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녀석들. 그저그런일상들

오늘도(아니, 이제 날짜가 바뀌었으니, 어제도) 늘 만나던 친구들을 만나고 왔습니다.
회전문유부남, 박수무당, 그리고 .. (하지만 녀석은 말이 그다지 없어서 있는지 마는지도 모르겠단.orz)
언제 만나도 유쾌한 이녀석들.


1. 어디고?!

원래 4시에 만나기로 한 녀석들, 박수무당 녀석이 대구에서 오기로 한 손님이 늦는다며 시간을 미루길레 회전문과 일단 먼저 만나기로 했는데..

"어디고?"

"어, 이제 해운대역 지난다."

"오야, 나도 인자 슬~ 나가꾸마."

만나기로 한 곳이 집 바로 뒤에 있는 장산역이라 느긋하게 기다리다 거의 다 왔다는 연락을 받고 나갔습니다. 
그리고 장산역에 도착해서,

"어디쯤이고?"

"어, 이제 SS병원 지난다."

"에? 니 버스 타고 오나?!"

"어. YN아파트에서 내리면 되제? 근데 버스 내리믄 어디로 가야 되는지 나 모르는데.."

"문디자슥! 내가 글로 가꾸마!"

우리집이 장산역이랑 YN아파트 딱 중간인데.ㅠㅠ 쓸데없이 장산역 한번 찍고 다시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올라가는 길에 유부남에게 전화를 걸어서 '어디고?' 라고 물으니 '어, 내 집이다. 그냥 우리집으로 온나.' 라고 하기에,

"느그집이 어딘데?"

"마! 니 우리집 안 와봤나?!"

"니 군대가기 전에 한번 가보고 안 가봤지."

"아, 글나. 우리집 108동 4##호다. 회전문이 잘 알끼다."

"오야. 좀이따 봅세."

라고 하며 YN아파트에서 버스를 내려서 기다리고 있는 회전문을 만나 유부남의 집을 물어보니,

"내 유부남 집 모리는데? 내가 신도시 아파트를 우째 아노. 여기는 다 똑같아 보여서 낸 오자 마자 길 이자묵긋다."


"뭐, 이자식! 근데 유부남은 무슨 자신감으로 니가 집을 잘 안다는 건데?"

"나야 모르지. 그래, 집 어디라데?"

"108동 4##호란다. 가자."

라면서 유부남의 집이라고 생각되는 아파트를 찾아 가니, 이게 웬일? 108동이라고 하는데, 이 아파트엔 107동까지밖에 없습니다?

"마, 느그집 YN아파트 아니었나?"

"우리집 KN아파트다!"

...


친구들 만나기 한번 힘드네.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일단 박수무당를 제외한 모두가 모였습니다.

2. 완전 신기해!

형수님과 함께 세살바기 딸 하나를 키우고 있는 유부남 녀석, 딸 사진 자랑하기 바쁩니다.
근데 딸 사진보단 딸 장난감이 더 신기하단..
매번 사내자식의 장난감만 보다가, 딸아이가 가지고 노는 장난감을 보니 신기한게 참 많네요.
특히나, 이 친구는 친환경적인 원목장난감을 많이 사놨던데, 아기자기 예쁜 소꿉놀이 세트와 블럭까지도 모두 원목. 나무 특유의 향이 아주 좋았습니다. 그리고 멜로디 건반과 갖가지 인형, 장신구들..
회전문과 '오오~ 신기하네.'를 연발하며 다 큰 어른 둘이서 아기 장난감 가지고 놀기에 바쁘고.[...]
그리고 둘 다 그림쟁이다 보니 아기가 보는 동화책도 재밌어서 '오오~ 이 그림 좋네.' 하며 동화책 꺼내 읽고.
이를 보던 유부남은

"니들이 애냐? 이것들이 삼촌들이라고.. 확~"

하며 한심해 하고...


그래도 신기한걸. 건프라보다 신기한걸. 

3. 배 터지겠네!!

유부남과 형수님이 손이 커서 먹을 게 끝도 없이 나옵니다.
처음에 매실주스로 칼칼한 목을 적실 땐 그러려니 했는데, 이윽고 박수무당과 +α까지 다 오고 나니 족발에, 만두에, 오븐에 구운 통닭에, 산딸기에, 참외에, 비빔면에.[...]
고기님, 고기님! 오오~ 고기님!!


족발은 쫀득하고 오븐에 구운 닭은 기름기가 쫘악 빠져서 담백하고, 만두는 피가 밀가루가 아닌 감자라 쫄깃쫄깃 씹는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속도 고기가 꽉 차있고. 만두가 제일 인기가 많았단.

애초엔 밥을 먹고자 했으나 고기님과 과일들을 섭취하다 보니 배가 너무 빵빵해져서 밥 들어갈 자리가 없습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냉커피 대령이요~
겨우 커피 한잔일 뿐인데도, 꽤나 버거울 정도였단. 형수님, 멋져!



4. 개인의 취향

"뭐 하고 지냈노?"

이날 만나고 오랜만에 만난 박수무당이 물어왔습니다.

"어, 그동안 노가다 잠시 뛰고 서울 갔다 왔지."

"니가 서울을 또 왜 갔노? 또 데이트 하러 갔제?!"

"데이트는 무신. 시커먼 머스마들만 만나고 왔는데."

"남자랑은 데이트 몬하나? 괘안타. 우리는 다 이해해줄 수 있다. 나는 개인의 취향 존중한다."

"나도 이해할 수 있다. 난 되려 그런 친구 하나 있었음 하더라. 새로운 세계도 접해볼 겸."

"오~ 그래? 그러다 니가 그쪽으로 빠지는 건 아니고?"

"이해야 할 수 있지. 알고 지낼 수도 있고. 다만, 내한테만 안 들이대면 된다."

"그건 나도 글타."

"나도."

우리는 개인의 취향은 존중합니다.

5. 달맞이길.

유부남의 차를 타고 달맞이길을 지나 사우나로 향하는 길.

"여기도 많이 변했네~ 꽤나 산책하기 좋겠네. 분위기 좋은 카페도 많이 생겨서 걷다가 잠시 쉬기도 좋고."

"역시 걸어갈 껄 그랬나?"

"임마, 산책하기 좋은 길이라지만, 남자 다섯이서 다닐 길은 아니다."



6. 카페가 좋은 이유.

달맞이길에 즐비한 카페들을 보며 회전문이 입을 엽니다.

"느그, 카페가 왜 좋은지 아나?"

"글쎄? 시원해서?"

"아니, 카페 가면 내 빼고 다 여자다."

"아~"

"여자를 데리고 갈 필요가 없다. 혼자 가서 아무데나 자리 잡고 앉으면 주변이 다 여자다. 어쩌다 가끔 여자친구한테 끌려온 남자 보이고."

"오오~ 납득."

카페에 들어서는 순간, 우리는 이미 the one.

7. 불꽃놀이.

남자들끼리 우르르 몰려 간 사우나. 남자들은 사우나를 함께 하며 우정이 돈독해 진다는..

예전, 유부남의 결혼식 때도 유부남을 제외한, 우리끼리 갔던 그 사우나에는, 작은 노천탕도 있습니다. 노천탕에 몸을 담그고 저 너머로 보이는 바다를 보며 두런 두런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바다위에 무언가 환한 불빛이 보이기에 '뭐지?' 싶어 난간으로 다가가 보니, 바다 한가운데 떠있는 유람선 같은 것에서 불꽃놀이를 합니다.

오오~ 꽤나 멋져! 꽤나 화려해! 선상 불꽃놀이 치고는 돈 좀 썼는데?

"느그 뭐하노. 남자 네명이서 엉덩이 다 까놓고 주르르 서서 불꽃놀이나 쳐 보고. 뒤에서 보면 열라 흉하디."

쿨한척 불꽃놀이를 외면하던 유부남이 한마디 툭 던지지만,

"니, 괜히 후회하지 말고 와서 봐봐라. 불꽃놀이 꽤 크다. 오오~ 멋지디!!"

"지까짓게 멋져봤자 얼마나 멋지다고."

...

"오오~ 멋지네! 돈 좀 썼겠는데? 이햐~ 이런 데서 저런 걸 보는 구나!"

"오~ 좀 오래 한디."

"그래, 멋지긴 하네. 근데..

이게 뭐 하는 짓이냐고. 남자 다섯이서 홀딱 벗고 주르르 서가지고..."

"..."
"..."
"..."
"..."


그래도, 불꽃놀이는 멋졌단.

8. 맘에 안들어.

유부남에게는 요즘 아이돌 뺨치게 예쁜 여동생이 하나 있습니다. 고등학생 때는 소문으로만 듣다가 결혼식 때 처음으로 봤는데, 어디서 어떻게 유전자가 나뉘었길레, 같은 핏줄인데도 저렇게나 다를까? 라는 의심마저 들 정도로 빼어난 외모를 자랑하더란.
오늘도 집에서 여동생의 사진을 슬쩍 봤는데, 그 미모 여전하더군요. 유부남이 이런 여동생을 봐 왔으니 눈이 그리 높은 거였어.

그 여동생의 얘기가 살짝 나왔는데..

"○○이가 이제 대학생이가?"

"니가 미칬나. 우리동생 니랑 나이차이 별로 없디."

"아.. 하긴, 글켔네."

사진이 너무 앳되 보여서 잠시 착각했습니다.orz

"요즘 가가 만나는 놈이 하나 있는데, 영~ 맘에 안들어."

"왜?"

"사내자슥이 술도 좀 하고, 담배도 좀 하고 해야지, 술도, 담배도 할 줄 모르는 놈을 앉혀놓고 상대를 하려니 영~"

"이자식이 술, 담배 안 하는 친구들을 앉혀두고 무신 말이고?" 
"이자식이 술, 담배 안 하는 친구들을 앉혀두고 무신 말이고?" 
"이자식이 술, 담배 안 하는 친구들을 앉혀두고 무신 말이고?" 
"이자식이 술도 안 하는 친구를 앉혀두고 무신 말이고?" 

저를 포함한 제 친구들, 모두 술을 거의 안 합니다. 끽 해야 맥주 한잔? (박수무당은 담배는 가끔 핍니다.)


"게다가 키도 작고.."

"이자식이 키 작은 친구 앞에서 무신 말이고!"
"이자식이 키 작은 친구 앞에서 무신 말이고!"
"이자식이 키 작은 친구 앞에서 무신 말이고!"

제 친구들, 저 말고 다 확연한 루저. 친구들 사이에서 전 위너.[orz]


암튼, 유부남의 여동생은 예쁩니다.
무척이나.

9. 555~

어른들이 사우나를 즐기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오오오~ 게르마늄 사우나. 열라 뜨거. 여기는 일단 포기.

오오오~ 건식사우나. 여기는 좀 견딜만 합니다.
만, 유부남과 회전문은 채 견디지 못하고 GG. 박수무당이 5분짜리 모래시계를 뒤집어 놓았길레 이것만 다 떨어지면 나가자 마음 먹었는데, 모래 떨어지는 속도가 왜이리 더뎌?!

"야! 그 모래시계 좀 흔들어 봐라. 와 이리 늦노?!"

"모리긋다. 이거 5분짜리 맞나? 와이구야~"

"얼마나 남았노?"

"인자 얼마 안 남았다."

"좀 흔들어 봐라. 으~ 발바닥아. 바닥까지 뜨거워지노."

"고만 나가자. 냉탕에나 들어가자."

으~ 냉탕은 너무 시립니다. 하반신만 겨우 담궜네.

오오오~ 안마탕!!

"안마탕에는 물이 안마 해주나?"

"어."

정말로 물이 안마 해줄 줄이야.orz
허리와 종아리, 발바닥에서 거센 물줄기가 뿜어져 나와 정말로 시원하게 안마를 해줍니다.
오오오~ 맘에 들었어!

"발바닥 대봐."

"이힉~ 이힉힉~ 와이리 간지럽노? 내는 발바닥은 몬하긋다."

"어~ 좋다. 허리가 와방 시원하네."

"다리랑 허리 제대로 풀어주네. 이런 거 집에서도 못 하나?"

"어떤 집에는 샤워기에 이런 거 달려 있더만."

"모텔에 가면 어지간하면 다 있지."

"~"

오오오~ 폭포탕!!!
폭포탕에 가서 거세게 떨어지는 물줄기에 몸을 맡기니, 뭉쳤던 근육들이 시원하게 풀리는 기분이네요.
허리도 댔다가, 어깨도 댔다가, 요즘 좀 뻐근한 목도 좀 댔다가..
그 엄청남 수압으로 무게감 있게 두드려 줘서 제대로 시원하더란.

아~ 어른들이 이래서 사우나를 즐기는 거구나~
이제 그 즐거움을 몸으로 알아버린 우리는 빼도 박도 못하게 어른이구나.ㅠㅡ
그냥 재밌는 게 아니라, 제대로 시원하게 즐기고 있으니.ㅇ<-<
아~ 청춘아.ㅇ>-<


10. 그리고 우리는...

들어서는 순간 the one이 된다는, 나 빼고 다 여자라는, 어쩌다 가끔 여자친구에게 끌려오는 남자밖에 안 보인다는 카페에 가서 시원한 냉커피를 마셨습니다.
시커먼 남자 다섯이서, 바다가 보이는 송정의 카페 야외테라스에서..


정말 다 여자더란.
남자는 한 테이블에 어쩌다 여자친구 따라 온, 하나씩만 박혀 있더란. 한 테이블에 남자가 둘 이상 있는 곳은, 심지어 남자밖에 없는 곳은 우리 테이블 뿐이더란.
orz

그래도 커피는 시원하더란.
바닷바람은 뉘 쌀쌀하더란.

아아~ 싸늘하여라.



...



친구들을 만나면 언제나 유쾌합니다.
친구들이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다 재밌어서 항상 재밌습니다.
어느 한마디 버릴 대사가 없는데, 그 모든 에피소드를 다 기억하기엔 뇌용량이 부족하더란.ㅇ<-<
회전문도, 박수무당도 재치있는 입담꾼이라 웃을 이야기가 정말 많았는데..

그리고 친구들을 만나면 언제나 든든합니다.
항상 진심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고, 어떤 일이든 진심으로 걱정해주고, 응원해주고, 힘든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달려와주고.
이제 곧 회전문이 멀리 호주로 1년간 어학연수를 떠나는데, 여비나 하라며 용돈까지 두둑히 쥐어줄 줄 아는 멋진 녀석들입니다.
나에겐 백수가 되어 힘들 거라고 일부러 말하지 않고 지네들끼리 돈을 모으고.ㅜㅡ 미안해서 잠시 고개를 떨궜습니다.
친구들에게 뜻하지 않은 용돈을 받은 회전문은 어안이 벙벙해서 헛소리를 내뱉으며 현실도피를 강행하고.[...]

혼자 집이 먼 회전문을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길에도 이 멋진 친구들은 더 많이 챙겨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다음번엔 더 잘하자고 자꾸만 다짐하고, 이번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 저는 미안하다며 사과를 하고, 이 친구들은 또 웃으면서 그냥 넘기고..

"다음에 우리중에 또 누구 하나 결혼하게 되면, 그때 더 잘해주면 되지, 뭐."

이런 멋진 친구들.
이런 든든한 친구들.
이런 유쾌한 녀석들.

참 괜찮은 재산입니다.

덧글

  • 페리도트 2010/06/20 11:26 # 답글

    역시 친구란 좋은거네요.
    ㅎㅎ
    참 재미난 친구들입니다.







    요건 번외인데..
    전 친구랑은 같은 직장서 일못하겠더군요.
    부딪히는게 많아서..다른 친구 B도 다른친구C랑
    일못하겟다ㅡ 하고 그렇게 친하게 생각하는데..
    일은 못하겠다 하느거보면 별로 친하지 않는거 같고
    또 각종 경조사나 힘들때 위로가 되는거보면 무지하게
    친한거 같은데...
    역시 친한 사람끼리 일하지말라는 말이 사실인거 같네요.
    뭐 친구끼리 일잘하는 사람들도 있는거 같지만..

    아 이건 친하게 잘지내는 토캉님 친구들을 보니
    제 친구들이 생각나서 끄적거려봤어요 ㅎ
    그럼 우정 영원하시길..
  • TokaNG 2010/06/21 18:29 #

    그래서 친구랑 동업은 하지 말라는 말도 있잖아요.
    저도 만나면 즐거운 친구들인데, 같이 일하면 답답하고 걱정스러운 녀석들이 좀 있습니다.
    근데 그 친구들에겐 나 역시 그런 친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ㅇ<-<
  • CHENG 2010/06/20 15:55 # 답글

    왜 내 주위엔 저렇게 놀 친구들이 없는게지...
    또깡이란 넘도 훌쩍 부산으로 토끼구 킁
  • TokaNG 2010/06/21 18:30 #

    그래도 니 찾는 사람들은 많더만.
  • pientia 2010/06/21 16:51 # 답글

    아.. 친구들이란 정말 인생의 소중한 재산과도 같지요.^^
  • TokaNG 2010/06/21 18:30 #

    암요.
    전 스스로는 못났지만 친구는 정말 잘 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신기해 하더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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