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의 존댓말. 그저그런일상들

항상 나만 보면 으르렁대는 조카녀석이 또 슬그머니 내방에 들어와서 기웃거린다.
이제는 내 물건에 손을 대든 말든 케세라세라 신경쓰지 않고 묵묵히 내가 하던 것만 하고 있었는데..
'삼촌, 이걸로 비행기 접어줘.' 하며 낙서가 마구 그려진 이면지를 들고와 여느 때와 같이 반말로 말을 걸어오던 조카가 내가 하던 것을 보더니 갑자기 말투가 확 바뀐다.

"삼촌, 지금 뭐 하는 거에요?"

...
이녀석, 갑자기 웬 존댓말이지?;;
뭐 하고 있었냐면, 프라 만들고 있었다.


"어, 삼촌 장난감 만들지."

"와~ 이게 뭔데요??"

"어, 원숭이."

만들고 있던 프라가 초사이어인 손오공이었으니 딱히 틀린 말은 아니다.

"원숭이를 왜 만들어요?"

"왜긴? 태관이, 원숭이 좋아, 싫어?"

"원숭이 좋아요."

"삼촌도 원숭이 좋아해. 그래서 만드는 거야."

일일이 대답하기 귀찮을 땐 얼렁뚱땅 넘기는게 제일이다.
나 어린 시절, 부모님께서도 그러하셨듯이..

"근데 원숭이 머리는 어디 갔어요?"

"원숭이 머리는 몸통에 달려있지?"

"지금 만드는 건 뭐에요??"

"지금 만들고 있는 건 팔."

"원숭이도 몸통이랑 머리랑 팔이랑 다 있는 거에요?"

"그럼~ 당연하지."

일일이 대답해주며 힐끔 조카를 쳐다보니 이녀석, 눈이 초롱초롱 빛난다.


"태관이도 쫌만 더 크면 이런거 만들 수 있어요?"

"어, 니도 조금 더 크면 막 만들어라."


...
행님아, 미안.
태관이가 무서운 것에 눈을 뜨기 시작했어.orz

그러게 내방에 함부로 들이지 말라니까..
하긴, 안 들여도 지가 알아서 들어오지.;;;


나름 돈 나가는 취미인 프라질에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안 하던 존댓말까지 써가며 호기심을 보이는 조카녀석을 보니 큰형님이 갑자기 불쌍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아! 설마 내 미개봉들을 좀 나눠주라고 떠넘기는 건 아니겠지? ;ㅁ;

그렇게되면 내가 제일 불쌍해지잖아.ㅇ<-<
아악~!

덧글

  • 소이 2010/06/07 10:47 # 답글

    역시 오빠님은 곰에게 물려가야되요!!

    원숭이 프라도 하는거야? 드덕까지? (잉?)
    (내 남친 드덕에 건덕 ㅠ.,ㅠ)

    그것도 머리통 빼먹고 그럼 안되 ㅠ.,ㅠ
    내 대가리 내놔라 내 대가리 내놔라.
  • TokaNG 2010/06/07 11:40 #

    드덕에 건덕뿐인가.
    밀리터리, 함선 말고는 거의 모든 프라에 손을 대고 있. (야)

    다행히 머리통은 바로 달아줬어. 손오공은 머리통이 로망인걸?
  • 페리도트 2010/06/07 17:00 # 답글

    미개봉감추기대작전하세요 아님 저희집으로 배달해주시면 대신 만들어드리..앗!!
    암튼..난세에 잘 살아남으시길
  • TokaNG 2010/06/07 17:22 #

    감출 곳이 없습니다.
    사실 저도 제가 미개봉이 몇개인지, 어디에 처박아뒀는지 잘 모릅니다.;;
    박스를 일일이 열어 확인해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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