며 얘기할 수 있는 사소한 사건들 뿐이었다.
졸업한지 십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학창시절 자신을 괴롭히던 선생님에 대한 증오를 품고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지만, 역시 개개인의 인품까진 가늠할 수 없으니, 충분히 그럴수도 있겠다 싶더라.
트라우마가 심하면 학창시절 뿐만 아니라, 유년기 기억으로도 사람을 증오할 수 있지 않을까?
자신이 왜 상대방을 증오하는지도 모르게 본능적으로라도..


영화를 보며, 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난 증오를 품을 만큼의 악독한 선생님은 기억에 없으니까.
혹시 있다 하더라도 머리가 나쁘니 금새 잊었을지도.

학창시절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의 인품이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선생님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는 단순한 가르침이 아니라, 인품을 결정짓는 중요한 잣대가 될 수도 있다.
부모님의 영향으로, 친구들의 영향으로 인품이 정해지기도 하겠지만, 역시 그 시절에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건 선생님이니까.

적어도, 저런 식으로 은혜를 갚고 싶은 선생님은 세상에 없었으면 한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과 같다지 않는가.

덧글

  • 우누 2010/07/20 11:59 # 답글

    저도 전에 TV에서하길래 조금 봤는데 그냥 그냥..음+_+;
  • TokaNG 2010/07/20 16:27 #

    그래도 어디서나 흔히 볼수 있는 학용품으로 해코지를 하는 게, 왠지 더 끔찍하고 잔인해 보였어요.
    어릴 때 커터칼에 한번 안 베이고, 호치키스에 한번 안 박혀본 사람 없잖아요.;ㅂ; (콤파스로 장난치다가 이마에 박힌 친구도 봤고..[...])
    그때의 감촉들이 살아나는 것 같아서 으스스 몸에 한기가..;;
    귓속에 개미가 들어가도 미칠듯이 고통스럽지요.ㅠㅠ
    빼내려고 발광을 하면 할 수록 더 깊이 들어간단.ㅇ<-<
    그러다가 개미가 뇌까지 들어가면 죽는다던데.;ㅅ;
  • 페리도트 2010/07/20 21:50 # 답글

    원수는 원수로 갚아야됩니다,.
    눈에는 눈으로 이에는 이로 발에는 발로 주먹에는 주먹으로..
    성경에도 나오던데 출애굽기인가..(이끼에서...)
  • TokaNG 2010/07/21 16:43 #

    전 당한 만큼 갚아준다는 발상은 별로 안 좋아합니다.
    그렇게 끊임없이 되풀이되다간 세상은 증오의 뫼비우스에 갇힐 거라능..
    원수는 안 보면 그만입니다.
    굳이 한번 더 보고 갚아줄 필요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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