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도 모른채.. 그냥그런이야기

내방에는 영문도 모른채 남겨진 흔적들이 참 많다.

영문도 모른채 책장에 붙어있는 리본들,
영문도 모른채 붙었다가 거칠게 뜯겨나간 스티커 사진들,
영문도 모른채 붙어있는 어린이용 젓가락,
영문도 모른채 붙어있는 조개껍데기,
영문도 모른채 한쪽 벽에 걸린, 나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꽃이 가득 담긴 그림,
영문도 모른채 구멍이 뚫린 벽,
영문도 모른채 쌓여있는 연습장들,
영문도 모른채 깨져나간 책장 유리,
영문도 모른채 책장 안에 고이 모셔진, 비누를 깎아 만든 하루방,
영문도 모른채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목걸이들, 시계들..


영문도 모른채 그렇게 많은 것들이 채 나열할 수 없을 만큼 그 흔적들을 남기고 있다.

남들이 보기에는 전혀 영문도 모를 해괴한 흔적들이..


하지만 그 흔적들을 지우려고 하나 둘 둘러보다 보니 그것들이 내게는 추억이더라.
너무 익숙한 풍경이라 까맣게 잊고 있었던, 남들 눈에는 전혀 알지 못할 그 흔적들이 하나 하나가 내게는 다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무언가더라.

언제, 어떻게 새겨진 흔적들인지 자세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왠지 모를 아련한 기억들이 스믈스믈 떠오르는,
떼어내려고 손을 뻗었다가 잠시 멈춰 멍하니 바라보다 짧은 미소만 짓게 하는 추억의 흔적이더라.


이제는 그 추억이 좋은 추억인지, 나쁜 추억인지 기억도 나지 않으면서..

덧글

  • 2010/05/05 12:3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TokaNG 2010/05/06 18:17 #

    제가 워낙에 제 손에 들어온 무언가를 쉬이 놓질 못하는 성격이라..
    사소한 잡동사니부터 남들 눈에는 쓰레기 이상은 아닌 것까지 여태 부여잡고 있습니다.orz
    과감하게 버릴 땐 버리기도 하는데 부산의 제방을 좀 오래 비워두다 보니 버릴 기회도 없이 방치되어 있었네요.
    이제 내려왔으니 한번 싹~ 갈아엎긴 해야 하는데 그것도 또 귀찮아서..=_=;;;

    충분히 어울리는 댓글입니다.
  • 페리도트 2010/05/06 13:32 # 답글

    추억은 가슴한켠에 샇아두는것도 그 추억에 깔리지 않는 방법중 하나인거 같습니다.
  • TokaNG 2010/05/06 18:18 #

    그러다가 과포화 상태가 되면 춈 난감합니다.;;
    비워지지 말아야 할 추억부터 비워지는 경우도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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